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선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9년만이다. 전교조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전교조 법외노조화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변성호 위원장은 삭발·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중앙집행위원과 시도지부장 24명도 삭발을 했다. 지난 10일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 111명이 청와대 게시판에 실명으로 정권퇴진 선언을 올리기도 했다. 전교조송재혁 대변인을 만나 연가투쟁에 나선 자세한 이유와 주장을 들어봤다.


전교조 송재혁 대변인


 

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었지만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지난 1년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정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상 규명은커녕 이를 방해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진상규명을 통해 유가족을 위로해야할 정부는 오히려 유가족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의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들 뿐 아니라 노동자, 서민, 공무원들을 적으로 내몰고 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도 모자라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임금을 주면서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획책중이다.


  평생을 국가에 헌신한 교사·공무원들을 배신하고, ‘세금도둑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 또한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법외 노조화 하려는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들이 선생님들로 하여금 반발하고 저항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교육부는 연가투쟁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전국 초··고교에 공문을 보냈다. 학교장에게 교사들의 연가투쟁을 위한 휴가와 조퇴를 승인하지 말라는 것이다. 승인할 경우 학교장도 징계하겠다고 협박했다. 9년 전 연가투쟁을 했을 때도, 그 이전에도 똑같은 공문을 보냈었다. 정부가 전교조의 합법적인 투쟁을 방해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그것은 그들의 오판일 뿐이고 연가는 법으로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다. 연가 낸 뒤 그 시간을 어떤 목적으로 쓸 것인가는 개인적 선택의 영역이다. 교육부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사항이 아니다. 연가 사유까지 검토하여 허가, 불허를 가리는 것은 정부와 학교장의 도가 넘는 월권이자 직권 남용이다.

 

연가투쟁에 참여하는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동요하지 않는가.

  이전에도 연가투쟁으로 인해 전교조 조합원들이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연가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따라서 전교조 선생님들은 당당하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정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행동할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투쟁 원천 봉쇄를 위해 조합원투표가 불법이라는 이례적인 공문까지 현장에 내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연가투쟁 조합원 총투표를 성사시켰고 63% 투표, 67% 찬성으로 연가투쟁을 승인했다.

 

연가투쟁이라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었나.

  연가투쟁을 하게 만드는 것은 전교조의 호전성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불통성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요구를 표현해왔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대규모 주말 집회도 열었고 서명도 했고 선언도 했으며 리본도 달았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정부는 전교조와 대화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소통 부재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교조의 판단이다.

 

일각에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교조의 연가투쟁 때문에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개인적 사유로 연가, 병가, 조퇴를 내거나 공무상 출장을 가는 등 학교를 비우게 되는 건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교사들도 아프면 병가를 내고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연가를 낸다. 어떤 사유로든 교사가 자리를 비울 경우에는 시간표 조정이나 다른 선생님이 대신 수업하는 등 조치를 취하여 수업에 결손이 없게끔 늘 조치되고 있다.


  이번에 만약 수업 결손이 생겨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면 그 책임은 전교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 개개인의 연가를 모조리 불법으로 규정하고 교장들이 연가를 승인하지 못하게 막은 교육부가 져야 할 것이다. 연가를 승인하지 않으면 수업 시간표 조정이나 대체 수업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려워지니, 애초 교육부의 공문이 문제인 것이다.


  연가를 승인하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상적으로 수업은 진행될 수 있다. 정부가 연가를 불허하면서 학생의 학습권 운운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정부가 공무원들을 세금도둑으로 몰며 공무원 연금을 손보겠다고 나섰다.

  현재 공무원 연기금은 적자상태가 아니다. 미래에 예상되는 적자를 과도하게 부풀려 호도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 때문에 국가 재정이 거덜나는 것처럼 정부가 나서 대대적인 선전 작업을 하고 있다. 공무원 연기금이 열악해진 것은 오히려 정부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연기금을 전용해서 다른 곳에 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반성하고 공무원들에게 사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가 오히려 공무원들을 세금도둑으로 매도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적반하장이란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평생을 살아온 교원들과 공무원들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 연금은 후불임금의 성격이 강하다. 과거 정부는 공무원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그 대신 연금을 약속했던 것이다. 이제 와서 기여금을 더 내고 연금은 줄이겠다는 것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공무원의 약속, 계약 관계를 일방적으로 깨뜨려 하는 것이다. 거짓선전까지 동원해가며 말이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또한 공무원 연금 문제는 단순히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연금을 하향시키면 국민연금도 하향될 것이 뻔하다. 지금까지 이 둘은 서로 상대방을 깎아먹는 근거로 이용되어 왔다. 공무원 연금 뿐 아니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모든 공적 연금 전반의 후퇴를 막겠다는 것이 전교조의 목소리다. 국민 모두를 위한 투쟁인 것이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춰야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부의 속내는 공무원연금을 하향시켜서 국민연금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장은 거꾸로 국민연금을 상향시켜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맞추자는 것이다. 형평성이란 말은 같지만 방향은 정반대인 것인다.


  전교조는 이번 연가투쟁을 통해 중요 복지제도의 하나인 공적연금을 강화시키려 한다. 따라서 단순히 공무원 자신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이 점을 시민들께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여하튼 정부가 이렇게 대대적인 왜곡 선전을 벌여 국민과 공무원을 이간질하고 일방적으로 연금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으면서 한 편으로 무슨 기구나 협의체를 만들어 공무원 당사자와 협의하자고 하는 것은 기만행위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교육은 변화하고 있나.

  세월호 참사 직후 교육계에 커다란 반성이 이어졌다. 서로 경쟁하고 경쟁에서 낙오한 친구를 돌아보지 않게 하는 잔인한 경쟁교육은 근본부터 바뀌어야한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위한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다.


  안타깝게도 참사 이후 나왔던 반성은 잠시 메아리 쳤을 뿐 교육 현실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교사나 학교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우리 교육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할 입시경쟁 중심 서열화 교육 체제가 여전히 공고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누구는 교통사고였다고 망발을 하던데,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안전문제가 아니다. 안전교육을 강화하자는 요구들은 세월호 참사의 껍데기만 본 결과다. 사람을 수단으로 간주하고 이윤을 위해서라면 안전을 포함하여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희생시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풍토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달리기를 멈추고 왔던 길을 되돌아 봐야 한다. 우리 사회가 과연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윤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모해야한다. 이것이야말로 세월호의 비극이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침몰하는 사회를 구하려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 중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에 있다. 이 부분에서 전혀 진전이 없기 때문에 이 사회의 침몰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진실을 세월호와 함께 묻어버리려는 박근혜정부의 태도가 가장 문제다. 하루 빨리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새로운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범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최저시급 1만원 등 노동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전교조의 연가투쟁은 민주노총 총파업의 일부다. 교사들은 최저시급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노동문제를 좌시할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는 우리 제자들이 빠르면 1년 후 직면할 문제다. 우리는 제자들이 모두 사회에 나가 저마다 사람답게 존중받으며 살기를 바란다.


  ‘최저시급 1만원은 노동자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을 지불하라는 요구다. 재벌과 기업과 부자들이 탐욕을 버리고 조금씩 양보하면 가능한 일이다. 대다수 청년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뼈 빠지게 일하면서도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다.


  정부는 노동 유연성이란 이상한 이름으로 이미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했다. 결국 기업이 노동자를 쉽게 소비하고 버리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미 왜곡되어버린 노동시장을 노사정이라는 기만적인 틀을 통해 더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 양보할 게 없는 노동자에게 무엇을 더 양보하라는 것인가. 그만 좀 하고, 비참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해달라는 것이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주장이다. 최저 임금 1만원과 노동기본권 문제는 우리 제자 대부분이 조만간 직면하게 될 현실의 문제이므로 교사로서 두고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지난해 법외노조 판결이 나왔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정부가 해고자 9명을 조합원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빌미 삼아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를 노조 아님통보했다. 전교조가 없어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현재는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이 문제는 현재 고등법원의 2심에 계류 중인데 헌법재판소에서 해고자의 조합원 지위에 관한 문제의 법조항에 대해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정부의 전교조 탄압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법외노조화 시도는 매우 야비한 발상이다. 그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해고자 조합원들은 개인의 과오나 위법행위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전교조 탄압에 따라 해고당했던 것이다. 당연히 노동조합으로서는 조합원으로 인정해야한다. 정부는 당연한 것을 실정법 위반으로 걸어 조합원의 지위에 대한 전교조의 규약을 시정하라고 부당한 압박을 했던 것이다.


  전교조는 20136월 굉장히 의미 있는 투표를 했다.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수용 여부를 묻는 총투표였는데 놀랍게도 투표율 80.96%, 거부한다 68.59%의 결과를 얻었다. 나도 무척 놀랐다. 그리고 자랑스러웠다. 다른 노동조합들이 칭찬했다. 차라리 법외노조를 감수할지언정 해고 동지들을 내치지는 못하겠다는 비장한 결의가 전국의 조합원들로부터 나왔던 것이다. 투표 다음 날 전교조가 법외로 가기 일보직전인 상황에서도 조합원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와 웃음이 넘쳐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비상식적 판단을 해서 문제의 노동법을 합헌 판결하면 정부를 이를 빙자하여 다시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추진할 것 같다. 그렇지만 국제사회는 이런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교육 시민 단체인 글로벌 캠페인 포 에듀케이션(Global Campaign for Education, GCE)’이 지난 2월 말 세계 총회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 철회를 한국 정부에 촉구했고, ‘국제교육연맹(EI)’도 같은 입장이다. 국제사회에서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이제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비판하는 전교조가 늘 껄끄러울지 모르지만, 비판의 허용과 수용은 민주사회의 상식이다.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전교조는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지난 9일부터 변성호 위원장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중앙집행위원과 시도지부장 24명도 삭발을 했다. 삭발과 단식은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의사 표현 방법이다. 과격해 보일지 모르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만큼 그 순수성이 존중되면 좋겠다. 더욱이 그 목적이 공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료들과 시민들의 공감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원장의 건강은 현재 크게 나쁘진 않지만 날이 갈수록 힘들 것이다. 꽤 장기간의 단식을 각오하고 계신데 걱정이다. 박근혜정부가 태도를 바꾸는 것만이 전교조의 투쟁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 글은 위클리 서울 지면에 실은 본인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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