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이 내 통신자료를 훔쳐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 딱 7일이 지났다. 나는 수사기관의 정보수집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수사기관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법적 제한을 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수사기관이 개인 정보에 접근할 때에는 영장이든 어떤 형태든 다른 기관이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사 종료 후에는 개인정보에 접근한 사실을 알리고, 그 사유 또한 밝혀야 한다. 수사 종료 후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해서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현재 우리 제도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 영장이 없이 개인 정보를 요청하면 이동통신사는 조건 없이 내어준다. 이 과정의 편의 때문에 수사기관은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이런 행정 편의주의만 수정해도 1년에 1000만여 건에나 달하는 정보조회는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정보 조회 사실을 알려주지 않기에 따로 확인하지 않는 한 그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 중에 논란이 일지 않았다면 대부분 확인하지 않고 넘어갔을 일이다. 정보조회 사실을 알아낸다 하더라도 이유조차 들을 수 없다.


  나도 이동통신사와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차례 전화했지만 핑퐁게임 속에 그 답을 듣지 못했다.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2)엿본건 사실이지만 이유는 묻지마) 현재는 자료제공 요청서 정보공개를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답답한 마음에 나름대로 이유를 추정해보기도 했다. 나는 정답에 가까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경찰이 내 통신자료를 엿본 이유(추정)) 그래도 그 이유를 꼭 들어야겠다. 그리고 현행의 수사관행이 바뀔 때까지 계속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다.


  어제는 오픈넷을 통해 한겨레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은 오픈넷에서 통신자료 제공과 관련된 공익소송을 진행한다고 해서 참여하기로 했다.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끝까지 물어주마.







블로그 이미지

Colorless.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내 정보를 제공받은 사실을 알고 난 뒤 가장 궁금한 것은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그 답을 기다리는 현재, 나름대로 그 이유를 추정해본다.


  내가 받은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는 몇가지 단편적인 사실을 알려줬다.




  1. 서울지방경찰청이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2. 제공요청 사유는 블라블라블라.

  3. 고객명, 주민번호, 이동전화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의 정보를 제공받았다.

  4. 2015년 11월 18일, 2015년 12월 23일에 제공받았다.


  나는 제공일자에 집중했다. 당시 통화기록은 이미 핸드폰에서 지워진 상태. 문자를 주고 받은 내역을 들여다보던 중 당시가 민중총궐기로 한참 시끄러웠던 시기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박근혜 정권이 보호장구 하나 갖추지 않은 백남기 농민을 향해 물대포를 발포한 날, 기사로 그 장면을 접하고 화가 나서 광화문으로 향했었다. 경찰청이 자료를 제공받은 날은 그 다음주 수요일. 12월 19일, 제3차 민중총궐기. 시청앞에서 시작, 백남기 농민이 입원중인 서울대학교 병원 앞까지 행진했던 날. 경찰청이 자료를 제공받은 날은 그 다음주 수요일.


  두 날짜의 공통점을 발견했지만 이유를 짐작할 수는 없었다.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5만여명 중 한명일 뿐인 내 정보를 들여다 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한 이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자 민중총궐기의 주동자로 지목된 바 있는 그와 통화했던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처음부터 그를 생각하지 못한 것은 그와 통화한 것이 꽤 오래전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은 4월 20일. 민주노총 424 총파업을 앞둔 시점이었고,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몇 번 통화한 것이 전부였다. (4.24 총파업 나서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인터뷰) 당시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백수로 지낸지 꽤 된 나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지냈던 것이다.


  내 추정이 사실이라면 끔찍하다. 이 일은 국가기관이 마음 먹는다면 7개월(정보 제공 당시 기준)이 지난 두세번의 짧은 통화를 빌미로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들여다 볼 수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테러방지법이 어떻게 악용될 것인지 미래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그마한 빌미로 저들이 영장없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보는 이제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기본정보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공된 정보가 어떻게 이용되고 이후 어떻게 폐기되는지 조차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이를 통해 국가에서 이념지도를 빅데이터로 만드는데 활용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다수의 기자들 정보가 제공된 사실도 드러났다. 주로 민주노총을 취재하거나 집회 현장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이라는 소리도 있다. 기자들의 통화 내역조회는 기사의 출처가 드러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털리는 줄 모르게 기자들도 털렸다)


  내 추정이 틀리길 바라지만, 그럴 확률은 낮아보인다.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니 기다려볼 수밖에.

블로그 이미지

Colorless.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

  수사기관에서 내 정보를 들여다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찝찝하다. 이름·주민번호·전화번호·주소 등 기본 정보라 하더라도. 졸지에 범죄자가 된 기분이다. 그런데 요청하지 않았다면 내 정보를 수사기관에서 열람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날 뻔 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열람사유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신 정보' 엿본 이유 알려달랬더니.."법적 의무없다"며 거부)





  나는 이유를 듣기 위해 우선 서울지방경찰청에 전화를 했다.


  나 : 통신사에서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받았는데,

       서울지방경찰청에서 2회 정보제공 받으셨더라구요. 이유를 알고 싶어서요.


  A : 선생님, 흥신소에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제공받은 사실을 확인하셨다고요?


  나 : 통신사에서요.


  A : 아, 통신사에서. 어떤부분을 제공받았다고 하세요, 서울청에서?


  나 : 고객명, 주민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 이렇게요.


  A : 잠시만요. 고객명 전화번호 주소 담당자 누구로 되어 있으세요?


  나 : 담당자는 없고 그냥 요청 기관만 있구요, 문서번호 있는데 불러드릴까요?


  A : 요청기관이 서울지방 경찰청이에요?


  나 : 네네


  A : 잠시만요. 문서 번호가 있다고요 선생님?


  나 : 네


  A : 선생님 그러시면요, 이부분이요 어떻게 해서 지금 제공받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거고 왜 그렇게 제공 받았는지 하는거잖아요. 통신사에서요. 잠시만요. 저희가 이부분으로 확인 가능한지는. 서울청이라 함은 수사과도 있고 형사과도 있고 너무나 많아요 선생님. 때문에 이건 어디서 확인을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사실은.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저희 민원실 좀 확인 한번 해보겠습니다.


(대기음~~~)


  A : 여보세요 선생님 제가 확인 한 번 해봤습니다. 선생님 저희가 이런 경우가 있었다고 하는데, 저희가 문서반이라고 있습니다. 문서반 쪽에서도 저희가 확인 한 번 해봤는데요. 이렇게 해서는 선생님 안나온다고 해요. 저희 쪽에서. 선생님께서 통신사랑 한번 더 통화를 하셔서 문서번호가 2015 하고 아마 그게 청문이면 청문 수사면 수사 이런게 있을 거에요. 그걸 조금 더 자세하게 여쭤보셔야 할 것 같아요. 저희쪽에서는 선생님 그것만 가지고는 확인이 안된다고 하세요.


  전화를 받은 서울청 직원분은 상당히 친절했다. 그런데 통화를 끝내고 나니 영 개운치가 않다. 녹음한 파일을 다시 들으면서 그 이상한 느낌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붉은 글씨를 다시 한번 읽어보자. 나는 문서 번호를 불러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직원분께 번호를 불러준 적은 없다. 그런데 문서반에 확인했다는 그 직원은 이렇게 해서는(내 해석으로는 내가 받은 문서 번호로는) 안된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받은 문서 번호는 제2015-09***호 이런식이다. 청문이니 수사니 이런 글자는 없다. 문서번호를 부르지도 않았는데, 경찰청은 어떻게 알았을까?


  경찰청 직원과의 통화를 마치고 SK텔레콤 상담사와 통화를 했다. 두 분의 상담사 분과 통화를 했는데 처음에는 깜빡하고 녹음하지 못했다. 녹음을 못한 앞선 통화에서는 요청 수사기관의 담당부서와 담당자를 알려 달라고 하자 수사기관을 통해서 요청해야 그 부분을 알려달라고 했다. 수사 기관에서는 통신사에서 그 내용을 받아와야 이유를 알려준다는데?? 다음은 두 번째 통화한 상담사 분과의 통화 내용이다.


  B : 고객님 조금 전에 통신자료 제공 사실확인서 문의 주셔가지고, 통화드렸었던 상담사인데요.(전화문의 후 약 1시간 이후에 걸려온 전화) 말씀해 주신 거, 열람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저희쪽에서 확인해보니까요, 저희 쪽에서 제공된 내용 같은 경우에는 담당 수사기관에서 열람을 요청하신 이유는 따로 확인이 안되고요, 저희는 그 수사기관으로 요렇게 제공을 했다는 제공 내역에 대해서만 확인되시는 걸로 그렇게 확인되세요. 


  나 : 그러면 어느 부서에서 했는지,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알려주실 수 없나요?


  B : 네, 수사기관으로 한 번 문의를 해봐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이렇듯 수사기관과 통신사는 핑퐁게임을 하듯 서로에게 떠밀고 있다. 그 사이에 낀 나는 수사기관이 내 정보를 엿본 이유를 듣지 못하고 있다. 나는 그저 알고 싶을 뿐이다. 수사기관이 내 정보를 열람한 이유를. 현재 내가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사실로 미루어 짐작컨대 나는 죄가 없다. 그러면 이유를 알려줘도 되는 것 아닌가?

블로그 이미지

Colorless.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

  지난 주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 요청을 했다. 별 생각은 없었다. 설마 하면서도 찝찝한 마음을 덜기 위한 요식행위였다. 나는 현재 가족 외엔 소속된 집단이 없다. 직장도, 정당도, 단체도 없는 흔하디 흔한 취준생. 가끔 가족·친구들과 통화하는 것 외엔 연락하는 사람도 없이 산다. 통신자료 내역을 들여다 보는 수사기관의 노력이 미안할 정도다. 그래서 요청 사실도 잊고 있었다. 오늘 오전 메일 한 통을 받기 전까지.



  전해받은 pdf 파일에는 내 통신자료가 2015년 11월 18일, 2015년 12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지방경찰청에 제공되었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전달해주었다. 이유는 명시되어있지 않았다. 사소한 범칙금조차 내본 적 없는 나는, 대학 동기들이 연행됐던 FTA 반대집회에서도 그들보다 비겁했던 덕에 유치장 반대편에서 면회하던 나는... 왜?? 라는 물음을 지울 수 없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SK 텔레콤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아직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

블로그 이미지

Colorless.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