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철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을 바라보며 우려하던 일이 결국 일어난 것이다. 좆선을 비롯한 일부 찌라시에서 안철수 탈당을 확실시 하는 기사들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아닐거라 믿었다.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 분당하면 새누리당에 압승을 헌사하게 될거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가 명분 없는 탈당을 감행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안철수에 대한 실망이 계속 쌓였지만 마지막까지 미련을 놓지 못한 탓이다. "문대표에 실망해서 탈당고민도 했지만 당원들과 국민을 믿고 내년 총선에서 백의종군하겠다"라고 발표하지 않을까 꿈꾸기도 했다. 그렇게되면 야권에서 입지가 희미해진 안철수에게도 다시 한 번 기회가 돌아올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감동을 주길 바랐다.

 

  그러나 필자의 부질없는 바람과 반대로 안철수는 탈당을 감행했다. 그는 탈당의 이유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했다. 당내 기득권 세력 (문재인 대표와 친노라고 직접 지칭하진 않았지만)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말로는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론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은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했지만 정권교체는 실패했고, 정치혁신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민의 삶도 나아지지 못했다고했다. 야당의 변화는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을 줘야 가능하다고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 했다.

 

 


  필자의 눈에도 현재 제1야당의 행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안철수의 탈당 선언문에 담긴 야권에 대한 비판에도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다. 아마 많은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하는 반혁신 세력이 문재인과 친노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국민 눈에는 하위 20퍼센트 공천 배제에 반발하는 소위 비주류라고 불리는 세력이 반혁신으로 보인다.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 신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민보다 계파 수장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것처럼 보인다. 지금 안철수 주위에 모여 문재인 대표를 흔드는 세력이 그런 사람들 아닌가?

 

  또한 국민의 삶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하기 이전에 자신은 제1야당의 전직 당대표이자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삶의 변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자신은 노동개악과 국사교과서 국정화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과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냈는가? 문재인 대표를 향한 날선 비판의 목소리 반의 반이라도 낸적이 있는지 묻고싶다.

 

  길을 잃었을때는 주위 지형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도에 점찍어놓고 여기가 내가 서있는 곳이라고 우기면서 길을 찾아나가면 지도는 전혀 쓸모 없다. 마찬가지로 누가 자기 생각을 지지하고있는지 보면 자신이 어느 땅에 발을 딛고 있는지 보인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안철수의 탈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전에 남긴 댓글들을 모아보라. 상당수가 절라디언이니 홍어니 하는 말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일베충임을 쉽게 확인할 수있다. 어느 언론이 지금 잔치를 벌이고 있는가? 좆선을 비롯한 수구 언론들 아닌가. 이들이 안철수의 탈당을 반기는 것만 보더라도 현재 안철수가 어느 곳에 서있는지 자명해 보인다.

 

  안철수는 한때 야권의 아이콘이었다. 정권교체를 바라던 국민의 염원이자 희망이었다. 안철수는 아직 그때를 살고있는 것 같다. 자신이 바라보고있는 풍경 변화를 깨닫지 못한채 문재인 탓만한다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던 그때로 돌아 갈 수 없음을 더 늦기 전에 깨닫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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