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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48.56% vs 47.83%. 초박빙의 대결 끝에 이재명 후보의 패배. 고작 247,077표 차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1600만여 지지자들의 허탈감은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다. 당선자 본인의 부산저축은행 부정대출 사건 부실 수사, 부인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및 허위 경력·이력 기재 건, 장모의 사문서 위조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대선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만큼 결과를 받아들이기 더 힘들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부 이재명 지지층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완주를 한 심상정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는 듯 하다. 심상정 후보가 득표한 80여만표가 이재명 후보에게 왔으면 윤석열이 대통령, 김건희가 영부인이 되는 이 참담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윤 정부 1등 공신'이라는 선을 넘는 조롱까지도 서슴치 않는 상황을 보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20대 대선에서 안철수의 철수로 이재명 윤석열의 양강 구도가 심화되며 가장 손해를 본 것이 심상정이다. 다자구도로 치뤄진 지난 19대 대선에서 200여만 표를 획득했던 것을 보면 이번 선거에서 50퍼센트 이상의 표가 전략적 투표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의당의 존재 목적은 민주당 정권 창출에 있지 않으며, 후보 및 그 지지자들의 결정은 다른 누구의 권리가 아닌 본인들의 몫이다.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맞닥뜨렸을 때, 누군가 욕을 받아줄 대상을 찾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 상대편인 안철수나 윤석열이 아닌 같은 편으로 대충 묶을 수 있는 우리 중 하나를 욕하는 것이 더 쉬운 것도 안다. 하지만 심상정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번지수가 틀린 것은 물론, 너무 치졸한 짓이다.

 

  윤석열 당선의 충격 속에서 하루를 지내며 정리한 내 개인적인 결론은 이재명 후보가 흔쾌히 표를 주기엔 딱 1퍼센트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게 기울어진 언론 지형 탓이든, 대선 구도의 탓이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인한 정권교체 열망이 55%를 상회하는 불리한 구도에서 이재명 캠프는 훌륭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오만한 이준석의 10퍼센트 승리 호헌장담을 보란듯 1퍼센트가 되지 않는 차이까지 따라붙었다. 부족했던 1%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 민주당 그리고 전문가들이 복기를 해봐야하겠지만 오늘만큼은 졌지만 잘 싸웠다고, 위로하고 싶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동지들에게도 위로를 전한다. 다만, 엉뚱한 희생양을 찾지는 말자. 제발.

 

 

  [머니투데이]'80만표' 심상정에 與 누리꾼들 "완주 왜했나"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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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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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언어보다 비언어적 표현이 한 사람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 특정인을 떠올리지 말고 다음의 문장들이 서술하는 인물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그는 자리에 앉을 때 주변은 의식하지 않고 가랑이를 쩍 벌리고 앉는다.
  그는 맞은편에 누가 앉아있든, 공공이 이용하는 공간이든 의식하지 않고 구둣발을 쭉 뻗는다.
  그는 기분이 나쁘면 상대가 선배가 됐든, 연장자가 됐든 어깨를 툭툭 친다.
  그는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상대에겐 반말을 한다.
  그는 손가락으로 사람을 부르고, 삿대질로 본인의 기분을 전달한다.

 

  머릿속에 그려낸 이 인물은 어떤 인간인가? 내 머릿속에는 동네 건달 하나가 그려진다. 하지만 위 서술은 슬프게도 모두 알다시피 한 유력 대통령 선거 후보가 1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보여준 태도이다.

 

쩍벌과 쭉뻗

 

 

  분명 빡빡한 대선 일정에 심신이 많이 지쳤을 것이다. 팽팽한 지지율 싸움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것이 당연하다.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치 않는 상황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자신의 선거를 도와주고 있는 당직자들에게 이런식의 고압적이고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국힘당 당직자에게 연민을 느끼는 날이 올 줄이야.)

 

  나는 일은 머슴처럼 하되, 품위는 어진 임금 같은 이가 내 나라의 대통령이길 바란다. 윤석열은 '국민의 머슴'으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하지만 그의 태도는 상반된다. 그는 품위 없는 동네 깡패처럼 행동하며 왕처럼 군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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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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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마라톤의 의미는 성적이 아니라 완주에 있다"고 한다.

  안철수. 중요한 선거 국면에서 결국 철수한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유학하던 시절, 베를린과 뉴욕 마라톤을 완주하는 모습으로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심지어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라는 에세이집을 발간하기도 했으며,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400km 국토 종주 마라톤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하기도 했다.

베를린 마라톤에서 3시간 46분 14초의 기록으로 완주 후 해맑게 웃는 안철수. 목표가 순위권 입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정치인 안철수에게는 항상 '단일화'라는 물음표가 따라왔다. 정치 입문이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로 시작되었기 때문일까?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 낀 제3세력이란 한계 때문일까? 2012년,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단일화 이슈가 부각되었고,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결국 단일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언제나처럼 단일화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안철수 후보의 대답은 '완주'였다. 대충 인상적이었던 것만 추리자면

  ▶안철수는 지난 1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관련 질문에 "'안일화'라고 못 들어보셨냐"라며 "안철수로 단일화, 그게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월 14일 대구 동성로 유세 현장에서 "이번에도 철수하실 거냐"는 유권자의 질문에는 몇 번을 '안 철수'라며 철수를 하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지난 2월 18일 유세차 사고로 숨진 충남 논산·계룡·금산 손평오 선대위원장의 영결식에서는 "저 안철수,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손 동지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결코, 굽히지 않겠습니다"라고 완주 의사를 재확인 했다. 그리고 이준석은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라며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는 패드립을 시전한다.

  그런데 결국 또 철수. 그것도 자신의 선거를 돕다가 사망한 '손동지'를 조롱한 이준석이 당대표로 있는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는 결정. 단일화 발표 후 기자들에게 "내가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입법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그런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 만한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라고 밝힌 것을 보면 총리 자리 하나 약속 받았나 봄. 행정 경험을 쌓고 21대 대선에 국민의짐(앗 오타) 후보로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속내인가 본데, 내 대답은

 

"정치인 안철수 R.I.P"


  이제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의 역할만 남은 안철수, 그는 과연 윤석열을 찍을까? 1년후 그의 손가락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불과 일주일 전 울산에서의 연설이다.

 

  정말로 답답한 일은 후보가(윤석열) 자격이 없다는거를 다 압니다. 그런데 상대방은(이재명) 떨어뜨려야 된다. 그것때문에 무능한 거 알면서도 그사람(윤석열)을 뽑는다는 겁니다. 그게 패배주의 사고방식 아닙니까?
그사람(윤석열)이 당선되면 그 다음에 대한민국 어떻게 됩니까? (망가집니다~)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지금까지 자른 손가락이 10개도 넘어서 더 자를 손가락이 없습니다.

 


세줄 요약.

1. 정치인 안철수의 셀프 부고 기사
2. 또 철수의 확인
3. 지지자들의 단지(斷指)를 종용하는 냉혹한 정치판


ps. 안철수는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뽑을 듯. 손가락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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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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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 방향이 국민의당 윗선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주 의원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공명선거추진위원단장으로 당시 부실했던 검증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자면, 바로 하루 전 5월 4일 이용주 의원은 '권양숙 여사 친척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머리 숙인 직후다. 그리고 바로 5월 5일 조작된 증거를 흔들어 댄 것이다. 이쯤되면 권양숙 여사에 대한 사과 역시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우리는 잘못된 제보에 대해서 사과할 만큼 철저히 팩트 체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건 믿어도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또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이용주 의원에게 이 녹음 파일을 들려줬다고 주장했고, 이용주 의원은 자신은 듣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김성호 수석부단장과 김인원 부단장이 확인했고, 본인은 확인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어찌된 일인지 공명선거추진단장인 이용주 의원,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안철수 후보까지 캠프의 주요 결정자들은 중요한 제보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검사출신인 그가 고작 이메일 주소 확인으로 제보자의 검증을 끝냈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 또한 본인은 전혀 확인도 하지 않고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는 복수의 제보자로부터 확인했다고, 제보가 가짜가 아니라고 확신에 찬 주장을 한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확인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확신 했던 것일까? 또한 사건이 밝혀진 이후, 이유미가 단독범행을 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거짓으로 판명났고, 이준서와 이유미 사이의 카톡을 발표하면서 민감한 내용이 담겨있는 5월 8일의 카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용주 의원은 최소한 부실 검증과 허위사실유포에 대한 책임, 그리고 사건 축소은폐의 의혹을 받고 잇는 것이다.




  특히 박지원 의원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이에 앞서 박지원 전 대표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 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바이버 메신저로 해당 내용을 전달했지만 보좌관이 관리하는 휴대전화라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해당 자료를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박지원 전 대표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의 최고위원이 입수했다는 상대진영에 대한 엄청난 폭로 증거에 대해 보좌관이 자의적 판단으로 보고하지 않았고, 박지원 의원은 확인해달라는 전화를 받고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박지원 전대표에 대한 수사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에 의하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이유미에게 증거를 조작하라는 직접적인 지시를 내린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폭로 이후 이유미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메세지 내용을 미루어 짐작컨대, 증거의 신빙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재차 선거에 활용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 문자는 5월 8일,이유미가 이준서에게 보낸 내용이다. "사실대로 모든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것이라고 하셔서 아무말도 아무것도 못하겠어요"라고, "오죽하면 문후보가 당선돼서 고소 취하하고 선처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유추해본다면 이유미는 최소한 5월 8일 이전(선거 중이던 기간)에 사실대로(드러난 사실은 증거조작)을 털어놓았고, 이 사실을 알고도 이준서와 국민의당은 이 자료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법적인 책임에서는 한 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유미의 구명 요청에 답을 하지 않은 것이 사제간의 도리상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그 덕분에 똥물이 튀는 것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은 피할 길이 없어보인다. 선거에 있었던 모든 최종 책임은 후보에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검찰의 조사 발표가 나오면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속초의 맛집을 즐기고 계시다는 안철수를 볼 때 '저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었구나' 싶다.


  이준서의 구속으로 제보조작 사건은 끝이 난 게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 검증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이용주 의원, 대표로 선거를 진두지휘한 박지원 의원, 선거의 최종 책임자이자 이준서를 영입한 안철수 후보까지,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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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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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잘 날 없는 국민의당이다. 이번에는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형 사고를 쳤다. 파업 중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미친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 같은 막말을 퍼부은 것이 드러난 것이다. 공적인 자리에서가 아닌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발언이라지만 국회의원의, 그것도 원내수석부대표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기엔 충격적이다.


  "솔직히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

[취재파일] 국민의당 원내 수석 부대표, 파업 비정규직에 "미친 놈들"..왜?




  이언주 의원은 서울대학교를 졸업, 사법고시에 합격, 대기업 임원을 역임하고, 국회의원이 된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그런 그에게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공감하라는 것은 무리였을까? 공감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런 식의 비하 발언은 국회의원으로서 바람직한가?


  이언주 의원의 발언은 첫째, 조리사에 대한 모욕이다.

  이언주 의원의 입장에서 밥을 짓는 일은 하찮은 것인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변호사는 고매한 직업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조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하는지 모르겠다. 더 심하게는 식모 정도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급식조리사는 그렇게 우스운 직업일까? 직업 진입의 문턱으로 평가하지 말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으로 가치를 평가해보자. 급식 조리사는 수백 명에서 천 명에 이르는 식사를 매일 책임지는 직업이다. 가사노동의 한 부분을 맡음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도운 사회 구성원들이자, 사회 생활을 하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수많은 엄마들이 도시락 싸느라 매일 전쟁을 치르거나 본인의 커리어를 포기했을 것이다.


  둘째, 여성에 대한 비하다.

  이언주 의원은 급식조리사를 '그냥 동네 아줌마'라며 비하했다. 이 발언은 급식조리를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하는 노동이 아닌 소일거리 정도로 치부한 발언이다. 수백인분의 식사 준비를 본인 가족 식사 준비하는 정도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단순히 양의 차이만이 아니다. 매 끼 다른 메뉴를 조리한다. 카레 한 솥 끓여서 이틀씩 먹는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다. 단순 노동이 아니라 숙련이 필요한 직군이다.

  '밥하는 아줌마' 발언에선 '여성은 집에서 밥이나 하라'는 둥 가사노동의 가치를 폄하한 전근대적 시선이 엿보인다. '밥하는 아줌마'는 정규직 전환을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논리는 단순히 조리사에 대한 모독을 넘어서 가사노동에 전념하는 전업주부들의 노동까지도 폄하하는 발언이다.


  셋째, 주권자에 대한 모독이자, 반헌법적 발상이다.

  이언주 의원은 파업에 참여한 조리사들에 대해 '미친놈들'으로 매도했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언주 의원의 주장에 일리있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야한다. 그런 일을 하는 곳이 국회이고, 국회의원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이 위임받은 것임을 망각해선 안된다. 국회의원은 지지자들의 표를 받아 당선되지만 지지자들만의 대표가 아니다.

  더욱이 파업은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어느 경우에도 침해되거나,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빼앗지 말라고 말하는데, 아이들을 밥 먹일 의무는 조리사가 아닌 부모에게 있다. 조리사들은 그 의무를 대행하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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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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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공격은 아들 문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 한 곳으로 집중됐다. 박근혜 탄핵이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 비리에서 시작된 만큼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주장은 힘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 계속되는 의혹제기에도 흔들리지 않던 지지자들에게 대선을 4일 앞둔 지난 5월 5일 폭탄이 떨어졌다. 문준용씨의 파슨스 스쿨 동료의 증언이 담긴 녹음파일이었다. 익명의 제보자는 문준용씨가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이력서를 넣어 공기업에 쉽게 취업을 했고, 그 바탕으로 파슨스 스쿨에 입학했다고 떠벌이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문준용씨를 아는 지인들은 실명을 걸고 사실이 아니라고 글을 올리며 호소했지만, 여전히 익명의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인 양 떠돌아 다녔다. 오늘까지.


  오늘 국민의당은 두번째 폭탄을 던졌다. 그 제보가 조작된 것임을 시인한 것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유미 당원이 조작 사실을 알려왔다며 꼬리자르기를 시전했다. 일개 당원이 대통령 선거에서 그렇게 큰 공작을 혼자 짊어질 수 있었을까? 아니, 무엇보다 안철수가 당선이 된다고 평당원이 얻게될 이득이 있나? 의문이 들던 가운데, 이유미 당원에 대한 기사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이씨는 안 전 대표가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교수로 재직 중일 당시 재학생으로 안 전 대표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이씨는 안 전 대표가 전국을 돌며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던 '청춘콘서트'에 서포터즈로 활동했고, 2012년 대선 때는 안 전 대표의 '진심캠프'에 참여했다. 

오마이 뉴스, '문준용 특혜 의혹' 조작 당원은 안철수의 제자



  또한 전남 여수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지만, 경선 탈락 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유미 당원은 서울 남부지검 공안부에 소환되어 조사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이유미씨는 지시를 받아서 조작에 참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이씨에게 조작된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 역시 안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렸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국민의당 창당과정에서 IT벤처 창업가인 이 전 최고위원을 영입하며 "젊은 IT 창업가들이 마포 당사를 찾아왔다. 천하의 인재가 다 모이는 국민의당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오마이 뉴스, '문준용 특혜 의혹' 조작 당원은 안철수의 제자



  안철수의 측근들이 대통령 선거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 정작 수혜자인 안철수는 보이질 않는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이틀 전인 24일에 해당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안철수와 이틀간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측근과 당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20대 대통령 선거를 구상하고 있는 건지. 지금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는 안철수의 육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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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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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하나.

  스무 살. 부산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였던 나는 생전 처음 대규모의 전경 무리를 목도하게 되었다. 그들을 불러모은 이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겐 그냥 '운동권'이었을 뿐. 수배중이던 그 양반이 5년만인가 학교 정문을 나선다고 했다. 정문 앞에는 수백의 전경들이 에워싸고 있었고, 그는 수십명의 운동권 대원들에 둘러싸여 정문 앞을 나섰다가 10여분 후 다시 학교 안으로 피신했다. 나는.

  "씨바 병신같군"

  했다. 그의 한 걸음이 누군가에겐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이었을 지 모르겠지만, 내겐 요식행위에 불과해 보였다. 차라리 혼자 당당히 나섰더라면 조금 멋있어 보였을 지 모르겠다. 



  장면 둘.

  스물 넷.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겨 수능시험을 다시 봐서 들어간 학과에는 소수였지만 '주사학습'을 하는 무리가 당당히 존재했다.. 21세기에 '주사파'라니...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는 김일성 수령의 일화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술자리 농담이었는지, 진심이었는지) 그들은 내게 시대에 뒤쳐진 인간 군상이었다. 그들이 뿌린 유인물은 감정적이고, 논리적 비약이 심해서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지점들도 있었다. 광우병 촛불집회에 학교 깃발 아래 집결해야한다던 그 말을 나는 공감할 수가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여했고, '형'들을 따라 집회에 참여했던 친구들의 면회를 다녔다. 청와대 앞에서 전의경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새내기들은 밖으로 빼내자는 의견을 묵살했다는 소위 '지도부'의 결정에 듣고 난 뒤 나는 그들과는 섞일 수 없단 생각을 했다.


  장면 셋.

  스물 여덟. 이런 저런 이유로 졸업이 늦어진 나는 학과 학생회장을 하게 됐다. 나 같은 인간이 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운동권'의 규모나 영향이 많이 줄어든 탓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단과대는 여전히 옛 방식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진영을 나눴고, 반대 진영의 잘못을 꼬투리 잡아 우리도 잘못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운영위원회에 후보자가 참석해 선거운동을 했고, 과별로 학생들을 줄세워서 '투표'해야한다고 했고, 모 과 여성들이 체육과 남자에 홀려서 '잘못된' 투표를 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했다. 그것이 '옳다'고 했다. 나는 "우리 구성원들은 그런 비민주적 투표를 할 수 없다"고 운영위를 나왔고, 내 결정과 별개로 총학 선거에서 소위 '우리 진영'은 졌다.


  나는 내가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해왔다. 사사건건 운동권들과 시비를 붙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보수주의자가 없이 친일 뿌리의 민정당 계열이 보수를 자임하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이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조기숙 교수의 '왕따의 정치학'을 읽기 전까지. (조기숙 교수의 분류에 따르면 나는 '신좌파'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내 이야기를 늘어 놓은 것은 나를 주사파로 오해가 없길 바라는 때문이다. 하지만 오해한다면 뭐 어쩔 수 없고. 한편으론 그놈의 주사파니 빨갱이니 프레임에 갖혀 백기 먼저 흔들고 내 주장을 해야하는 현실이 뭣 같기도 하고.




  이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한상균 위원장이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형을 확정 받았다. 


한 위원장은 2012년부터 2015년 9월까지 13건의 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방해·일반교통방해)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1심은 “한 위원장이 불법행위를 지도하고 선동해 큰 책임이 인정된다”며 징역 5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경찰의 일부 조처가 시위대를 자극했던 측면도 있어 보인다”며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한상균 징역3년 확정..국제사회 "석방" 촉구(한겨레)


1. 시위 과열 양상은 한상균 위원장의 책임일까?
  기본적으로 시위는 국민의 주권행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헌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도 자유의 일정적 제한이 필요하다. 백남기 열사의 사고가 일어났던 2015년 11월 14일, 제 1차 민중총궐기 대회. 분명 시위가 과열화 된 양상을 띄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민주노총 지도부 때문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한다.

  대학생 때부터 수차례 시위 현장에 나갔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때는 '백골단'이란 자들의 진압 모습을 목도하기도 했다. 2015년, 기자로 일하며 취재차 나갔던 시위 현장은 2008년과도 사뭇 달랐던 기억이다. 아직 해가 지기도 전에 물대포를 쏘았고, 물대포엔 캡사이신을 섞었다. 취재를 위해 버스 위에 올라있던 기자들을 향해서도 물대포를 쏘았다. 방송을 통해 "기자들은 안전지대로 몸을 옮기라"고 했지만 어디가 안전지대인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버스 바로 앞(보통 이 곳은 쏘지 않는다고들 했다)에 옹기 종기 모여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기자들에게도 어김없이 물벼락이 떨어졌다.

  

  제1차 민중총궐기에는 늦은 시간에 참여했다. 더이상 기자도 아니었고, 갈까 말까 망설이던 중에 백남기 열사의 소식을 듣고 화가 나서 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전에 어떤 양상이었는지 잘은 모른다. 다만 도착했을 때 매케한 냄새, 눈 내린 듯 아스팔트 바닥에 내려 앉은 흰 가루를 기억한다.


2. 징역 3년은 적당한거야?

  나는 법을 모른다. 그런데 최소한 그 형량의 기준이 사회 통념을 따라가야하지 않나? 포털에 징역 3년을 검색해보라. 온갖 성폭력범들에 대해 죄질이 나쁘고, 블라 블라~ 엄벌에 처한다며 2~3년 선고한다. 대기업 총수들은 블라블라~~ 집행유예다. 몇 백억의 횡령을 하고, 불법을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회사 구성원들을 옥죄고, 그들을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해고하여 수많은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누군가는 목숨마저 끊게 만들었는데.


3. 알고보니 노조가 나쁜놈들 이었어?

  사실 이 새벽에 잠도 못자고 글쓰고 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이것저것 찾아봤더니 노조가 나쁜놈들이었어ㅠㅠ 연봉도 많이 쳐받으면서ㅠㅠ 이것저것 뭘 봤는데? 귀족노조들은 '몸쓰는 현장직'하면서 연봉이 니가 꿈꾸지 못하는 정도라고? 강성노조 때문에 기업들이 채용을 안하고 해외로 빠져나가서 니가 취직할 자리가 없다는 홍준표의 구라?


  일베에서 정보를 찾는 꼬마들에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합리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노조는 선한가 악한가? 나는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조는 이익집단이다. 선악의 판단 대상이 아닌 것이다. 특히나 구성원의 불법, 탈법적 행위를 들어서 노조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말엔 속아넘어가지 말자. 그렇게 따지면 이 사회에 남아있을 집단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현재 노조가 하는 일이나 주장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노동조합의 운동방식에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나는 전체주의가 싫다. 문화적 차이가 크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노조가 한 일이 없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일부 동의한다. 다만 지금 있는 노조가 없어지면 비정규직의 천국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란 것만 알았으면 좋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노조 조직률이 높아지면 노동자의 삶이 나아진다는 점이다.



ps.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된 것이 2016년 1월이니 현재 절반 정도 형을 산 셈이다. 남은 1년 반, 한 개인을 생각한다면 너무 긴 세월이지만 관점에 따라 짧다면 짧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문재인 정부에서 한상균 위원장을 특별사면하길 기대한다. 한상균은 단지 한 개인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책임을 대표로 지고 옥에 갇혔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특별사면은 개인을 사면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되었던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를 풀어주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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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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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며칠간 머리속에서 맴도는 광고 카피 하나. 로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 2000년대 초반 모 화장품 광고에 쓰인 카피가 지금와서 머리속에 맴도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 때문이다. 대통령 하나 바꿨을 뿐인데. 대통령이 바뀐지 몇일 되지 않았지만 벌써 변화의 바람이 불어옴을 느낀다.


1. 안구정화

  지난 9년간 쥐박이와 닭근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언제 어디다 내놔도 일단 비주얼에서 부끄러운 MB가카. 그리고 어디가든 패션쇼만 할 뿐 입만 열면 부끄러운 모자란 레이디 가카. 사진을 올리려 찾아보기도 했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사진은 넣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 청와대는 하나같이 70대 노인들만 우글거리는 노인정 같은 분위기 아니었던가.



  인선된 청와대 참모들을 보면 50대가 중심으로 확실히 젊어졌다. 나이만 젊어진 것이 아니라 분위기도 매우 밝고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얼굴 패권, 안구정화라는 우스개 소리가 들릴정도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구도는 남자가 봐도 멋지다.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조현옥 인사수석 등 청와대 인선이 발표 될 때마다 새시대를 준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정권마다 실세 중의 실세, 측근 중 측근을 앉히던 총무비서관 자리에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공채출신 공무원을 인선한 것은 능력에 따른 인사 의지를 강력히 내비친 것이다.


2. 소통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결핍 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소통이다. 박근혜씨가 대면 보고를 싫어 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통로로 알려졌다. 장관도 대통령 얼굴 한번 보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도 있다. 일반 사기업에 다니는 사람도 서면보고와 대면보고의 차이를 안다. 대면보고를 하면 글에 모두 담지 못하는 컨텍스트, 뉘앙스 등을 담을 수 있다. 특히 정답이 없고 부처간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경우라면 서면 보고 만으로는 충분할 리가 없다. 결국 세월호도 그런 박근혜 정부 특성에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정부 각료들과도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했을 리 없다. 자신을 우상화 하고 떠받드는 일부 추종자가 아닌 국민들은 소통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정부 정책과 생각이 같지 않은 문화계 인사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자식들을 구조해달라고,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달라는 세월호 유가족의 외침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취임 첫해 기자회견을 한번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전대 미문의 기록도 세웠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며칠 동안 국민이 정말 바라고 원하던 소통을 시작했다. 인수위 기간이 없는 대통령이라는 상황에서 청와대로 이사하기 전까지 수일간 홍은동 자택에서 출퇴근 하게 된 문재인 대통령. 출근길 쇄도하는 셀카요청에 경호원들에게 경호를 약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수일간 불편을 겪게 될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참 바른 대통령. 퇴임 후에도 올림픽 공원 테니스 장을 독점해서 욕먹던 MB가카와는 정말 결이 다르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국민을 개돼지로 알고 여론 조작의 대상으로 삼았다. 국정원 댓글 공작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국민들 사분 오열로 찢어 놓았다. MB가카께서 청와대 계실때 청와대 비서관에게 댓글 달라고 지시했는데 댓글이 올라오지 않자 직접 찾아가서 왜 댓글 안다냐고 닥달하셨다는 일화가 나꼼수를 통해서 알려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선내 수색서 '사람 뼈' 추정 뼈 다수 발견(2보)' 에 달린 댓글에 댓댓글을 직접 달았다. 자신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원한다는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문장. 소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국민들이 박근혜에게 요구한것도 그 이상이 아니었다. 직접들어가서 애들 구해오라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정부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같이 아파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진상규명하라는... 


3. 적폐청산

  문재인 정부는 앞선 어떤 정부보다 적폐청산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촛불을 통해 국민들의 염원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검찰출신 조국 민정수석 인선을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 있을 5.18 행사에 앞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다. 5.18 행사의 내용이나 형식은 전적으로 유족들과 광주시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도 제창이냐 합창이냐를 두고 유족측의 의견을 무시한 전 정부의 오만함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합의라고 하지만 실체는 한일 양국 외교부장관들의 기자회견문)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서로 축하를 전하고 받는 취임 첫 통화에서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정서상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위안부 합의를 위안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재협상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또한 취임 후 첫 교육분야 정책으로 국정 교과서 폐기를 지시했다. 적폐 청산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앞으로 각 분야별 적폐를 하나 하나 청산해 나갈 문재인 정부가 기대된다.


  대통령 하나 바꾼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주위에 회의적인 이야기도 많이 돌아다닌다. 맞는 말이다. 의회 권력도 그대로고, 재벌 기득권도 강고하며, 언론도 그대로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사회가 대통령과 청와대가 바뀐다고 단번에 바뀔리 없다. 민주 정부 10년간 대통령 권력을 바꿔보았지만 우리가 만족할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데 실패했다. 참여정부는 탈권위주의 문화와 민주주의성장에 크게 이바지 했지만 개혁은 수구꼴통 한나라당의 방해에 막혀 번번히 후퇴했고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 다가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다시 한번 기대하게 한다. 대통령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p.s.

  4년전 선거부정으로 박근혜가 당선된 것을 보고 분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열심히 블로그를 하던 때도 있었지만 취직, 결혼, 육아 등 주변의 크고 작은 일들로 블로그를 임시 폐업하듯 방치해두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금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려 한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위해 극우정당과 극우매체들의 선동이 시작될텐데 시민의 한사람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다. 다시는 노무현 대통령 처럼 떠나 보내지 않기 위해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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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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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뜬금없이 방송인 김제동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이 jtbc의 예능프로그램 걱정말아요 그대에서 김제동의 발언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김제동은 과거 방위병으로 복무 중 장성들의 행사 진행을 맡았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행사 진행 중 한 여성을 향해 아주머니라고 불렀는데 4성 장군의 사모님이었고, 그 일로 인해 13일간 영창에 수감되었다는 것이다.


  백승주 의원은 국감에서 당시 방송 영상을 보여주고 우리 군 간부를 조롱한 영상으로 군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다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진상 파악을 요청했다. 한민구 장관은 이에 대해 이미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조사를 마쳤으나 김제동이 영창을 다녀온 기록은 없다고 확인했다. 한민구 장관은 "기록에 따르면 저 말을 한 사람(김제동)이 당시 50사단에서 방위 복무를 했는데, 영창 갔다 온 기록이 없다"면서 "갔다 왔는데 기록이 없는지, 기록이 없는데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승주 의원은 김제동을 일반증인으로 신청할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1. 김제동은 영창에 갔을까?


  한민구 장관은 김제동의 영창 수감 기록이 없다고 했다. 블로거들은 김제동의 거짓말을 기정사실화해 글을 써내고 있다. 기사에는 김제동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댓글이 달린다. 기록이 없다는 말은 김제동이 거짓말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록이 없다는 말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영창에 갔으나 처음부터 기록되지 않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록이 폐기되었다. 두 번째, 영창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기록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세 번째, 어딘가에 기록이 있으나 못찾았다, 혹은 찾지 않았다.


  생각해보자. 김제동이 군에 입대한 것은 1994년. 무려 22년 전의 일이다. 군의 전산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었는지, 60만 장병의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저장했는지 나는 모른다. 기록의 보관과 폐기에 대한 규정도 모른다. 하지만 1994년은 486 컴퓨터 한 대가 200만원(200만원이면 2016년 현재에도 큰 돈이지만,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아무나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을 호가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 군이 체계적으로 자료를 작성하고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록을 보관했을까 하는데는 의문이 남는다. 특별한 기록도 아니고, 고작 영창에 갔다는 기록이다. 더욱이 김제동의 주장에 따르면 불합리한 이유로 영창에 수감 시켰다는 것인데, 애초에 자료를 작성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제동이 거짓말했다는 전제하에 다음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2. 김제동의 거짓말, 국정감사의 대상인가?

  

  김제동이 방송에서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야기를 각색했을 수도,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과장을 했을 수도 있다. 방송이란 그런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김제동의 발언을 들었을 때 청자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말도 안되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로 치부하는가? 아니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지는가?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어이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청자들이 느낄만큼 군대 내에서 장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전설처럼 떠도는 헬기 경례 이야기는 예비군이라면 누구든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실제로 헬기에 탄 장군이 점으로 보이는 병사의 경례를 받고 휴가를 줬다고 믿는 사람이 있겠나? 간부가 규정이 아닌 기분에 따라 상벌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떠도는 것 아니겠나?


  한민구 장관은 '아주머니'라는 호칭 하나만으로 영창에 가는 게 가능하냐는 백 의원의 질문에 대해 "나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본다"고 답했다. 이것에 대해 법무행정병으로 군생활을 한 내 지인은 "있을 수 없는 일을 했으니 문제 아니냐"고 일갈했다. 또한 "영창에 가기 전에 검찰관이 심의하도록 규정이 바뀐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의 일이다. 그 전에는 중대장이 마음에 안들면 꼬투리 잡아서 보내는게 일상이었다. 제도 시행 초기에 왜 지맘대로 영창 못보내냐고 지랄하는 부대장이랑 행보관을 많이 봤다"며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라면 국방부 장관에게 이렇게 물었어야 했다. "시중에 이러한 이야기가 공감대를 형성할 정도로 군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개선할 의지와 방안이 있는가?" 더구나 이건 김제동의 인사청문회가 아니다. 국방부 국정감사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3. 백승주는 왜 느닷없이 김제동을 저격했을까?


  백승주는 누구인가? 20대 총선에서 구미시 갑 지역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초선 의원.  친박으로 분류되며 새누리당 경북도당 위원장이다. 7월 26일 사드 관련 성주 지역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성주 사드배치는 '오블리스 노불리주'라고 발언했고, "구미 금오산에 사드를 배치해도 그렇게 말하겠느냐"는 성주 군민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백승주와 김제동의 연결고리가 보인다. 바로 사드다.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가장 핫한 이슈인 바로 그 사드. 실제로 이날 국정감사에서 야3당은 사드 문제에 집중했다. 김제동이 성주에 방문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그의 연설은 사드 배치 반대 연설은 같은 편의 입장에게는 공감을, 반대 편에는 불편을 끼치기에 충분했다.


  흔히 메세지를 공격하지 못하면 메신저를 공격하라고 한다. 백승주가 뜬금 없이 군 이미지 실추를 핑계로 김제동을 등판 시킨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백승주가 김제동을 저격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 "제동이는 거짓말쟁이예요. 제동이 말 믿지 마세요. 사드 관련한 말도 다 거짓말이예요"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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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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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나 언론 보도를 보면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듯하. 여성이 범죄의 대상이 된 점, 체포 직후 피의자 김모씨의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라는 진술을 바탕으로 이 사건은 처음부터 여성혐오 범죄로 다뤄졌다. 김씨가 2년 전부터 '여성이 나를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망상 증세를 보여왔다는 사실도 여성혐오 범죄라고 확증하는 듯 보였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여자라서 죽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의 메세지가 이어졌다. 여성들은 SNS상에 여성이라 받아왔던 차별과 폭력의 경험과 범죄에 대한 공포에 대해 털어놓았다.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비토는 가해자인 남성을 향했다.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힌 남성은 그에대한 불쾌감을 드러내 성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언론은 이런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식으로 강남역 묻지마 사건이 성대결의 프레임으로 소비되는 것은 바람직한가? 필자는 성대결의 프레임에 갇혀 오히려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있는건 아닌가 걱정된다.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그 대상이 여성인 경우가 많다. 4대 강력범죄 피해자의 87%가 여성이라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이를 여성혐오의 결과로 해석하기 보다는 범행의 용이성과 관계있다고 보는 것이 옳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유영철의 경우도 범행 대상이 노인이거나 여성이었다. 자신의 비정상적인 욕구를 충족하는데 쉬운 대상이 상대적 약자인 노인 또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범행 후 자신의 여성에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아들러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여성을 혐오해서 여성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보단 여성에대한 범죄를 정당화 하는 수단으로 여성 혐오를 키웠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너무 성급하게 단정짓지는 않았나 돌아볼 때다. '여성혐오'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도배하는 사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살펴봐야하는 문제는 놓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개인을 제대로 치료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의 말에 따르면 약만 제때 먹어도 조현병은 많이 호전된다고 한다. 불행히도 피의자 김모씨는 최근 두달간 정신분열증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파악과 관리체계가 있었다면 이런 불행을 막을 수 있진 않았을까?


  언론들은 계속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 집착한다. 소위 팔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클릭질을 유도하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쏟아 내는지도 모른다. 일부 남혐주의자들은 이를 자신의 남혐에 대한 포장지로 활용한다. 하지만 진짜 물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폭력성이 왜 이렇게 증폭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사회가 왜 더 각박해져 가는지에 대해 따져 물어야 한다. 왜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노력하는데 우리 삶은 나아지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 분노와 피해의식이 가득한 사회에서 그 분노의 화살은 언제나 약자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p.s.

  이번 사건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여성분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이 깊어져서 차별당하는 분들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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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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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스스로를 비례대표 2번에 전략공천했다. 이전 네번 모두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의 다섯번째 도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일을 하는 그의 호연지기에 그를 향한 '갓종인' 이라는 찬사가 빈말이 아니었음을 새삼 확인하게된다.



  김종인을 더불어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울 때 우려가 많았다. 그의 국보위 전력과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킹메이커의 역할을 했던 것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당대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의 결정을 받아 들였다. 또한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개헌 저지선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는 그의 영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김종인 대표가 영입되고 한동안 무너져가던 당이 수습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던 지지자들 중 일부도 '갓종인'이라 부르며 그의 행보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때 부터였을까. 그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고 독단과 아집의 결정체를 보이기 시작한다. 필리버스터로 더민주당의 지지율이 한참 올라가던 순간 갑자기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며 지지자들의 열망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핵심 지지자들이 반발했지만 총선 승리용 프레임 전환을 위한 결정이라며 자신의 결정을 밀고 나갔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 함으로써 지지자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를 공천 배제 하는 과정이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부 반개혁적 성향의 사람들의 장난질이 있었다고 믿을 만한 이야기들도 나왔다. 그렇지만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정청래 의원이 스스로 제물이 되겠다고 자처하며 지지자들의 상처를 겨우 봉합하고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자신에 대한 셀프 비례공천은 범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호연지기다. 과연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후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논란이 있을 때 마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김종인 대표는 오로지 총선 승리만 바라보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종인 비례대표 공천 얘기가 나올 때 마다 펄쩍뛰면서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던것도 기억난다. 국회의원 4선에 76세인 그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비례대표로 나오겠냐는 말 이었다. 그런데 20번대도 아니고 2번으로 당선 안정권에 자신을 공천하는 것은 당이 어떻게 되더라도 국회의원 한번 더 해먹겠단 노욕 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의 나이 76세. 공자께서 논어에 이르기를 70세가 되어서는 종심 (從心), 즉 마음이 하고자 하는 것대로 하여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였다. '갓종인'의 노욕에 따른 헌정사상 유례없는 도전에 찬사를 보낸다.


[참고기사]

한겨례 - 김종인, 자신을 비례 2번에 전략공천…셀프비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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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약돌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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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뉴스타파는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의 딸의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했다.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경원 의원의 딸은, 2012년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에 드럼 전공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입시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뉴스타파의 보도를 요약하자면,

  1. 면접 자리에서 나경원 의원의 딸이라고 밝혔다. 응시생이 신분을 밝히는 것은 명백한 부정행위로 그 자체로 실격사유가 된다. 심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위원장이었던 이병우 교수는 장애가 있다는 점을 들어 두둔했다.


  2. 본인이 준비해온 MR(반주음악)을 플레이 할 장치가 없는 상태라 연주를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MR은 필요한 경우 수험생이 준비해야한다. MR에 문제가 있는 경우 무반주 연주를 하거나 그마저 힘들면 퇴장하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이병우 교수가 또 한번 도움을 준다. 직원을 동원해 25분만에 카세트를 찾아낸 것. 


  3. 채점과정 역시 편파적이었다. 이병우 교수가 나경원 의원의 딸을 칭찬하고 여론을 리드했다는 것.


  4. 이병우 교수는 나경원 의원 딸이 입학한 다음해에 열린 2013 평창 동계 스페셜 올림픽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당시 나경원 의원은 스페셜 올림픽 위원장이었다.   


  5. 성신여대가 장애인 전형을 처음 도입한 것은 나경원 의원의 딸이 응시한 2011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의원이었던 나경원 의원이 성신여대 특강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인 전형 모집 요강이 확정 발표. 이후 성신여대 실용음악과에서는 더이상 장애인 입학생을 뽑지 않았다.



  뉴스타파의 이와같은 보도에 나경원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반박글을 올렸다.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힌 날입니다.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며 우리나라 선거의 고질인 흑색선전을 너무나 많이 경험했습니다. 비방은 이제 저 나경원에 대한 거짓과 모함을 넘어 가족에 관한 부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울함을 참는 것이 억울함을 키울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관계를 아무리 투명하게 해명한들 끝없이 의혹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그들에게 단호하게 대처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법관출신 나경원이 아니라, 정치인 나경원이 아니라 아픈 아이를 둔 엄마 나경원으로서 반드시 왜곡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수백명의 장애인 수험생들이 장애인 특별전형에 따라 정원외로 대학교육의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발달장애인 학생 두명이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뉴스타파 언론보도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제 아이는 정상적인 입시 절차를 거쳐 합격하였습니다. 당시 다른 학교 입시전형에도 1차 합격한 상황에서 성신여대에 최종 합격하여 그 학교를 택했을 뿐입니다. 

  이것을 특혜로 둔갑시킨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특혜'와 '배려'는 다릅니다. 장애인은 사회의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휠체어를 빼앗고 일반인처럼 걸어보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장애인의 입학전형은 일반인과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팠던 우리 아이가 말도 안되는 입시 의혹 때문에 또 한번 아파야 하는 것입니까?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혀야 합니까?

  어느 부모에게나 소중한 자식이, 자신이 가진 태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을, 도와주고 보듬고 안아주지는 못할망정 모함하고 더 아프게 만드는 사람들로부터 더 이상 아파하지 않는 세상, 남 몰래 숨어서 눈물 흘리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절대 참지 않겠습니다. 단호하게 대처하겠습니다.


  나경원 의원의 반박문에 다시 반박한다. 장애인 전형을 통해 장애인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장애인이 대학교육을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받을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 그런데 성신여대는 왜 그 해에만 장애인에 기회를 준 뒤 문을 닫아버렸나?


  입시 절차에 부정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데, 제기된 의혹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없이 정상적인 입시 절차라고 우기는 건 반박이 아니다. 당시 다른 학교 입시에도 1차 합격했다는 사실은 성신여대 입시 부정의혹과 관계가 없는 일이다. 올해 서울대 음대에 2명의 장애인이 입학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


  분명 특혜와 배려는 다르다. 배려가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걸 보통 특혜라고 부른다. 장애인 전형은 비장애인과 경쟁하는 부문이 아니다. 다른 장애인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 아닌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똑같은 배려가 반복되어 주어졌을까?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선천적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나경원 의원의 아픔을 감히 이해한다 말하지 않겠다. 그 아픔을 짐작조차 할 수 있겠나. 나는 나경원 딸의 인생을 짓밟으려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 자제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사회적 공분을 사는 것은 그 특혜로 누군가는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특혜를 받은 대상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것이 배려라고 우기지는 말자. 당신의 딸이 특혜로 얻은 기회는 다른 장애인의 몫일 수도 있었다.


  나경원 의원의 반박문으로는 어떤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의혹에 대해서 후보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해야한다. 아니라는 말은 해명이 아니다. 장애인 딸을 내세워 감정에 호소하고 그 뒤에 숨지 말라. 나는 나경원 의원이 장애가 있는 자신의 딸이 기회를 얻는 세상이 아닌, 모든 장애인이 동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엄마로 사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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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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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공천 배제 발표 이후 정청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제 재심 신청이 기각된 이후 드디어 그 입을 열기로 했다. 8시 정청래를 구하기 위한 필리버스터가 7일째 이어지는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 앞에서다.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할지, 백의종군하기로 할지 그의 결정을 기다렸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그가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길 바랐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하던 많은 지지자들도 그의 무소속 출마를 권했다. 하지만 정청래는 정청래였다. "이혼과 탈당은 없다"는 그의 신념을 지키고 당에 남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쉽지만, 그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당 지도부는 저를 버렸지만 저는 당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저 정청래 기꺼이 제물이 되겠습니다. 당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 저는 위대한 국민만 보고 국민만 믿고 가겠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든 박근혜 정권의 폭정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앞장서겠습니다. 당원이 주인되는 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승리하고 반드시 정권을 찾아오는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쓰러져있는 저라도 당이 필요하다면 헌신하겠습니다. 우리당 후보들이 원한다면 지원유세도 하겠습니다.


  당원 동지여러분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입니다. 당을 지켜야 합니다. 당을 살려야 합니다. 주인이 집을 나가면 되겠습니까? 집떠난 주인들께서는 속히 집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우리가 당의 주인입니다. 제가 여러분들과 힘을 합쳐 당을 재건하겠습니다. 당을 바로세우겠습니다.


  개인 김종인에게 서운하더라도 당대표 김종인에 대한 비판은 자제해주십시오. 우리는 총선에서 이겨야 정권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총선 전쟁중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이분을 모신것도 우리의 책임이고 잘났든 못났든 현재는 우리의 당대표입니다. 당대표에 대한 비판은 일단 멈춰주시고 총선 승리를 위해 뛰어주십시오. 분열하면 지고 단결하면 이길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민주시민 여러분 그동안 이곳에서 저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전국 각지에서 분에 넘치게 지지해주신 국민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고마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합니다. 국민과 정권이 싸우면 끝내 국민이 승리할 것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총선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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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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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민주당의 막장 공천이 연일 시끄럽다. 공천(公薦)이 아닌 사천(私薦)이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년비례대표 공천 심사 과정 부정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가속화 되고 있다.


  더민주는 지난 14일 총 9명의 청년비례대표 예비후보를 심사, 김규완·장경태(남성) 정은혜·최유진(여성) 4명을 경선 후보로 확정했다. 이로써 김빈 예비후보는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김빈은 문재인 전대표의 영입인사로 더더더 콘서트 등을 통해 당의 총선을 도와오던 유력한 후보다. 김빈은 결과 발표 직후 SNS를 통해 "면접시간 5분도 이해하기 힘든데 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온 것은 더욱 이해가 안됩니다. 컷오프 이유에 대해 어떠한 설명이 없습니다. 납득할 수 없습니다. 내일 이의신청 할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김빈의 반발만 보더라도 더민주의 청년비례대표 심사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민주는 이번 청년비례대표 입후보자 22명에게 참가비를 100만원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13명을 서류심사에서 탈락시켰다. 고액의 참가비를 받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5분의 면접, 3시간 만의 결과 발표는 이번 공천 심사가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됐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일반 회사의 입사 면접도 이런식으로 진행했다면 욕먹기 십상이다. 20대 국회의원을, 제1야당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뽑는 심사를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했다는 것이 한심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엉터리 심사가 이미 낙점된 누군가를 공천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규완 후보는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보좌관 출신인 것이 알려졌다. 또한 그 이후 새누리당 의원실에서도 근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더민주는 "김규완 후보의 경력 중에 지난 18대 19대 때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부적절했다는 판단을 했다"며 김규완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차점자인 김국민 후보를 경선후보로 선정했다. 하지만 김규완 후보는 SNS를 통해 "3월 4일 후보서류 접수시 저는 제 경력사항을 모두 제출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새누리당 근무경력서도 국회경력증명서에 모두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요즘 너무 바쁘셔서 미처 서류를 못 보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면접 과정에서 지금 언론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공천관리위원장과의 관계, 과거 새누리당 근무 이력 그리고 다시 우리당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한 질문이 있어 분명히 소명하였습니다"라며 "명확한 탈락의 이유를 알려 달라"고 주장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후보는 최유진 후보다. 이철희 비대위원의 제자로 알려진 최유진 후보는 특히 비례대표 후보추천 관리위원회 소속 당직자 김모 국장으로부터 의정활동 계획서를 첨삭받은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폭로돼 논란의 가운데 섰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최유진 후보는 사퇴했다.(녹취록 논란 최유진 사퇴, 후보 하나 사퇴로 끝?? 당직자 징계하라)


  이번 사태의 파장은 단순히 청년비례대표 심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일로 더불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더민주 공관위는 최소한 무능하고, 더 나아가 부도덕한 집단이다. 김규완 후보가 새누리 보좌관 출신임을 몰랐다는 공관위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서류심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능한 집단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후보와 개인적으로 접촉해 내부 문서를 유출하며 첨삭을 한 당직자가 속해있는 부정한 조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정해야하고 투명해야 한다. 공정하지 못한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표는 정당성이 흔들리고, 정당성이 없는 후보는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더민주 공관위원들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결단을 내려야한다. 명백한 부정을 저지른 최유진 후보와 김모 국장은 반드시 사법처리 하고, 청년비례대표 심사는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 또한 공관위원들은 총 사퇴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새로운 공관위를 꾸려야한다. 그 길만이 추락한 더민주 공천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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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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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경선후보 심사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추천 관리위원회 소속 당직자 김모 국장이 최유진 후보를 개인 코치 했다는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폭로됐다. 관련 위원회 당직자가 후보와 만나 첨삭을 해준 건 엄청난 부정이다. 이 일로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결국 청년비례대표 공천 뿐만 아니라 잡음이 일고 있는 전체 공천의 공정성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녹취록을 보면 김모 국장은 최유진 후보의 의정활동 계획서의 구성에서 구체적인 부분까지 첨삭을 해준다. 김모 국장의 평가에 따르면 김모 국장이 첨삭하기 이전 최유진 후보의 의정활동 계획서는 '민망한 수준', '글짓기 수준'이다. 후보의 수준을 가늠케 하는 지점이다.  이 과정에서 김모 국장은 다른 비례대표 신청자의 의정계획서까지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


김 : 이런식으로.. 하도 난잡하게 해서 내가 이렇게 정리를 해라. 이게 농어민비례대표 신청한 사람이거든. 4대 목표해서. 이만큼 한 페이지 써온 것을.. 너는 최ㅇㅇ의 의정활동 3대 목표. 젊은 정당, 혁신 정당 건설 뭐 이런 식으로, 청년정치 활성화. 뭐 이렇게 하면. 여기다 메모하면 되지. 거기다 쓰지 말고.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만들어줬어. 의정활동계획서는 이런 식으로 눈에 확 들어오게 만들면 돼.


김 : 이 사람은 기본 콘텐츠라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내가 손을 봐줄 수가 있었는데 너는 지금 콘텐츠가 전혀 안 되어있어. 이 상태는. 민망한 수준이야.


김 : 바로 가서 여러분은 뭘 해야 되냐면. 자. 최ㅇㅇ의 의정활동은.. 이건 글짓기 수준이야. 젊은 정당 건설. 이건 카피 수준이야. 슬로건이야. 이건 그냥 보내더라도 그냥 써줄테니까. 자, 가서.뭘 하냐면 2번하고 3번. 제목 따서. 딱딱 끊어지는 형태로. 최ㅇㅇ의 20대 의정활동 플랜. 3대목표. 3대 정책솔루션. 3대 정치실천 과제. 그러면 333이 되잖아. 그러면 사람들 눈에 쏙 들어오잖아. 눈길이 가고. 그런 식으로 가독성을 높여주라고. 시간이 없으니까 내가 이렇게까지밖에 못해주는 거야. (녹취록 전문)


  이렇게 중대한 문제가 외부로 드러났는데 더민주에서는 아직 최유진 후보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홍창선 공천관리 위원장과의 관계, 새누리당 근무 경력을 면접 전에 이미 소명했던 김규완 후보를 논란 직후 탈락시킨 것과 사뭇 다르다. 대체 최유진이 누구기에?



  최유진 후보는 안철수가 새정치추진위 추진 당시에 영입된 인사로 알려져있다. 서울대 조소학과를 졸업했고, 더불어민주당·주빌리은행·비례대표제포럼 등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영화감독이란 이력을 제외하면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부친 최병모 변호사와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라는 학연이다. 이철희 비대위원과 사제관계로 알려졌고 박영선 비대위원과의 친분도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사항)


  최유진 예비후보가 논란 끝에 사퇴했다. 하지만 문제는 최유진 하나 내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김모 국장을 공개적으로 징계하라. 녹취록을 보면 최유진 뿐만 아니라 다른 비례대표 신청자의 의정활동 계획서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천관리위원들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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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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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 소식이 전해지자 지지자들 사이 후폭풍이 거세다. 일부 지지자들은 박영선 비대위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면서 다가오는 총선에서 더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반발로 더민주 홈페이지와 전화는 먹통이 되었다. 공천이라는게 결국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누군가는 억울한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점에서 정청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이토록 거세게 반발하는데는 정청래 컷오프에 대한 최소한의 납득할만한 사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 정청래는 일잘하는 국회의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지역에 사업 따오고 유권자들 표 관리 하려고 술마시러 다니는 것을 국회의원 잘하는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청래는 국회에서 가장 의정활동을 왕성하게 한 의원 중 한명이다. 그가 대표발의한 법안 수만 194개에 이를 정도로 입법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입법 활동 뿐 아니라 이런저런 문제 있을 때 마다 그는 국민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정치인이었다. 세월호 때 당시 새정치 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유가족과 협의없이 말도안되는 합의 해주고 올 때,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있으며 24일간의 죽음의 단식을 이어나갔던 것도 정청래였다.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때도 11시간 39분간 '테러빙자법' 제정으로 피해 입을 국민들을 대변했다. 그는 늘 말과 행동으로 자신이 대변하고 있는 국민의 편에 서있었다.

 

  공천 기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계속 강조한 것이 이길 수 있는 후보였다. 선거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것은 제1의 원칙일 수 밖에 없다. 홍창선 공심위원장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정청래는 이길 수 있는 카드다. 선거는 싸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새누리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찌라시 언론들에서 정청래를 씹는 기사를 많이 낸다. 그만큼 두렵기 때문이다. 정청래가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던지는 말들과 그 말에 호응하는 유권자가 두려운거다. 그리고 정청래는 자기 지역구인 마포 을에서만 경쟁력 있는게 아니라 다른 지역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컷오프 소식에 가장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그의 지지층은 젊은이다. 젊은 지지자들은 절대로 당신네 집토끼가 아니다. 너네가 잘못하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거란 얘기다.


  사실 사건이 이토록 커지는데는 박영선이란 개인이 그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정청래와 박영선이 너무 확연히 대비되어 그 결과를 더욱 받아들이지 못한다. 박영선은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세월호 정국을 말아먹은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고, 정청래는 유가족들이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이다. 박영선은 국민의 당에 갈듯 말듯 끝까지 저울질 하다가 탈당하지 않은 사람이고, 정청래는 당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사람이다. 사실 문재인 대표가 내려왔을 때 정청래의원이 최고의원 사퇴하지 않았으면 당대표 권한을 갖는 상황이었다. 박영선은 필리버스터 정국의 마지막을 개판으로 만든 사람이고, 정청래는 필리버스터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이다. 그런데 박영선은 단수 공천 주고 정청래는 경선에 나갈 기회마저 박탈하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번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여 전화와 트위터를 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시민 필리버스터를 하기 위해 더민주 여의도 당사앞에 모였다. 그런데 그 앞을 막은 의경들의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우리가 광우병 집회, 세월호 집회, 민중총궐기 때 보던 매우 낯익은 광경. 당사를 점거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 앞에서 지지자들의 뜻을 전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그 앞 주차장마저 내어주지 않아 지지자들이 도로로 밀려나왔다.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그토록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더민주당에서 비판하던 부분 아닌가? 박영선은 'SNS에선 반대 여론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거에 흔들리면 안된다'고 말한게 이이제이를 통해 흘러나왔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지자를 대변하는 자리이다. 누구보다 여론에 귀 기울여야한다. 그게 얼마되지 않는 소수라 할지라도. 그런데 지금 박영선이, 그리고 더민주는 왜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는가?


  이름을 더불어 민주당이라고 바꿨다. 국민과 더불어 하겠다고 했다. 개뿔. 지금 당사 앞에서 모여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하는게 먼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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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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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민주당 2차 컷오프 대상이 발표됐다. 정청래, 부좌현, 윤후덕, 강동원, 최규성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특히 정청래 의원의 공천배제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더민주의 이번 결정을 비토하는 의견이 빗발치고, 더민주 홈페이지는 접속이 힘든 상태. 항의하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계속 통화중이다.


  김종인 대표는 더민주 당원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아님에도 그동안 선거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아 휘둘러왔다. 독단적인 권력 남용에도 더민주 당원 및 지지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노회한 정치력으로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과거 국보위 전력도 문제 삼지 않았고,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음에도 참았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 소식에 지지자들은 더이상 참지 않는 형국이다.


  언론들은 이번 정청래 의원 컷오프에 대해 '공갈 발언 막말 논란'을 되새김질 하기도 하고, 김한길 천정배 등 국민의당 의원들과의 통합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김종인 대표의 의도가 무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이라면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야권 지지자들이 총선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의석수를 더 가져오자는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독주를 막고 서민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마음이다.


  김종인 대표의 머릿 속에 정치판은 바둑인 것 같아보인다. 정청래라는 바둑돌을 버리고 국민의당과 합당이든 연대 등을 통해 집계에서 이기는 것이 그가 바라는 승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발하고 있는 다수의 더민주 지지자들이 바라는 승리는 아니다.


  필자는 정치판이 오히려 장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말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 왕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지도자일 때도 그랬고, 지난번 필리버스터 정국 때도 그랬다. 상대 왕을 위협할 수 없는 쭉정이 국회의원들은 허수에 불과하다.



  정청래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수차례 국회사무처 선정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국정감사 우수의원,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선정 국정감사 우수의원 등으로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의정활동을 보였다. 박영선이 여당에 꼬리내리고 말도안되는 세월호 특별법을 들고 왔을 때 세월호 유가족들 곁을 지키며 함께 단식하는 모습, 박영선이 필리버스터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때 11시간 39분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모습을 야권 지지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박영선은 단수공천으로 경선 없이 본선에 나가고 정청래는 경선조차 치르지 못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종인 대표에 이번 결정을 재고할 시간을 주려고 한다. 만약 번복되지 않는다면 김종인의 더불어 민주당은 내 마음 속에서 지울 것이다. 친노 프레임을 씌우고 몰아세우지 말라. 진짜 친노는 노무현을 마음에 묻고 아직 보내지 못한 수많은 야권 지지자들이지 몇 명의 의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친노들이 더불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정신을 차릴까?


  정청래 의원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지지하고 응원한다. 그것이 더민주 탈당이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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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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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의 공격을 막아내며 힘겹게 얻어낸 성과였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당의 계속되는 직권상정 요구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회주의자'의 허울을 벗어내고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다. 무지몽매한 국민 대다수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국가비상사태'였기 때문이다. 야당은 192시간 필리버스터 공격으로 맞섰다. 겨우 절반이 넘는 의석을 가진 정부여당이 '거대야당'에 맞서는 눈물겨운 사투는 전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3교대의 고된 노동을 하는 의장단을 응원하기 위해 국민들은 잠을 포기하고 국회tv를 시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책상을 내리치는 결기를 보여줬다. 야당은 일부 독소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테러방지법'은 성경과 마찬가지로 오류가 없는 법이기에 수정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또한 독소조항을 삭제하면 '테러방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뚝심으로 '일점 일획'도 수정하지 않은 '테러방지법'을 지켜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뛰어난 통찰력과 영도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드러나 화제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IS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배포, 한국 민간인 20여명에 대한 살해를 지시했다. '테러방지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던 시기. 우리에게 '테러방지법'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IS가 파악하고테러를 계획한 것이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최근 해킹 조직인 '칼리프사이버군(CCA)'을 동원해 자신들이 '악마의 연합국'으로 지목한 한·미·영 등 서방 5개국 23개 사이트를 해킹해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의 신상 정보 수십건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한 언론 스크랩 회사를 사이버 공격해 우리 공무원 11명과 기업 홍보팀 직원 등 민간인 9명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빼냈다. IS는 이렇게 확보한 개인 정보를 동영상에 담아 지난달 15일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유포했다. 동영상 제목은 '어디서든 그들을 발견하면 모두 죽여라'다. 17분짜리인 이 동영상은 파리 연쇄 테러(작년 11월) 총책인 아바우드 등이 등장해 인질 참수 장면을 직접 보여주며 세계 각지의 IS 지지자에게 명단에 오른 인물들을 살해하라고 선동하는 장면 등을 담고 있다. 현재 이 동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조선일보 기사)





  충격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CIA, FBI 요원의 신상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은 미국 국가기관을 해킹했다는 것인데, 우리는 언론 스크랩 회사를 해킹했다. 이것은 우리 정보기관의 보안이 미국보다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꾸민 IS의 극악무도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언론 스크랩 회사를 해킹해 민간인 20명의 극비 신상정보인 이름과 이메일 정보를 빼냈다는 것 아닌가. 정부 요인도 아닌 민간인을 상대로 테러를 계획하며 20명을 특정한 꼼꼼함에 치가 떨린다. 이메일이 공개된 이들이 수많은 스팸메일에 노출될 일을 상상하면 '자다 깨서 통탄하며 책상을 탕탕 칠 일'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 당국자는 개인정보를 해킹당한 인사들에게 이메일 주소 변경을 권고했으니.


  늦게나마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어 참 다행이다. 이제 IS에 우리도 '테러방지법'이 있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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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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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가 철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을 바라보며 우려하던 일이 결국 일어난 것이다. 좆선을 비롯한 일부 찌라시에서 안철수 탈당을 확실시 하는 기사들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아닐거라 믿었다.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 분당하면 새누리당에 압승을 헌사하게 될거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가 명분 없는 탈당을 감행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안철수에 대한 실망이 계속 쌓였지만 마지막까지 미련을 놓지 못한 탓이다. "문대표에 실망해서 탈당고민도 했지만 당원들과 국민을 믿고 내년 총선에서 백의종군하겠다"라고 발표하지 않을까 꿈꾸기도 했다. 그렇게되면 야권에서 입지가 희미해진 안철수에게도 다시 한 번 기회가 돌아올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감동을 주길 바랐다.

 

  그러나 필자의 부질없는 바람과 반대로 안철수는 탈당을 감행했다. 그는 탈당의 이유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했다. 당내 기득권 세력 (문재인 대표와 친노라고 직접 지칭하진 않았지만)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말로는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론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은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했지만 정권교체는 실패했고, 정치혁신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민의 삶도 나아지지 못했다고했다. 야당의 변화는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을 줘야 가능하다고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 했다.

 

 


  필자의 눈에도 현재 제1야당의 행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안철수의 탈당 선언문에 담긴 야권에 대한 비판에도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다. 아마 많은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하는 반혁신 세력이 문재인과 친노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국민 눈에는 하위 20퍼센트 공천 배제에 반발하는 소위 비주류라고 불리는 세력이 반혁신으로 보인다.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 신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민보다 계파 수장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것처럼 보인다. 지금 안철수 주위에 모여 문재인 대표를 흔드는 세력이 그런 사람들 아닌가?

 

  또한 국민의 삶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하기 이전에 자신은 제1야당의 전직 당대표이자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삶의 변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자신은 노동개악과 국사교과서 국정화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과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냈는가? 문재인 대표를 향한 날선 비판의 목소리 반의 반이라도 낸적이 있는지 묻고싶다.

 

  길을 잃었을때는 주위 지형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도에 점찍어놓고 여기가 내가 서있는 곳이라고 우기면서 길을 찾아나가면 지도는 전혀 쓸모 없다. 마찬가지로 누가 자기 생각을 지지하고있는지 보면 자신이 어느 땅에 발을 딛고 있는지 보인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안철수의 탈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전에 남긴 댓글들을 모아보라. 상당수가 절라디언이니 홍어니 하는 말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일베충임을 쉽게 확인할 수있다. 어느 언론이 지금 잔치를 벌이고 있는가? 좆선을 비롯한 수구 언론들 아닌가. 이들이 안철수의 탈당을 반기는 것만 보더라도 현재 안철수가 어느 곳에 서있는지 자명해 보인다.

 

  안철수는 한때 야권의 아이콘이었다. 정권교체를 바라던 국민의 염원이자 희망이었다. 안철수는 아직 그때를 살고있는 것 같다. 자신이 바라보고있는 풍경 변화를 깨닫지 못한채 문재인 탓만한다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던 그때로 돌아 갈 수 없음을 더 늦기 전에 깨닫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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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약돌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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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자이언츠가 다시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 스타인 손아섭 선수 부친상에 대한 뒷 이야기 때문이다. 동희의 야구인에 따르면 지난 6월 평소 지병을 앓고 계시던 손아섭 선수 부친의 병세가 악화되었다. 7월 초에는 병원측으로 부터 '아버지의 병세가 매우 위중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설명을 들었다. 팀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고민 중이던 손아섭 선수는 코칭 스태프에 "아버지 병세가 매우 위중합니다. 아버지 옆에서 잠시만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라고 어렵게 요청했다. 처음엔 "심사숙고해보자"던 코칭스태프는 전반기 막바지라는 점을 들어 "아버지 병세가 정말 악화됐다라고 판단했을 때 그때 가보는 게 어떻겠냐"며 손아섭을 설득했다. 결국 손아섭은 계속 출전을 강행했다. 14일에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듣고 다시 한 번 코칭스태프에 요청했으나 코칭스태프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손아섭은 16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나서야 아버지가 계신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그의 부친은 다음날인 17일 둘째 아들 손아섭이 지켜보는 사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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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간판 타자 손아섭. (출처 = 박동희의 야구인)

  이 이야기가 전해지자 야구팬들 사이 비정한 롯데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행히 임종을 지킬 수 있었지만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에서 손아섭 선수가 얼마나 안절 부절 못했을지.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고작(?) 야구 경기 때문에 뺏은 롯데 자이언츠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다. 더구나 빼어난 성적과 구김살 없는 성격으로 많은 팬들로 부터 사랑을 받는 손아섭 선수와 10개 구단중 가장 욕을 많이 먹는 롯데 자이언츠 사이의 사건이라 롯데 자이언츠에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욕 먹는건 당연하다. 손아섭 선수가 없으면 경기를 못하는 상황도 아니다. 야구는 팀 경기다. 손아섭 선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아무리 크더라도 제한적이다. 만약 손아섭이 뛰지 않아서 한두경기 더 지더라도 손아섭에게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을 주는게 구단 이미지에도 팀 사기에도 좋다. 게다가 올 시즌 후 FA로 시장에 풀리는 손아섭이다. 어려운 순간에도 선수를 먼저 생각하는 구단이라는 점을 강조 했더라면 CCTV 파문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구단 이미지와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롯데 자이언츠는 참 이런걸 못한다.

  다만, 롯데 자이언츠만 욕 먹는건 안타깝다. 동희의 야구인』에서도 밝히듯, 이건 롯데 자이언츠라는 악마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님이 위독하시거나 아내가 아이를 출산할 때 거의 모든 선수가 속으로 끙끙 앓을 뿐 가족 옆으로 갈 수 없는게 KBO리그의 현실이다. 손아섭 선수 처럼 간판 선수는 팀 성적과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임시 휴가를 받지 못한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임시 휴가를 신청하지도 못한다.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는 건 외국인 선수들 뿐이다.

  이런 일은 KBO리그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쉽게 발견된다. 법에서 정한 연차 휴가를 쓰면서 상사와 선배 눈치 보는 건 직장인에게 일상이다. 자신이 할 일을 마치고 나서도 부장님이 퇴근하지 않아서 집에 가지 못하고 눌러 앉아 있는 것도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인 출산, 육아휴직을 다 쓰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종종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사람에게는 팀 생각은 안하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 개념 없는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비정규직은 그런 선택지도 없다. 이런 현실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욕 할 수 있는가? 롯데 자이언츠를 악마로 만들고 욕하는건 가장 쉬운 일이다. 어쩌면 자신에게 일어나는 불합리한 상황에 맞서 싸우기를 포기한 채 롯데 자이언츠에 자신의 분노를 쏟아 내고 있는 건 아닐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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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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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앞, 높다란 빌딩 숲 뒤편 그늘진 마을 동자동 쪽방촌. 동자동 쪽방촌은 전국의 쪽방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거주민만 1100명이 넘는다. 이 조그마한 동네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은 쪽방이라는 기형적인 주거형태 때문이다. 쪽방이란 한국 전쟁 후 생긴 주거형태로 여인숙 주인들이 손님을 더 받기 위해 방을 여러 개로 쪼개 장사를 한 것이 그 유래다. 수많은 인파가 서울역 앞을 오가지만 그들의 존재조차 모른 채 지나간다. 하지만 분명 그 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동자동 쪽방촌을 찾아갔다.



  다시 찾은 동자동엔 기대감과 불안감이 뒤섞여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내쫓길 위험에 처했던 9-XX번지의 주민들은 다행히 아직 동자동에서 살고 있다. 집주인이 건물 개보수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 아시바를 설치하겠다고 예고했지만, 강행하지는 않았다. “언론과 시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집주인이 전향적으로 나왔다. 현재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9-XX번지 주민들은 말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주민들은 집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었다. 창문조차 없는 좁은 방에서 하루 종일 혼자 갇혀 있기에는 너무 갑갑하다. 추운 겨울에는 어쩔 수 없이 방에서 지내지만, 겨울이 지나면 집에서는 잠만 자고 밖으로 나온다.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낸다. 날이 따뜻해지면 방을 빼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동자동 초입에 위치한 새꿈 어린이 공원에는 주민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따뜻한 볕을 쬔다. 한 쪽에서는 동네 어른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 훈수를 두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자리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부대끼며 살다보니 다툼이 잦은 것도 사실. 이른 시간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벌써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운 주민도 보인다. 술자리에선 사소한 말다툼이 멱살잡이로 번지기도 한다. 한 쪽에서는 외상을 주지 않겠다는 슈퍼마켓 주인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싸움을 말리기는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눈치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각자 집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며, 이웃과는 어색한 눈인사만 할 뿐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아파트촌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강모(62.)씨는 21년 전에 동자동 쪽방촌으로 들어왔다. 중간에 두 번 다른 동네로 떠나기도 했지만 결국 동자동으로 돌아왔다. 강 씨는 부산시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신문을 팔고, 구두를 닦았다. 그러다 열아홉 살 때 서울로 올라오게 됐다. 아직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던 시절이었다. 영등포에 자리를 잡은 강 씨는 여의도 비행장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중국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배달을 하기도 했다. 요즘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했다.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돈을 모을 수는 없었다.


  강 씨는 평생 밑바닥 인생을 살았다. 가방끈이 짧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었다. 사회 전체가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없는 사람들은 더 어려웠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번듯한 직업을 갖고, 열심히 돈을 모아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계속 밀려났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고향에서는 고무공장에 취직해 일을 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그 빈자리가 감당하기 힘이 들었다. 결혼생활도 실패로 끝이 났다. 그동안 일을 해 번 돈을 가지고 다시 상경하게 됐다. 함께 올라왔던 친구를 따라 방세가 싼 동자동 쪽방촌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동자동에 자리를 잡은 것이 21년 전. 그 사이 강 씨는 이 동네를 두 번 벗어났다. 그동안 모은 돈을 밑천 삼아 친구와 함께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에서 그에게 일을 맡기는 이는 적었다. 처음 하는 사업이다 보니 어리숙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 사기를 당해서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그리고 다시 동자동으로 돌아왔다. 태안화력발전소 공사에 인부로 일을 하러 갔지만 신체검사에서 떨어져 동자동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또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현재 강 씨는 동자동 희망나눔센터 1층 커피숍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강 씨가 내민 명함에는 예비 바리스타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정식 학원에서 자격증 딴 것은 아니고 대충 배워 수료증만 받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취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예비 바리스타라고 적었다. 바깥에 커피 전문점에 가면 커피를 비롯해 생과일 쥬스까지 수십 가지 메뉴를 팔고 있다. 우리는 달란 열 가지 정도의 메뉴만 판매한다. 메뉴에 있는 몇 가지만 만들 줄 안다고 말했다. 부끄러워하며 말했지만 일을 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내심 자랑스러운 눈치다.


  강 씨의 한 달 수입은 약 100만원 정도. 자활근로를 하거나, 기초생활 수급을 해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수입이 50만원을 밑도니, 쪽방촌 주민들 중에서는 여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그는 길거리를 지나가다 햄버거 하나를 먹고 싶단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몇 번을 망설이다 그냥 돌아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언제 돈을 쓸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강 씨는 동자동을 떠날 꿈을 아직 꾸고 있다. 100만원 남짓의 수입의 일부를 떼어 주택부금을 넣고 있다. 방세를 내고, 주택부금을 넣고, 이래저래 생활비로 사용하면 남는 것이 없다. 올해 담뱃값이 껑충 뛰면서 40여년간 피웠던 담배도 끊었다. 술은 아직 끊지는 못했지만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국 동자동을 떠나지 못할 수도 있다. “요즘 집값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1억은 우스운 돈이더라. 현재 버는 수입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도 10년이 걸린다. 결국 우리 같은 사람은 갈 곳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강 씨가 일을 하고 있는 희망나눔센터는 한 기업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주민 복지시설이다. 원래 있었던 목욕탕 건물을 5년간 임대해 주민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동자동 회원증이 있으면 샤워시설과 빨래방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커피숍의 음료는 1500원에서 2900원까지 가격이 다양하지만, 회원들에게는 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조모(60.)씨는 희망나눔센터에서 자활근로 활동을 하고 있다. 몸이 건강할 때는 인근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기사로 일을 했다. 그 때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당뇨로 건강이 좋지 않아진 조 씨는 기초생활 수급을 받아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지난 해 수급대상자에서 탈락됐다. 몸이 아프니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다. 몇 달간 방세를 못 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동자동 희망센터에서 자활근로를 하게 됐다. 빨래방과 샤워실 청소를 비롯해 세제, 비누 등을 챙기는 것이 조 씨의 몫이다.


  자활근로는 하루에 6시간씩 3교대로 돌아간다. 하루 6시간을 일하고 조 씨는 약 5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겨우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돈이다. 20여만원의 방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한 달을 생활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아끼려 해도 써야할 돈이 있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하고, 옷도 사야한다. 쪽방은 난방비나 전기세를 따로 내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노후대비란 조 씨에게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조 씨는 주로 무료급식을 이용한다. 동자동은 전국에서 가장 큰 쪽방촌으로 그 수가 1100명에 이른다. 맞은편 서울역에 노숙자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무료급식을 하는 곳도 다양하다. 5분 거리에 인정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만나샘 급식소가 있다. 다시서기 상담센터는 서울역 쪽에서 무료급식을 나눠준다. 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에서 후원을 하고 있다. 어버이날, 추석, 설 때가 되면 양말 한 켤레라도 나눠주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진다. 쌀이나 김치 등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조 씨는 그렇게 나누는 손길들 덕분에 살아갈 수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또한 동자동은 워낙 쪽방 거주민들이 많이 모여있고, 서울의 중심지에 있어 후원을 많이 받는다. 전국에 쪽방촌들이 있다. 다른 쪽방촌들도 우리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관심이 부족한 지역은 더 힘들다고 쪽방촌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쪽방촌은 현대 도시민들의 삶의 모습과 다르다. 현대인들은 아침부터 바쁘게 일터로 이동해 하루 종일 일하고, 해가 저물고 나서야 돌아오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고, 반상회 때나 한 번 얼굴을 마주친다. 교류가 없는 만큼 부딪힐 일도 잘 없다. 층간 소음 문제나 쓰레기 처리 문제 등 문제가 발생할 때 얼굴을 붉힐 따름이다. 이곳 쪽방 사람들의 삶은 달라 보인다. 매일같이 치고 박고 싸운다. 서로 욕을 한다. 그렇지만 또 화해한다. 동네 사람들끼리 정답게 인사한다. 동자동을 들여다보며 이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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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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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선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9년만이다. 전교조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전교조 법외노조화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변성호 위원장은 삭발·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중앙집행위원과 시도지부장 24명도 삭발을 했다. 지난 10일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 111명이 청와대 게시판에 실명으로 정권퇴진 선언을 올리기도 했다. 전교조송재혁 대변인을 만나 연가투쟁에 나선 자세한 이유와 주장을 들어봤다.


전교조 송재혁 대변인


 

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었지만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지난 1년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정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상 규명은커녕 이를 방해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진상규명을 통해 유가족을 위로해야할 정부는 오히려 유가족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의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들 뿐 아니라 노동자, 서민, 공무원들을 적으로 내몰고 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도 모자라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임금을 주면서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획책중이다.


  평생을 국가에 헌신한 교사·공무원들을 배신하고, ‘세금도둑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 또한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법외 노조화 하려는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들이 선생님들로 하여금 반발하고 저항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교육부는 연가투쟁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전국 초··고교에 공문을 보냈다. 학교장에게 교사들의 연가투쟁을 위한 휴가와 조퇴를 승인하지 말라는 것이다. 승인할 경우 학교장도 징계하겠다고 협박했다. 9년 전 연가투쟁을 했을 때도, 그 이전에도 똑같은 공문을 보냈었다. 정부가 전교조의 합법적인 투쟁을 방해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그것은 그들의 오판일 뿐이고 연가는 법으로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다. 연가 낸 뒤 그 시간을 어떤 목적으로 쓸 것인가는 개인적 선택의 영역이다. 교육부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사항이 아니다. 연가 사유까지 검토하여 허가, 불허를 가리는 것은 정부와 학교장의 도가 넘는 월권이자 직권 남용이다.

 

연가투쟁에 참여하는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동요하지 않는가.

  이전에도 연가투쟁으로 인해 전교조 조합원들이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연가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따라서 전교조 선생님들은 당당하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정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행동할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투쟁 원천 봉쇄를 위해 조합원투표가 불법이라는 이례적인 공문까지 현장에 내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연가투쟁 조합원 총투표를 성사시켰고 63% 투표, 67% 찬성으로 연가투쟁을 승인했다.

 

연가투쟁이라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었나.

  연가투쟁을 하게 만드는 것은 전교조의 호전성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불통성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요구를 표현해왔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대규모 주말 집회도 열었고 서명도 했고 선언도 했으며 리본도 달았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정부는 전교조와 대화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소통 부재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교조의 판단이다.

 

일각에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교조의 연가투쟁 때문에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개인적 사유로 연가, 병가, 조퇴를 내거나 공무상 출장을 가는 등 학교를 비우게 되는 건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교사들도 아프면 병가를 내고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연가를 낸다. 어떤 사유로든 교사가 자리를 비울 경우에는 시간표 조정이나 다른 선생님이 대신 수업하는 등 조치를 취하여 수업에 결손이 없게끔 늘 조치되고 있다.


  이번에 만약 수업 결손이 생겨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면 그 책임은 전교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 개개인의 연가를 모조리 불법으로 규정하고 교장들이 연가를 승인하지 못하게 막은 교육부가 져야 할 것이다. 연가를 승인하지 않으면 수업 시간표 조정이나 대체 수업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려워지니, 애초 교육부의 공문이 문제인 것이다.


  연가를 승인하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상적으로 수업은 진행될 수 있다. 정부가 연가를 불허하면서 학생의 학습권 운운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정부가 공무원들을 세금도둑으로 몰며 공무원 연금을 손보겠다고 나섰다.

  현재 공무원 연기금은 적자상태가 아니다. 미래에 예상되는 적자를 과도하게 부풀려 호도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 때문에 국가 재정이 거덜나는 것처럼 정부가 나서 대대적인 선전 작업을 하고 있다. 공무원 연기금이 열악해진 것은 오히려 정부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연기금을 전용해서 다른 곳에 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반성하고 공무원들에게 사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가 오히려 공무원들을 세금도둑으로 매도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적반하장이란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평생을 살아온 교원들과 공무원들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 연금은 후불임금의 성격이 강하다. 과거 정부는 공무원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그 대신 연금을 약속했던 것이다. 이제 와서 기여금을 더 내고 연금은 줄이겠다는 것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공무원의 약속, 계약 관계를 일방적으로 깨뜨려 하는 것이다. 거짓선전까지 동원해가며 말이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또한 공무원 연금 문제는 단순히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연금을 하향시키면 국민연금도 하향될 것이 뻔하다. 지금까지 이 둘은 서로 상대방을 깎아먹는 근거로 이용되어 왔다. 공무원 연금 뿐 아니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모든 공적 연금 전반의 후퇴를 막겠다는 것이 전교조의 목소리다. 국민 모두를 위한 투쟁인 것이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춰야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부의 속내는 공무원연금을 하향시켜서 국민연금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장은 거꾸로 국민연금을 상향시켜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맞추자는 것이다. 형평성이란 말은 같지만 방향은 정반대인 것인다.


  전교조는 이번 연가투쟁을 통해 중요 복지제도의 하나인 공적연금을 강화시키려 한다. 따라서 단순히 공무원 자신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이 점을 시민들께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여하튼 정부가 이렇게 대대적인 왜곡 선전을 벌여 국민과 공무원을 이간질하고 일방적으로 연금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으면서 한 편으로 무슨 기구나 협의체를 만들어 공무원 당사자와 협의하자고 하는 것은 기만행위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교육은 변화하고 있나.

  세월호 참사 직후 교육계에 커다란 반성이 이어졌다. 서로 경쟁하고 경쟁에서 낙오한 친구를 돌아보지 않게 하는 잔인한 경쟁교육은 근본부터 바뀌어야한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위한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다.


  안타깝게도 참사 이후 나왔던 반성은 잠시 메아리 쳤을 뿐 교육 현실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교사나 학교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우리 교육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할 입시경쟁 중심 서열화 교육 체제가 여전히 공고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누구는 교통사고였다고 망발을 하던데,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안전문제가 아니다. 안전교육을 강화하자는 요구들은 세월호 참사의 껍데기만 본 결과다. 사람을 수단으로 간주하고 이윤을 위해서라면 안전을 포함하여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희생시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풍토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달리기를 멈추고 왔던 길을 되돌아 봐야 한다. 우리 사회가 과연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윤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모해야한다. 이것이야말로 세월호의 비극이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침몰하는 사회를 구하려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 중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에 있다. 이 부분에서 전혀 진전이 없기 때문에 이 사회의 침몰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진실을 세월호와 함께 묻어버리려는 박근혜정부의 태도가 가장 문제다. 하루 빨리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새로운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범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최저시급 1만원 등 노동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전교조의 연가투쟁은 민주노총 총파업의 일부다. 교사들은 최저시급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노동문제를 좌시할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는 우리 제자들이 빠르면 1년 후 직면할 문제다. 우리는 제자들이 모두 사회에 나가 저마다 사람답게 존중받으며 살기를 바란다.


  ‘최저시급 1만원은 노동자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을 지불하라는 요구다. 재벌과 기업과 부자들이 탐욕을 버리고 조금씩 양보하면 가능한 일이다. 대다수 청년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뼈 빠지게 일하면서도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다.


  정부는 노동 유연성이란 이상한 이름으로 이미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했다. 결국 기업이 노동자를 쉽게 소비하고 버리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미 왜곡되어버린 노동시장을 노사정이라는 기만적인 틀을 통해 더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 양보할 게 없는 노동자에게 무엇을 더 양보하라는 것인가. 그만 좀 하고, 비참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해달라는 것이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주장이다. 최저 임금 1만원과 노동기본권 문제는 우리 제자 대부분이 조만간 직면하게 될 현실의 문제이므로 교사로서 두고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지난해 법외노조 판결이 나왔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정부가 해고자 9명을 조합원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빌미 삼아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를 노조 아님통보했다. 전교조가 없어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현재는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이 문제는 현재 고등법원의 2심에 계류 중인데 헌법재판소에서 해고자의 조합원 지위에 관한 문제의 법조항에 대해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정부의 전교조 탄압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법외노조화 시도는 매우 야비한 발상이다. 그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해고자 조합원들은 개인의 과오나 위법행위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전교조 탄압에 따라 해고당했던 것이다. 당연히 노동조합으로서는 조합원으로 인정해야한다. 정부는 당연한 것을 실정법 위반으로 걸어 조합원의 지위에 대한 전교조의 규약을 시정하라고 부당한 압박을 했던 것이다.


  전교조는 20136월 굉장히 의미 있는 투표를 했다.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수용 여부를 묻는 총투표였는데 놀랍게도 투표율 80.96%, 거부한다 68.59%의 결과를 얻었다. 나도 무척 놀랐다. 그리고 자랑스러웠다. 다른 노동조합들이 칭찬했다. 차라리 법외노조를 감수할지언정 해고 동지들을 내치지는 못하겠다는 비장한 결의가 전국의 조합원들로부터 나왔던 것이다. 투표 다음 날 전교조가 법외로 가기 일보직전인 상황에서도 조합원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와 웃음이 넘쳐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비상식적 판단을 해서 문제의 노동법을 합헌 판결하면 정부를 이를 빙자하여 다시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추진할 것 같다. 그렇지만 국제사회는 이런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교육 시민 단체인 글로벌 캠페인 포 에듀케이션(Global Campaign for Education, GCE)’이 지난 2월 말 세계 총회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 철회를 한국 정부에 촉구했고, ‘국제교육연맹(EI)’도 같은 입장이다. 국제사회에서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이제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비판하는 전교조가 늘 껄끄러울지 모르지만, 비판의 허용과 수용은 민주사회의 상식이다.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전교조는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지난 9일부터 변성호 위원장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중앙집행위원과 시도지부장 24명도 삭발을 했다. 삭발과 단식은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의사 표현 방법이다. 과격해 보일지 모르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만큼 그 순수성이 존중되면 좋겠다. 더욱이 그 목적이 공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료들과 시민들의 공감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원장의 건강은 현재 크게 나쁘진 않지만 날이 갈수록 힘들 것이다. 꽤 장기간의 단식을 각오하고 계신데 걱정이다. 박근혜정부가 태도를 바꾸는 것만이 전교조의 투쟁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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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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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오는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총파업 일정에 맞춰 연가투쟁을 결의했다. 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서게 된 것은 9년만의 일. 전교조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전교조 법외노조화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은 지난 9일 삭발을 하고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을 시작한지도 벌써 2주가 넘었다. 언론들은 전교조의 투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상황이다. 변 위원장은 그 사이 조금 수척해졌다. 박박 깎은 머리카락은 제법 자랐다. 2주간의 단식으로 컨디션이 좋지는 않은 상태.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말을 하기도 힘이 든다. 육체적으로 힘든 가운데서도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국회의사당 인근 국민은행 앞에 설치한 전교조 농성장으로 찾아가 변성호 위원장을 만났다.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




단식 2주째다. 건강은 어떤가.

  건강검진을 받았다. 당이 조금 떨어진 것 외에는 큰 문제는 없다. 굶다보니 힘이 조금 없다. 오래 말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가족들이 걱정 많이 하겠다.

  물론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데 가족들보다도 우리 조합원들이 더 염려하는 것 같다. 이번 4월 국면이 쉽지 않은 시기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자 단식까지 하게 됐다. 그 마음을 함께하는 조합원 동지들이 가장 잘 이해하기에 격려와 지지를 해준다.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싸워주고 있는 덕분에 버텨올 수 있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리를 펴고 1인 시위 겸 홍보를 하고 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잘 수가 없기 때문에 국민은행 서여의도 영업부지점 앞에 농성장을 차렸다. 농성장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일정이다. 위원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농성장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 기자회견을 해야 할 일도 많고, 전교조 회의, 연대단위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농성장을 비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전교조 식구들이 교대로 농성장을 지켜준다.

 

봄이라고 하지만 밤에는 여전히 쌀쌀하다.

  낮에는 농성장에 앉아만 있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러다가 밤에는 추워진다. 비 오고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한겨울 같다. 그래도 함께하는 조합원들이 있어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단식농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전교조는 오는 24일 연가투쟁을 결의했다. 시기적으로 민주노총 총파업과 함께 하고 있다. 노동자·민중의 삶을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모는 박근혜 정권의 정책에 대해 함께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투쟁의 의지를 보이고,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려는 것을 저지하려는 절박한 마음 때문에 단식농성까지 하게 됐다. 농성 기간은 국회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오는 24일 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선다.

  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서며 내세운 목표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및 공적연금 강화하는 것이다. 후불제 임금의 성격이 강한 공무원 연금을 삭감하는 것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다. 또한 공무원 연금이 개악되면 필연적으로 국민 연금 등 공적연금 전체가 후퇴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의 노후를 국가가 책임져야한다는 입장에서 공적연금을 강화해가는 방향으로 공적연금 전체를 개혁해야한다.


  두 번째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화 시도를 저지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그동안 교육공무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에 맞서서 흔들림 없이 싸워왔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해고자 9명을 조합원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빌미 삼아 전교조를 노조 아님통보했다. 현재는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해고자의 조합원 지위에 관한 문제의 법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해야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꽃 같은 아이들, 동료 교사들, 무고한 시민들이 수장됐다. 희생된 학생들이 꼭 내 제자들 같았다. 교사들을 보며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아이들을 무사히 인솔할 수 있었을까 고민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달라져야한다.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평등한 사회가 되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상규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진상규명을 통해 잘못한 사람은 처벌해야한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세월호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언론의 관심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이제껏 전교조의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 제대로 전달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무시해버리거나 왜곡하기 일쑤였다. 이번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전교조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주는 언론들이 별로 없다. 이번 투쟁은 전교조뿐만 아니라 민주노총과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동참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절대다수인 노동자와 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 사회의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고민해야한다.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어려운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특히 소수의 특권층을 제외한 절대다수의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질 것이다. 근본적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언론이 수행해야한다. 언론의 제대로 된 목소리 전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아쉽다. 아쉽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힘들고 지치진 않나.

  못 먹었으니 힘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함께 뜻을 모아주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 24일 연가투쟁에서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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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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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민주노총은 처음으로 조합원들의 직선제로 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선거 결과 쌍용차지부 한상균 지부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취임 후 4개월민주노총 총파업, 노동절 궐기 대회 및 이후의 투쟁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한상균 위원장을 만났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에 취임한 지 4개월이 됐다. 어떻게 지냈나.

  임기 시작한 첫 날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바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사무실 바닥에서 자면서 지냈다. 처음이라 여러 가지 배울 것도 많고,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다녀야할 현장도 많다. 게다가 위원장직을 맡은 첫 해에 총파업을 피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다. 총파업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몸이 몇 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

 

민주노총 직선제 1기 위원장이다.

  민주노총이 직면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잘 되기 위해 조합원들이 스스로 직선제를 선택했다. 잘 싸워야 할 때라고 판단해서, 조합원들이 현장 출신인 저를 지지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세월호 유가족들과도 함께하고 있다.

  1년이 지났지만 밝혀진 것이 없다. 현재 진실을 밝히면 참사의 책임을 정부가 면치 못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1년째 아무 진전 없이 끌고 오고 있는 것이다. 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소득이 3만불, 4만불 된다고 해도 한국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충격과 트라우마가 전혀 해소가 되지 않는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꾸 미룰수록 정부의 책임이 많다는 것을 국민들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들, 노동계까지 함께해서 진실을 밝히는 투쟁을 함께 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가 침몰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2000만명이다. 좋은 일자리를 갖고 가정을 꾸리고 내일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못된다. 직장을 떠나야하고, 비정규직으로 1.7년마다 재계약을 하며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비참한 악순환을 정부는 더 공고히 하려고 한다. 재벌만을 위하는 정책이다. 노동자의 삶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회는 침몰하고 만다. 그런 면에서 우리 노동계는 거대한 세월호에 승선해 침몰하고 있다.


  산재사고도 세계 1위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연일 터지고 있다. 가스가 폭발하고, 무너지고 이런 문제들은 정부가 관련 규정들을 보완해야할 책임을 갖고 있지만 손을 놓고 있다. 재벌들의 반발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굴뚝에 올라가고, 자살을 해도 어느 현장에도 국가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이런 국가가 노동자들을 위해 필요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노동현장은 침몰하는 세월호와 다르지 않다. 함께 아파하고 행동할 것이다.


24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한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공무원 연금개혁, 노동시장 개혁, 교육 개혁, 금융 개혁이다. 실제적으로 전 부분이 노동자·서민과 관련이 있다박근혜 정부는 노동자 서민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천명했다. 노사정 합의라는 것은 신뢰를 가지고 해야 하는데, 시간을 정해놓고, 가이드라인을 다 정해놓고 협상테이블에 앉으라고 했다. 노동자들더러 들러리를 서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협상이 아닌 협박이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협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들어간 노사정 협상은 예상대로 결렬이 됐다. 노동자들이 받을 수 없는 조건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노사정위가 이번처럼 파행으로 치달은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과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기업이 마음대로 해고를 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다. 해고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노동조합과 무관하게 언제든지 해고를 할 수 있는 해고 면허를 달라는 주장이다. 단순하게 고용 유연화의 목적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무력화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해고를 통해서 정부와 사측이 주장하듯 고용창출과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가능한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법안을 냈는데,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법이다. 전 국민을 비정규직화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파견 기간을 2년으로 하고 있다. 처음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 때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평균 1.7년이 되면 계약해지를 하고, 재계약을 한다. 비정규직은 10년을 근무하나 20년을 근무하나 처음 입사할 때 받는 급여를 그대로 받는다. 비정규직들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내놓은 대책이 기간을 4년으로 늘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파견 업종을 넓혀서 불법파견이라는 재벌의 고민을 해결해주려 하고 있다. 순전히 재벌들만을 위한 정책들로 나열돼있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총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소득 양극화 문제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또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정당성을 놓고 논의하려했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그래서 예고한대로 대의원 전체 결의를 통해 총파업을 결의하고, 조합원 투표를 해서 84%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


 

총파업에 돌입하는 24,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에 없다.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 지난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절규가 가슴 찢어질 정도로 아프다.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부는 오히려 진상규명을 방해했다.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으로 결국은 객관적인 조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뭔가 구리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위로하기는커녕 유가족들을 탄압했다.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할망정 최루액을 뿌려댔다. 불의한 정부들이 할 수 있는 선택들은 폭력적인 공권력으로 분노하는 민심을 짓누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기 전에 지시하고 떠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 단면이 세월호 주말 집회에서 드러났다.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 100여명을 연행했다. 특공작전을 방불케 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대포, 소화기, 최루액까지 동원해 폭압적으로 시민을 막는 모습이 군사 정부 때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나라가 온통 성완종 게이트로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정부의 실세들의 이름이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대통령의 부재시 그 역할을 대행해야하는 현직 국무총리도 그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고 결국 사퇴했다. 그들의 부패한 권력의 민낯이 다 드러났는데, 이보다 더 큰 일이 무엇이라고 외국으로 나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무원 연금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연금을 지급하는 기간이 늘어나서 적자다. 연금 지급액을 하향조정하지 않으면 세금으로 충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부가 주기로 약속했던 연금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가 주장하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공무원 연기금은 적자상태가 아니다. 미래에 예상되는 적자를 과도하게 부풀려 호도하고 있다. 또한 연기금이 열악해진 것도 그동안 정부가 전용해서 다른 곳에 썼기 때문이다. 반성은 하지 않고 그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또한 공무원 연금은 후불임금의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많지 않은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했다. 그 대신에 미래의 연금을 약속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연금을 깎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다. 때문에 100만 공직 사회가 공무원 연금 개혁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공무원연금을 하향조정하면, 다음 차례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일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노인 자살율과 빈곤율이 상당히 높다.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반대로 하려고 한다. 공적연금을 후퇴시키고, 민간보험의 시장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민주노총은 국민 모두의 노후를 국가가 제대로 책임져야한다는 수준에서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정부는 56일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공무원 연금 개혁을 마무리해야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는 공무원을 세금 도둑으로 매도하며 국민과 반목하게 할 때가 아니다. 부패 정부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는 일에 매진해야할 때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이른바 사자방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국민 혈세를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해서 수십조원의 손실을 끼쳤다. 앞으로도 얼마가 더 낭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4대강 사업을 한다고 수십조를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했다. 이런 문제들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한다. 그리고 반성하고 다시는 세금이 이런 식으로 낭비되지 않도록 국가를 운영해야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엉뚱하게도 비난의 화살을 공무원에게로 돌리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을 받아야 월급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최소한 월급을 받아서 살림이 가능한 수준을 명시해야한다. 그래야 희망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뼈가 빠지게 일하는데 빚만 늘어나고 살 수가 없으면 누가 희망을 갖겠나. 국민의 일자리와 삶에 대해서 자본이 착취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감시하고 책임져야한다. 하지만 현재 국가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저임금은 자본이 가장 적게 줄 수 있는 수준을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최저임금이 아니다.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생활을 할 수 있어야한다.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가고, 레저 생활을 즐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자녀들 교육비 때문에 마음 상하지 않을 수준은 돼야한다.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어야한다. 추우면 옷을 사 입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도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은 최소한 1만원은 돼야한다.


  우리는 여전히 558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처럼 조금씩 인상해서, 내년에 6천원 그 다음해 6천 몇 백원 이런 식으로 인상하면 1만원이 되는 데까지 20년 더 걸리게 생겼다. 서민층의 절대 다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영업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 자영업도 희망이 없다. 2년 안에 폐업하는 곳이 7080%. 더 수렁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가계부채는 천정부지로 늘어난다. 이런 것을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조금만 생각 있는 정부라면 적극적으로 견인해야할 문제다. 그래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민주노총 총파업의 4대 의제로 걸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양극화 문제는 재앙적인 문제다. 현존하고 있는 사회 문제 중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문제라고 다들 지적하고 있다. 과거 정부들은 경기 부양책을 통해 재벌기업들이 성장하면 낙수효과를 통해 서민들이 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허구로 드러났다. 서민들의 삶은 팍팍한데, 재벌의 곳간에는 돈이 차고 넘친다. 재벌들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재벌들이 10%만 투자를 하면 현재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재벌을 통한 경기부양책 이외에 정부가 내놓는 방안이 없다는 것은 이 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도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앞 다투어 최저임금 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에 우리보다 더 높은 인상률로 체결한 주가 많다. 미연방정부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독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과거 일본도 우리같이 재벌을 통한 경기부양을 주장했지만 실패했다. 유럽이나 동남아의 경우에도 앞 다투어 최저임금 인상을 하고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해야한다.


총파업 4대 의제에는 또 어떤 것이 있나.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허락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자기의 노동의 권리를 노동조합을 통해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못한 곳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노동 3권은 헌법으로 보장돼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특수고용직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공무원이나 전교조의 경우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천만 장그래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자기 권리를 찾아야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그 발판을 마련하기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일엔 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노총이 들어간 노사정위가 결렬되니까 정부 주도의 가이드라인과 시행령을 통해서 일반해고 완화, 임금체계 개편, 취업규칙 변경 기준 완화 등을 밀어붙였다. 노동자들의 동의는 전혀 구하지 않았다. 노동부 장관이 자기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100인 이상 사업장들에게 이것을 노사관계에 적용하지 않으면 지도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이런 것은 노사관계를 침해하는 직권남용이다. 그래서 지난 20일 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동부 장관을 고발할 정도로 정부의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이번에 막지 못하면 앞으로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방법이 없게 될지 모른다.


  단체협약은 노사간에 협상을 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규정해놓는 것이다. 이런 것까지 정부가 일일이 관여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노사간에 스스로 맺어왔던 자유권을 정부가 박탈해버린 것이다. 이것을 막아내지 못하면 노동조합은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없으면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은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정부가 현재의 반노동 정책과 노동탄압 정책, 노동악법을 계속적으로 밀어붙인다면 투쟁 수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2015년이 숨 가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총파업에 이어 51일 노동절 궐기대회가 있다. 노동자와 분노하는 서민들이 함께 침몰하는 한국 사회를 견인하는 결의를 하고, 투쟁들을 배치할 것 같다. 5월과 6월 투쟁부터 11월 하반기 투쟁까지 긴 투쟁이 될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가 바뀌지 않는다면 11월에는 전 민중들이 하나로 총궐기를 해서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친재벌 정책들을 바꿔나가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과 연대투쟁에 나설 계획인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협상에 들어갔다가 결국엔 결렬이 됐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합의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한국노총과 긴밀하게 논의를 해오고 있다. 한국노총도 5월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서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연대와 공동투쟁을 진행할 것이다.


  현재 산업부분별로는 공공부분은 공공부분대로, 제조업은 제조업대로, 연금투쟁하는 단위들은 연금투쟁하는 단위별로 공동투쟁을 이미 결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반노동 정책을 계속적으로 밀어붙일 경우에는 좀 더 긴밀하게 공동투쟁을 이어가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당장 앞으로 다가온 5월 투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더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사업장들의 상황은 어떤가.

  힘든 투쟁을 하고 있는 사업장이 너무 많다. 문제가 없는 사업장이 없다고 할 정도다. 부산에서는 택시노동자들과 생탁 노동자들이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천 하이디스 공장의 경우에는 먹튀 자본이 기업을 폐업하겠다며 전원 해고통보를 했다. 삼척의 동양시멘트는 불법 파견으로 확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약해지를 하면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자본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쌍용차에서는 정리해고자들이 사측의 손배가압류에 맞서 최선을 다해 투쟁하고 있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4대 개혁 중 하나에 교육이 포함되어있다. 교육개혁의 중심은 대학이다. 학과를 통폐합하고, 서열화를 해서 지원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학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교수, 비정규교수를 비롯한 대학노조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울산 과학대, 연세대 송도 캠퍼스를 포함한 전국의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다이외에도 간접고용노동자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 기륭전자, 복수노조를 악용해 노조를 탄압하는 유성기업, KCC, 발레오만도, 서울시 청소 노동자들, 여성연맹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요구들을 다 묶어서 총파업의 구심으로 해서 힘 있게 기세를 높일 것이다. 각각의 노동자들이 개별적 전투에서는 깨질 수도 있고, 처절한 패배를 당하기도 하면서 잘 견뎌왔다. 지금까지는 노동자들의 힘이 많이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산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전투를 모두 모아서 승리하는 전쟁을 만들겠다는 것이 2015년 민주노총의 결연한 의지다.


불경기에 노동자가 투쟁에 나서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절대 다수의 서민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어떠한 정책도 서민들의 삶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하한 재벌들의 법인세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재벌들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부족해진 국가 재정을 담뱃세 인상을 포함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확충하고 있다. 국민이 그런 것을 모르지 않는다. 이것이 민심으로 나타나고 있고,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국민들이 그런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으실 거라 생각한다.


쌍용차지부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 쌍용차의 경우 더 애정이 가겠다.

  애정은 많이 가는데, 행동은 더 못하고 있다. 출신 사업장이라 더 챙긴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오히려 더 챙기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업장을 먼저 챙기게 된다. 그래서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쌍용차 노조원들에게는 늘 미안하다.

 

쌍용차 사태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공장 안의 굴뚝에 올라가서 100일간 고공농성을 하고 내려왔다. 현재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의 마힌드라 회장까지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대화를 하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진전은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7년째 해고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들은 많이 지쳤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상처를 치유하는 쪽보다는 여전히 현실적인 입장으로 조합원들을 대하고 있다. 가동률·판매 실적을 중심으로 복직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교섭에 임하고 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접근까지는 조금 더디다. 쌍용차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시민들이 더 많이 응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총력투쟁에 나선 민주노총의 각오를 얘기하자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역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 역할을 못하면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봐야한다. 좋은 일자리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일자리를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로 전락시키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를 정부가 앞장서서 만들겠다는 것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경제가 노동자들의 소비를 통해서 활력을 찾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정책의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그것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깊어진 서민의 주름살을 펴는데도 앞장서겠다. 많은 시민들이 민주노총의 투쟁을 응원해주셔야 한다. 민주노총이 시대의 아픔을 해결하고 침몰하는 한국 사회를 바로세우는 평형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겠다.


  시민들과 함께 할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서명을 받고 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면 좋겠다. 민주노총만의 투쟁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바로 견인하기 위한 투쟁이다. 시민사회 각계에서 민주노총의 투쟁을 앞 다퉈 지지하고 있다.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 마음을 모아주시면 좋겠다.



+이 글은 위클리 서울 지면에 실은 본인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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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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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도 1년이 지났다. 추모하기도 부족한 시간, 유가족들은 거리로 나왔다. 풍찬노숙을 하고, 도보행진을 하고, 삭발을 했다. 단원고 학생 희생자 김시연양의 어머니 윤경희씨를 만났다. 삭발한 머리가 까슬까슬하게 자라있었다. 시연 엄마는 우리는 자식 잃은 부모들이다. 그런데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춥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왜 그렇게 죽어가야 했는지 아직도 밝혀진 것이 없다며 먼저 입을 뗐다.


시연이 엄마 윤경희 씨


쇼하고 있네

  참사가 나던 날, 엄마는 소식을 듣고 바로 팽목항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세 시 쯤이었다. 먼저 진도체육관에 도착해있던 가족들이 팽목항은 접근이 금지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팽목항에 가보니 통제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180명의 학생이 구조돼서 오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만 흘러가고, 아이들은 오지 않았다.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경찰들에게 물어도, 119 구조대에 물어도 확실한 답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해경은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우왕좌왕하며 세월호 관계자들과 해경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밀기에 급급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분이 배는 이미 완전히 침몰해서 꼬리만 나와 있다고 했다. 팽목항에서 진행되는 구조에 대해서 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사비를 털어 민간어선을 빌렸다. 남편과 사촌오빠(사촌오빠네 딸 예지양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됐다), 몇몇 단원고 학생 부모들이 함께 현장으로 가기로 했다. 기자 한 명이 동승하겠다고 했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헬기 1, 10여척이 세월호 주변에 있었다. 구조 활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도 기름이 유출되면 배 안의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다며 기름 방제 작업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TV에서는 수백 척의 배와 헬기가 총동원돼 활발하게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떠들고 있었다. 동승했던 기자는 뭍으로 나온 뒤 사라졌다.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팽목항에 나와 있던 언론에 현장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진실은 다 편집하고 유가족들이 울고 소리치는 모습만 보도했다. 이튿날부터는 한국 언론과는 인터뷰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화가 난 유가족들은 카메라를 부순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안전사회 건설은 시연이가 준 숙제

  시연이는 6일만에 나왔다.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복구한 휴대폰에서 동영상 3개와 사진들 세월호 참사에 관한 기사를 캡쳐한 것들이 나왔다. 기울어지는 세월호 안의 광경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끈 없고, 지퍼 없는 다 떨어진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엄마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는 안전사회를 만드는 것이 시연이가 남겨준 숙제라고 생각했다.


  “그 숙제를 푸는 일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고, 시연이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일이다. 진상규명을 하고, 세월호를 인양하고, 안전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머리카락이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


  진상규명을 해야,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진단을 해야 고칠 수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아직도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에 실패했는지, 밝혀진 것이 없다. 수많은 의문만을 남겼다. 반쪽짜리 특별법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완벽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진상이 규명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 3월말, 조사를 받아야 할 해수부와 해경의 공무원들이 특별조사위원회에 참여하게 하는 특별법 시행령안이 나왔다. 언제든 만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만나주지 않았다. 진상 규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없다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


  아직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다. 시연이 엄마는 모든 희생자들이 유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 11, 정부는 선체인양을 해야만 시신을 수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양도 수색 방법의 하나라고 실종자 가족들을 설득했다. 유품을 건져내면, 시궁창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 속에 실종자 가족들의 아이가, 가족이 아직도 있다.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그 곳에 가족을 더 두고 싶은 가족이 있겠나. 하지만 끝까지 찾아내겠다는 약속을 믿고 실종자 가족들은 더 이상의 수색을 중단했다.


  시민들 중엔 박대통령이 해준다고 했다. 시끄럽게 하지마라고 호통을 치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 선체 인양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지겹다고 한다. 몰라서 그런거다. 아무 것도 밝혀진 것 없고, 인양은 결정되지 않았다. 세월호는 아직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정부여당은 슬그머니 돈 이야기를 꺼냈다. 인양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보상금 액수를 이야기 하면서 가족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를 돈 문제 때문인 것처럼 호도했다. 그래도 인양에 대해 찬성하는 국민의 여론이 높았다. 그제서야 기술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고, 실종자 수색작업을 중단한 것이 5개월 전 일이다. 아직 기술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를 엄마는 믿을 수가 없다.


  가만히 있어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도, 세월호 선체 인양도, 세월호 이후의 안전사회 건설도 다 물거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거리로 나왔다. 풍찬노숙을 해도 언론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삭발을 결심했다. 안산 분향소에서 광화문까지 12일 도보행진을 했다. 1주기 추모제에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 짧은 담화만 남기고 남미 순방길에 올랐다. 경찰은 차벽을 치고 유가족을 고립시켰다. 유가족과 시민들을 향해 캡사이신을 뿌려댔다.


  엄마는 그래도 지칠 수가 없다. 또 다른 유가족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지칠 수가 없다. “유가족들을 거리로 내모는 국가가 어디 있나. 우리처럼 아픈 유가족들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이런 고통은 우리만으로 끝났으면하는 바람이다.

 

시연이는 엄마의 모든 첫 경험

  시연이를 낳았을 때 엄마는 불과 스물 한 살이었다. 엄마에겐 첫 딸이었고, 할머니에겐 첫 손녀였다. 그래서 시연이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컸다. 엄마는 시연이 덕분에 많은 첫 경험을 했다. 시연이가 처음 기던 날,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러준 날, 삐뚤빼뚤 서툰 글씨의 편지를 받던 날. 엄마는 그 모든 경험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시연이는 고등학교 2학년 나이에도 집에 들어오면 아기 같은 면이 있었다. 한창 친구들과 놀다 녹초가 된 몸으로 들어오면 팔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어리광을 부렸다. 아침이면 엄마에게 머리를 맡겼다. 엄마는 매일 시연이 머리를 말리고, 빗질하고 고데기로 말아줬다. 돌아보면 귀찮아서 엄마에게 맡겼다기보다는 엄마의 손길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집에서는 아기 같던 시연이는 밖에서는 리더십 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어려서부터 반장을 도맡아했다. 단원고에 들어가고 난 뒤에는 연극부에 들어갔다. 2학년 때는 연극부 부장을 맡기도 했다. 후배들 오디션을 보고 난 후 설레던 시연이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시연이는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어렸을 때는 아빠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더니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기타를 배웠다. 1학년 때 연극부 활동을 하면서 음향감독을 맡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미디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학원에도 다니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착실히 준비했다.


  수학여행 가기 전 날까지도 음악 편집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출 곡이었다. 다들 수학여행 가서 입을 옷, 먹을 간식을 챙기던 그 시간까지도 음악 편집에 몰두해있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지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열심히 편집해서 갔던 음악을 틀어보지도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시계, 4시 16분에 멈춰있다

 

시연이가 남겨준 선물

  지난해 926, 돌아온 시연이의 생일. 엄마는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시연이의 이름으로 음반이 출시된 것. 이 앨범에 실린 ! 이 돼지야는 시연이가 작사·작곡한 곡이다. 서촌갤러리 장영승 대표가 생전에 스마트폰으로 녹화한 영상을 보고 음반을 기획하게 됐다. 시연이의 목소리를 분리하고 새롭게 편곡된 반주를 입히는 작업은 작곡가 윤일상 씨가 맡았다.


  수익금 같은 것엔 일절 욕심이 나지 않았다. 수익금은 전액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엄마는 그저 시연이의 꿈이 이뤄진 것, 그리고 언제든 시연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했다.


  큰 선물을 받았지만 엄마는 시연이의 생일을 조용하게 보냈다. 시연이가 좋아하는 호박죽, 미역국 등으로 간소한 생일상을 차렸다. 납골당에 찾아갔다. 엄마는 납골당에 가면 꼭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차가운 유골함이라도 만지고 싶다. 유골함을 껴안고 이야기를 나누고, 뽀뽀도 한다. 음반으로 나온 노래를 들려주고 또 들려줬다.


  시연이는 엄마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고 갔다. 사진도, 동영상도 많이 남겼다. 시연이의 방에는 온통 낙서 투성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시연이네 방은 친구들의 아지트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그 때부터 방 구석 구석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아하기도 했는데, 낙서 내용을 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벽에도, 책상에도 아이들의 재기발랄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엄마는 그런 흔적들들 곳곳에 남겨준 시연이가 고맙다.

 

남겨진 가족들의 지난 1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되면 엄마는 너무 아프다. 여지없이 밝아오는 아침 햇살이 야속하다. 안방 문을 열면 바로 맞은편에 시연이의 방이 보인다. 아직도 침대에서 자고 있을 것 같은데, 학교 갈 준비하자고 깨워야 할 것 같은데, 시연이의 침대는 비어있다.


  단원고가 집에서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엄마는 항상 시연이의 등굣길을 함께 했다. 학교까지 운전해주는 그 길이 엄마와 시연이의 드라이브였다. 시연이는 조수석에 앉아 재잘재잘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고가 난 뒤, 등교 시간이 되면 엄마는 바보가 됐다. 열 달 동안 그렇게 멍하게 있었다.


  동생 이연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이 아팠다. 엄마 아빠가 출근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언니가 그렇게 갔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팠을 것이다. 엄마도 너무 아파 이연이를 잘 보살피지 못했다. 친척들이 정성으로 보살폈지만,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스트레스로 인해 장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 장기간 통원치료를 하고, 입원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아프다.


  이연이는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언니가 들어가고 싶었던 학교였다. 이연이가 고등학교에 가면서부터 엄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침이면 이연이를 깨우고, 젖은 머리를 말려준다. 빗질을 하다 또 시연이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간다. 이연이가 속상할까봐, 앞에서는 울지 않으려한다. 시연이 곁으로 가고 싶단 생각도 많이 했다. 이연이가 없었더라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울음을 참고 세면대에 물을 틀어놓고 몇 번이고 세수를 한다.

 

사고 이전 나는 이기적이었다

  엄마는 세월호 광장에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용기를 얻는다. 처음에 유가족들 외에 다른 사람과 잠깐 대화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불쌍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누군가 수군대는 것만 같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서명 용지를 내미는 것도 낯설었다. 누가 욕이라도 하고 지나가면 서럽고 비참했다.


  사고 나기 전에 엄마는 이기적으로 살았다. 우리 가족만 행복하게, 안전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사고가 난 이후 서로 돕는 삶에 대해,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해 배우고 있다. 이 세상에 고마운 사람들,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희생자 가족들보다 더 열심히 서명 받는 자원봉사자들, 간담회에 와서 귀기울여주는 시민들을 보며 지난날의 이기적인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엄마는 세월호 문제가 해결이 된 후에는 받은 만큼 사랑을, 관심을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난 지도 1년이 지났다. 1년이란 것, 지난해 416일에 시간이 멈춘 유가족들에게는 숫자에 불과하다. 엄마는 하루 빨리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길 바란다. 그런 이후에라야 시연이를 추모하며 마음껏 울 수 있으니까.



+이 글은 위클리 서울 지면에 실은 본인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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