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다시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 스타인 손아섭 선수 부친상에 대한 뒷 이야기 때문이다. 동희의 야구인에 따르면 지난 6월 평소 지병을 앓고 계시던 손아섭 선수 부친의 병세가 악화되었다. 7월 초에는 병원측으로 부터 '아버지의 병세가 매우 위중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설명을 들었다. 팀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고민 중이던 손아섭 선수는 코칭 스태프에 "아버지 병세가 매우 위중합니다. 아버지 옆에서 잠시만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라고 어렵게 요청했다. 처음엔 "심사숙고해보자"던 코칭스태프는 전반기 막바지라는 점을 들어 "아버지 병세가 정말 악화됐다라고 판단했을 때 그때 가보는 게 어떻겠냐"며 손아섭을 설득했다. 결국 손아섭은 계속 출전을 강행했다. 14일에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듣고 다시 한 번 코칭스태프에 요청했으나 코칭스태프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손아섭은 16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나서야 아버지가 계신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그의 부친은 다음날인 17일 둘째 아들 손아섭이 지켜보는 사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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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간판 타자 손아섭. (출처 = 박동희의 야구인)

  이 이야기가 전해지자 야구팬들 사이 비정한 롯데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행히 임종을 지킬 수 있었지만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에서 손아섭 선수가 얼마나 안절 부절 못했을지.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고작(?) 야구 경기 때문에 뺏은 롯데 자이언츠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다. 더구나 빼어난 성적과 구김살 없는 성격으로 많은 팬들로 부터 사랑을 받는 손아섭 선수와 10개 구단중 가장 욕을 많이 먹는 롯데 자이언츠 사이의 사건이라 롯데 자이언츠에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욕 먹는건 당연하다. 손아섭 선수가 없으면 경기를 못하는 상황도 아니다. 야구는 팀 경기다. 손아섭 선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아무리 크더라도 제한적이다. 만약 손아섭이 뛰지 않아서 한두경기 더 지더라도 손아섭에게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을 주는게 구단 이미지에도 팀 사기에도 좋다. 게다가 올 시즌 후 FA로 시장에 풀리는 손아섭이다. 어려운 순간에도 선수를 먼저 생각하는 구단이라는 점을 강조 했더라면 CCTV 파문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구단 이미지와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롯데 자이언츠는 참 이런걸 못한다.

  다만, 롯데 자이언츠만 욕 먹는건 안타깝다. 동희의 야구인』에서도 밝히듯, 이건 롯데 자이언츠라는 악마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님이 위독하시거나 아내가 아이를 출산할 때 거의 모든 선수가 속으로 끙끙 앓을 뿐 가족 옆으로 갈 수 없는게 KBO리그의 현실이다. 손아섭 선수 처럼 간판 선수는 팀 성적과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임시 휴가를 받지 못한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임시 휴가를 신청하지도 못한다.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는 건 외국인 선수들 뿐이다.

  이런 일은 KBO리그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쉽게 발견된다. 법에서 정한 연차 휴가를 쓰면서 상사와 선배 눈치 보는 건 직장인에게 일상이다. 자신이 할 일을 마치고 나서도 부장님이 퇴근하지 않아서 집에 가지 못하고 눌러 앉아 있는 것도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인 출산, 육아휴직을 다 쓰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종종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사람에게는 팀 생각은 안하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 개념 없는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비정규직은 그런 선택지도 없다. 이런 현실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욕 할 수 있는가? 롯데 자이언츠를 악마로 만들고 욕하는건 가장 쉬운 일이다. 어쩌면 자신에게 일어나는 불합리한 상황에 맞서 싸우기를 포기한 채 롯데 자이언츠에 자신의 분노를 쏟아 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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