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의 공격을 막아내며 힘겹게 얻어낸 성과였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당의 계속되는 직권상정 요구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회주의자'의 허울을 벗어내고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다. 무지몽매한 국민 대다수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국가비상사태'였기 때문이다. 야당은 192시간 필리버스터 공격으로 맞섰다. 겨우 절반이 넘는 의석을 가진 정부여당이 '거대야당'에 맞서는 눈물겨운 사투는 전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3교대의 고된 노동을 하는 의장단을 응원하기 위해 국민들은 잠을 포기하고 국회tv를 시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책상을 내리치는 결기를 보여줬다. 야당은 일부 독소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테러방지법'은 성경과 마찬가지로 오류가 없는 법이기에 수정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또한 독소조항을 삭제하면 '테러방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뚝심으로 '일점 일획'도 수정하지 않은 '테러방지법'을 지켜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뛰어난 통찰력과 영도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드러나 화제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IS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배포, 한국 민간인 20여명에 대한 살해를 지시했다. '테러방지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던 시기. 우리에게 '테러방지법'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IS가 파악하고테러를 계획한 것이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최근 해킹 조직인 '칼리프사이버군(CCA)'을 동원해 자신들이 '악마의 연합국'으로 지목한 한·미·영 등 서방 5개국 23개 사이트를 해킹해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의 신상 정보 수십건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한 언론 스크랩 회사를 사이버 공격해 우리 공무원 11명과 기업 홍보팀 직원 등 민간인 9명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빼냈다. IS는 이렇게 확보한 개인 정보를 동영상에 담아 지난달 15일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유포했다. 동영상 제목은 '어디서든 그들을 발견하면 모두 죽여라'다. 17분짜리인 이 동영상은 파리 연쇄 테러(작년 11월) 총책인 아바우드 등이 등장해 인질 참수 장면을 직접 보여주며 세계 각지의 IS 지지자에게 명단에 오른 인물들을 살해하라고 선동하는 장면 등을 담고 있다. 현재 이 동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조선일보 기사)





  충격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CIA, FBI 요원의 신상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은 미국 국가기관을 해킹했다는 것인데, 우리는 언론 스크랩 회사를 해킹했다. 이것은 우리 정보기관의 보안이 미국보다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꾸민 IS의 극악무도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언론 스크랩 회사를 해킹해 민간인 20명의 극비 신상정보인 이름과 이메일 정보를 빼냈다는 것 아닌가. 정부 요인도 아닌 민간인을 상대로 테러를 계획하며 20명을 특정한 꼼꼼함에 치가 떨린다. 이메일이 공개된 이들이 수많은 스팸메일에 노출될 일을 상상하면 '자다 깨서 통탄하며 책상을 탕탕 칠 일'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 당국자는 개인정보를 해킹당한 인사들에게 이메일 주소 변경을 권고했으니.


  늦게나마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어 참 다행이다. 이제 IS에 우리도 '테러방지법'이 있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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