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뉴스타파는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의 딸의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했다.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경원 의원의 딸은, 2012년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에 드럼 전공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입시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뉴스타파의 보도를 요약하자면,

  1. 면접 자리에서 나경원 의원의 딸이라고 밝혔다. 응시생이 신분을 밝히는 것은 명백한 부정행위로 그 자체로 실격사유가 된다. 심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위원장이었던 이병우 교수는 장애가 있다는 점을 들어 두둔했다.


  2. 본인이 준비해온 MR(반주음악)을 플레이 할 장치가 없는 상태라 연주를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MR은 필요한 경우 수험생이 준비해야한다. MR에 문제가 있는 경우 무반주 연주를 하거나 그마저 힘들면 퇴장하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이병우 교수가 또 한번 도움을 준다. 직원을 동원해 25분만에 카세트를 찾아낸 것. 


  3. 채점과정 역시 편파적이었다. 이병우 교수가 나경원 의원의 딸을 칭찬하고 여론을 리드했다는 것.


  4. 이병우 교수는 나경원 의원 딸이 입학한 다음해에 열린 2013 평창 동계 스페셜 올림픽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당시 나경원 의원은 스페셜 올림픽 위원장이었다.   


  5. 성신여대가 장애인 전형을 처음 도입한 것은 나경원 의원의 딸이 응시한 2011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의원이었던 나경원 의원이 성신여대 특강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인 전형 모집 요강이 확정 발표. 이후 성신여대 실용음악과에서는 더이상 장애인 입학생을 뽑지 않았다.



  뉴스타파의 이와같은 보도에 나경원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반박글을 올렸다.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힌 날입니다.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며 우리나라 선거의 고질인 흑색선전을 너무나 많이 경험했습니다. 비방은 이제 저 나경원에 대한 거짓과 모함을 넘어 가족에 관한 부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울함을 참는 것이 억울함을 키울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관계를 아무리 투명하게 해명한들 끝없이 의혹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그들에게 단호하게 대처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법관출신 나경원이 아니라, 정치인 나경원이 아니라 아픈 아이를 둔 엄마 나경원으로서 반드시 왜곡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수백명의 장애인 수험생들이 장애인 특별전형에 따라 정원외로 대학교육의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발달장애인 학생 두명이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뉴스타파 언론보도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제 아이는 정상적인 입시 절차를 거쳐 합격하였습니다. 당시 다른 학교 입시전형에도 1차 합격한 상황에서 성신여대에 최종 합격하여 그 학교를 택했을 뿐입니다. 

  이것을 특혜로 둔갑시킨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특혜'와 '배려'는 다릅니다. 장애인은 사회의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휠체어를 빼앗고 일반인처럼 걸어보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장애인의 입학전형은 일반인과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팠던 우리 아이가 말도 안되는 입시 의혹 때문에 또 한번 아파야 하는 것입니까?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혀야 합니까?

  어느 부모에게나 소중한 자식이, 자신이 가진 태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을, 도와주고 보듬고 안아주지는 못할망정 모함하고 더 아프게 만드는 사람들로부터 더 이상 아파하지 않는 세상, 남 몰래 숨어서 눈물 흘리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절대 참지 않겠습니다. 단호하게 대처하겠습니다.


  나경원 의원의 반박문에 다시 반박한다. 장애인 전형을 통해 장애인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장애인이 대학교육을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받을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 그런데 성신여대는 왜 그 해에만 장애인에 기회를 준 뒤 문을 닫아버렸나?


  입시 절차에 부정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데, 제기된 의혹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없이 정상적인 입시 절차라고 우기는 건 반박이 아니다. 당시 다른 학교 입시에도 1차 합격했다는 사실은 성신여대 입시 부정의혹과 관계가 없는 일이다. 올해 서울대 음대에 2명의 장애인이 입학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


  분명 특혜와 배려는 다르다. 배려가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걸 보통 특혜라고 부른다. 장애인 전형은 비장애인과 경쟁하는 부문이 아니다. 다른 장애인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 아닌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똑같은 배려가 반복되어 주어졌을까?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선천적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나경원 의원의 아픔을 감히 이해한다 말하지 않겠다. 그 아픔을 짐작조차 할 수 있겠나. 나는 나경원 딸의 인생을 짓밟으려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 자제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사회적 공분을 사는 것은 그 특혜로 누군가는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특혜를 받은 대상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것이 배려라고 우기지는 말자. 당신의 딸이 특혜로 얻은 기회는 다른 장애인의 몫일 수도 있었다.


  나경원 의원의 반박문으로는 어떤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의혹에 대해서 후보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해야한다. 아니라는 말은 해명이 아니다. 장애인 딸을 내세워 감정에 호소하고 그 뒤에 숨지 말라. 나는 나경원 의원이 장애가 있는 자신의 딸이 기회를 얻는 세상이 아닌, 모든 장애인이 동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엄마로 사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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