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머리속에서 맴도는 광고 카피 하나. 로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 2000년대 초반 모 화장품 광고에 쓰인 카피가 지금와서 머리속에 맴도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 때문이다. 대통령 하나 바꿨을 뿐인데. 대통령이 바뀐지 몇일 되지 않았지만 벌써 변화의 바람이 불어옴을 느낀다.


1. 안구정화

  지난 9년간 쥐박이와 닭근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언제 어디다 내놔도 일단 비주얼에서 부끄러운 MB가카. 그리고 어디가든 패션쇼만 할 뿐 입만 열면 부끄러운 모자란 레이디 가카. 사진을 올리려 찾아보기도 했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사진은 넣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 청와대는 하나같이 70대 노인들만 우글거리는 노인정 같은 분위기 아니었던가.



  인선된 청와대 참모들을 보면 50대가 중심으로 확실히 젊어졌다. 나이만 젊어진 것이 아니라 분위기도 매우 밝고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얼굴 패권, 안구정화라는 우스개 소리가 들릴정도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구도는 남자가 봐도 멋지다.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조현옥 인사수석 등 청와대 인선이 발표 될 때마다 새시대를 준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정권마다 실세 중의 실세, 측근 중 측근을 앉히던 총무비서관 자리에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공채출신 공무원을 인선한 것은 능력에 따른 인사 의지를 강력히 내비친 것이다.


2. 소통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결핍 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소통이다. 박근혜씨가 대면 보고를 싫어 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통로로 알려졌다. 장관도 대통령 얼굴 한번 보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도 있다. 일반 사기업에 다니는 사람도 서면보고와 대면보고의 차이를 안다. 대면보고를 하면 글에 모두 담지 못하는 컨텍스트, 뉘앙스 등을 담을 수 있다. 특히 정답이 없고 부처간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경우라면 서면 보고 만으로는 충분할 리가 없다. 결국 세월호도 그런 박근혜 정부 특성에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정부 각료들과도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했을 리 없다. 자신을 우상화 하고 떠받드는 일부 추종자가 아닌 국민들은 소통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정부 정책과 생각이 같지 않은 문화계 인사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자식들을 구조해달라고,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달라는 세월호 유가족의 외침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취임 첫해 기자회견을 한번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전대 미문의 기록도 세웠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며칠 동안 국민이 정말 바라고 원하던 소통을 시작했다. 인수위 기간이 없는 대통령이라는 상황에서 청와대로 이사하기 전까지 수일간 홍은동 자택에서 출퇴근 하게 된 문재인 대통령. 출근길 쇄도하는 셀카요청에 경호원들에게 경호를 약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수일간 불편을 겪게 될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참 바른 대통령. 퇴임 후에도 올림픽 공원 테니스 장을 독점해서 욕먹던 MB가카와는 정말 결이 다르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국민을 개돼지로 알고 여론 조작의 대상으로 삼았다. 국정원 댓글 공작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국민들 사분 오열로 찢어 놓았다. MB가카께서 청와대 계실때 청와대 비서관에게 댓글 달라고 지시했는데 댓글이 올라오지 않자 직접 찾아가서 왜 댓글 안다냐고 닥달하셨다는 일화가 나꼼수를 통해서 알려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선내 수색서 '사람 뼈' 추정 뼈 다수 발견(2보)' 에 달린 댓글에 댓댓글을 직접 달았다. 자신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원한다는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문장. 소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국민들이 박근혜에게 요구한것도 그 이상이 아니었다. 직접들어가서 애들 구해오라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정부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같이 아파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진상규명하라는... 


3. 적폐청산

  문재인 정부는 앞선 어떤 정부보다 적폐청산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촛불을 통해 국민들의 염원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검찰출신 조국 민정수석 인선을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 있을 5.18 행사에 앞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다. 5.18 행사의 내용이나 형식은 전적으로 유족들과 광주시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도 제창이냐 합창이냐를 두고 유족측의 의견을 무시한 전 정부의 오만함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합의라고 하지만 실체는 한일 양국 외교부장관들의 기자회견문)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서로 축하를 전하고 받는 취임 첫 통화에서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정서상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위안부 합의를 위안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재협상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또한 취임 후 첫 교육분야 정책으로 국정 교과서 폐기를 지시했다. 적폐 청산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앞으로 각 분야별 적폐를 하나 하나 청산해 나갈 문재인 정부가 기대된다.


  대통령 하나 바꾼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주위에 회의적인 이야기도 많이 돌아다닌다. 맞는 말이다. 의회 권력도 그대로고, 재벌 기득권도 강고하며, 언론도 그대로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사회가 대통령과 청와대가 바뀐다고 단번에 바뀔리 없다. 민주 정부 10년간 대통령 권력을 바꿔보았지만 우리가 만족할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데 실패했다. 참여정부는 탈권위주의 문화와 민주주의성장에 크게 이바지 했지만 개혁은 수구꼴통 한나라당의 방해에 막혀 번번히 후퇴했고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 다가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다시 한번 기대하게 한다. 대통령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p.s.

  4년전 선거부정으로 박근혜가 당선된 것을 보고 분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열심히 블로그를 하던 때도 있었지만 취직, 결혼, 육아 등 주변의 크고 작은 일들로 블로그를 임시 폐업하듯 방치해두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금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려 한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위해 극우정당과 극우매체들의 선동이 시작될텐데 시민의 한사람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다. 다시는 노무현 대통령 처럼 떠나 보내지 않기 위해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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