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뜬금없이 방송인 김제동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이 jtbc의 예능프로그램 걱정말아요 그대에서 김제동의 발언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김제동은 과거 방위병으로 복무 중 장성들의 행사 진행을 맡았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행사 진행 중 한 여성을 향해 아주머니라고 불렀는데 4성 장군의 사모님이었고, 그 일로 인해 13일간 영창에 수감되었다는 것이다.


  백승주 의원은 국감에서 당시 방송 영상을 보여주고 우리 군 간부를 조롱한 영상으로 군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다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진상 파악을 요청했다. 한민구 장관은 이에 대해 이미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조사를 마쳤으나 김제동이 영창을 다녀온 기록은 없다고 확인했다. 한민구 장관은 "기록에 따르면 저 말을 한 사람(김제동)이 당시 50사단에서 방위 복무를 했는데, 영창 갔다 온 기록이 없다"면서 "갔다 왔는데 기록이 없는지, 기록이 없는데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승주 의원은 김제동을 일반증인으로 신청할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1. 김제동은 영창에 갔을까?


  한민구 장관은 김제동의 영창 수감 기록이 없다고 했다. 블로거들은 김제동의 거짓말을 기정사실화해 글을 써내고 있다. 기사에는 김제동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댓글이 달린다. 기록이 없다는 말은 김제동이 거짓말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록이 없다는 말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영창에 갔으나 처음부터 기록되지 않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록이 폐기되었다. 두 번째, 영창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기록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세 번째, 어딘가에 기록이 있으나 못찾았다, 혹은 찾지 않았다.


  생각해보자. 김제동이 군에 입대한 것은 1994년. 무려 22년 전의 일이다. 군의 전산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었는지, 60만 장병의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저장했는지 나는 모른다. 기록의 보관과 폐기에 대한 규정도 모른다. 하지만 1994년은 486 컴퓨터 한 대가 200만원(200만원이면 2016년 현재에도 큰 돈이지만,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아무나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을 호가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 군이 체계적으로 자료를 작성하고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록을 보관했을까 하는데는 의문이 남는다. 특별한 기록도 아니고, 고작 영창에 갔다는 기록이다. 더욱이 김제동의 주장에 따르면 불합리한 이유로 영창에 수감 시켰다는 것인데, 애초에 자료를 작성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제동이 거짓말했다는 전제하에 다음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2. 김제동의 거짓말, 국정감사의 대상인가?

  

  김제동이 방송에서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야기를 각색했을 수도,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과장을 했을 수도 있다. 방송이란 그런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김제동의 발언을 들었을 때 청자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말도 안되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로 치부하는가? 아니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지는가?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어이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청자들이 느낄만큼 군대 내에서 장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전설처럼 떠도는 헬기 경례 이야기는 예비군이라면 누구든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실제로 헬기에 탄 장군이 점으로 보이는 병사의 경례를 받고 휴가를 줬다고 믿는 사람이 있겠나? 간부가 규정이 아닌 기분에 따라 상벌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떠도는 것 아니겠나?


  한민구 장관은 '아주머니'라는 호칭 하나만으로 영창에 가는 게 가능하냐는 백 의원의 질문에 대해 "나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본다"고 답했다. 이것에 대해 법무행정병으로 군생활을 한 내 지인은 "있을 수 없는 일을 했으니 문제 아니냐"고 일갈했다. 또한 "영창에 가기 전에 검찰관이 심의하도록 규정이 바뀐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의 일이다. 그 전에는 중대장이 마음에 안들면 꼬투리 잡아서 보내는게 일상이었다. 제도 시행 초기에 왜 지맘대로 영창 못보내냐고 지랄하는 부대장이랑 행보관을 많이 봤다"며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라면 국방부 장관에게 이렇게 물었어야 했다. "시중에 이러한 이야기가 공감대를 형성할 정도로 군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개선할 의지와 방안이 있는가?" 더구나 이건 김제동의 인사청문회가 아니다. 국방부 국정감사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3. 백승주는 왜 느닷없이 김제동을 저격했을까?


  백승주는 누구인가? 20대 총선에서 구미시 갑 지역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초선 의원.  친박으로 분류되며 새누리당 경북도당 위원장이다. 7월 26일 사드 관련 성주 지역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성주 사드배치는 '오블리스 노불리주'라고 발언했고, "구미 금오산에 사드를 배치해도 그렇게 말하겠느냐"는 성주 군민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백승주와 김제동의 연결고리가 보인다. 바로 사드다.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가장 핫한 이슈인 바로 그 사드. 실제로 이날 국정감사에서 야3당은 사드 문제에 집중했다. 김제동이 성주에 방문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그의 연설은 사드 배치 반대 연설은 같은 편의 입장에게는 공감을, 반대 편에는 불편을 끼치기에 충분했다.


  흔히 메세지를 공격하지 못하면 메신저를 공격하라고 한다. 백승주가 뜬금 없이 군 이미지 실추를 핑계로 김제동을 등판 시킨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백승주가 김제동을 저격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 "제동이는 거짓말쟁이예요. 제동이 말 믿지 마세요. 사드 관련한 말도 다 거짓말이예요"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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