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나 언론 보도를 보면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듯하. 여성이 범죄의 대상이 된 점, 체포 직후 피의자 김모씨의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라는 진술을 바탕으로 이 사건은 처음부터 여성혐오 범죄로 다뤄졌다. 김씨가 2년 전부터 '여성이 나를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망상 증세를 보여왔다는 사실도 여성혐오 범죄라고 확증하는 듯 보였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여자라서 죽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의 메세지가 이어졌다. 여성들은 SNS상에 여성이라 받아왔던 차별과 폭력의 경험과 범죄에 대한 공포에 대해 털어놓았다.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비토는 가해자인 남성을 향했다.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힌 남성은 그에대한 불쾌감을 드러내 성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언론은 이런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식으로 강남역 묻지마 사건이 성대결의 프레임으로 소비되는 것은 바람직한가? 필자는 성대결의 프레임에 갇혀 오히려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있는건 아닌가 걱정된다.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그 대상이 여성인 경우가 많다. 4대 강력범죄 피해자의 87%가 여성이라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이를 여성혐오의 결과로 해석하기 보다는 범행의 용이성과 관계있다고 보는 것이 옳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유영철의 경우도 범행 대상이 노인이거나 여성이었다. 자신의 비정상적인 욕구를 충족하는데 쉬운 대상이 상대적 약자인 노인 또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범행 후 자신의 여성에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아들러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여성을 혐오해서 여성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보단 여성에대한 범죄를 정당화 하는 수단으로 여성 혐오를 키웠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너무 성급하게 단정짓지는 않았나 돌아볼 때다. '여성혐오'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도배하는 사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살펴봐야하는 문제는 놓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개인을 제대로 치료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의 말에 따르면 약만 제때 먹어도 조현병은 많이 호전된다고 한다. 불행히도 피의자 김모씨는 최근 두달간 정신분열증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파악과 관리체계가 있었다면 이런 불행을 막을 수 있진 않았을까?


  언론들은 계속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 집착한다. 소위 팔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클릭질을 유도하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쏟아 내는지도 모른다. 일부 남혐주의자들은 이를 자신의 남혐에 대한 포장지로 활용한다. 하지만 진짜 물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폭력성이 왜 이렇게 증폭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사회가 왜 더 각박해져 가는지에 대해 따져 물어야 한다. 왜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노력하는데 우리 삶은 나아지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 분노와 피해의식이 가득한 사회에서 그 분노의 화살은 언제나 약자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p.s.

  이번 사건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여성분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이 깊어져서 차별당하는 분들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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