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스스로를 비례대표 2번에 전략공천했다. 이전 네번 모두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의 다섯번째 도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일을 하는 그의 호연지기에 그를 향한 '갓종인' 이라는 찬사가 빈말이 아니었음을 새삼 확인하게된다.



  김종인을 더불어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울 때 우려가 많았다. 그의 국보위 전력과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킹메이커의 역할을 했던 것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당대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의 결정을 받아 들였다. 또한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개헌 저지선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는 그의 영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김종인 대표가 영입되고 한동안 무너져가던 당이 수습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던 지지자들 중 일부도 '갓종인'이라 부르며 그의 행보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때 부터였을까. 그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고 독단과 아집의 결정체를 보이기 시작한다. 필리버스터로 더민주당의 지지율이 한참 올라가던 순간 갑자기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며 지지자들의 열망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핵심 지지자들이 반발했지만 총선 승리용 프레임 전환을 위한 결정이라며 자신의 결정을 밀고 나갔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 함으로써 지지자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를 공천 배제 하는 과정이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부 반개혁적 성향의 사람들의 장난질이 있었다고 믿을 만한 이야기들도 나왔다. 그렇지만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정청래 의원이 스스로 제물이 되겠다고 자처하며 지지자들의 상처를 겨우 봉합하고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자신에 대한 셀프 비례공천은 범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호연지기다. 과연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후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논란이 있을 때 마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김종인 대표는 오로지 총선 승리만 바라보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종인 비례대표 공천 얘기가 나올 때 마다 펄쩍뛰면서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던것도 기억난다. 국회의원 4선에 76세인 그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비례대표로 나오겠냐는 말 이었다. 그런데 20번대도 아니고 2번으로 당선 안정권에 자신을 공천하는 것은 당이 어떻게 되더라도 국회의원 한번 더 해먹겠단 노욕 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의 나이 76세. 공자께서 논어에 이르기를 70세가 되어서는 종심 (從心), 즉 마음이 하고자 하는 것대로 하여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였다. '갓종인'의 노욕에 따른 헌정사상 유례없는 도전에 찬사를 보낸다.


[참고기사]

한겨례 - 김종인, 자신을 비례 2번에 전략공천…셀프비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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