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돈잔치가 벌어졌다. 판이 벌어지기도 전부터 FA 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기록한 총액 523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2000년 FA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인 19명이 FA 신청을 한데다, 잇딴 신생구단 창단으로 수효가 늘어난 때문이다. 뚜껑을 열자 예상보다도 뜨거웠다. 원소속 구단 우선협상 마감일인 지난 26일 하루에만 395억 5천만원의 계약이 이뤄졌다.


  초대형 계약들이 잇따라 체결됐다. SK는 최정에 4년 86억이라는 역대 최고액 계약을, 삼성은 윤성환에 4년 80억짜리 역대 투수 최고액 계약을 안겨줬다. 강민호와 장원삼이 기록했던 최고액 기록이 1년만에 깨진 것이다. 게다가 투수 최고액 기록은 올해 또 한번 경신될 확률이 높다. 장원준이 롯데의 4년 88억 제안을 거절하고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장원준의 경우 몸값이1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보다 한단계 위로 평가받는 일본 프로야구보다도 FA 몸값이 비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7년간 75승에,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한 지바 롯데의 좌완 에이스 나루세 요시히사는 3년간 우리돈 57억 원에 야쿠르트로 이적했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의 평균 연봉은 우리의 4배에 달한다고 하니 현재 이뤄지는 80억짜리 계약들이 얼마나 거품이 낀 것인지 알 수 있다.


  비상식적인 FA 몸값 인플레의 원인은 무엇일까? 수효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 고교야구 팀이 4000여 팀에 달하는데 비해 우리는 고작 60여개의 야구팀 뿐이다. 게다가 9구단, 10구단이 창단 되면서 수효는 급격히 늘었다. 선수들의 몸값이 급격히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최정상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과거보다 늘면서 리그내 수준급 선수들의 수가 줄어든 것도 인플레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인플레는 잡아야 한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모기업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이런식의 과열 경쟁은 공멸의 길으로 이끌 수 있다. 특히나 전 세계가 경제 불황인 지금 이러한 지출은 기업들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매년 적자 운영을 한다고 우는 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방법을 찾아야한다. 우리의 허접한 야구 저변을 봤을 때 사실 10구단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단한 팀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니 공급을 늘이는 수밖에 없다. 


  FA 제도를 손질 하는 것이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FA 자격 취득 연한을 줄여 FA 선수 공급을 늘이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조금 더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고교 야구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매년 500억원 이상 돈잔치를 치르는 FA 시장에 낀 거품을 줄이고 그 돈으로 지역의 고교야구 팀을 지원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다.


  덤.

  고양 원더스는 야구 저변 확대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심지어 매년 40억씩 자비를 들여가며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또한 매년 프로 선수를 수명씩 배출하며 그들의 길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했다. 프로구단들은 자신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고양원더스에 감사를 표하기는 커녕 외면하고 무시했다. 결국 고양 원더스는 3년만에 해체됐다. 하지만 원더스가 보여준 길은 여전히 유효하다.


  매년 40억만 투자하면 선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75억짜리 강민호 하나면 원더스를 두 개 운영할 수 있다. 75억을 4년으로 나누면 18억 7500만원이다. 올해 강민호는 71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안타 하나당 2640만원 꼴이다.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생각해보자. 만약 장원준이 4년 100억 계약을 맺고 매년 10승을 한다고 생각하면 승리당 2.5억원이다. 매년 15승씩 해준다고 해도 승리당 1.6억이다. 결국 구단이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블로그 이미지

Colorless.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