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씨를 총리후보로 내세운 후 매일 같이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마치 블랙홀 처럼 모든 이슈를 문창극 하나로 빨아들이는 느낌이다. 월드컵 기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처럼 끊임 없이 이슈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심한지 알려준다. 월드컵 때문에 세월호 국정조사에 대한 관심이 멀어질 것을 우려한 야당이 무색하게 월드컵 보다는 문창극 이슈가 그 일을 해내고 있다.

 

  문창극 이슈가 이렇게 크게 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문창극이라는 사람이 과거에 싸질러 놓은 똥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유시민씨가 말하 듯 기자 또는 칼럼니스트를 정치인으로 끌어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매주 몇편씩 쓰는 기사나 칼럼에 어떤 발언이 들어있는지 후보자 자신도 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문창극씨의 과거 발언이나 글 중에 문제되는 부분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친일 관련 이슈라는 점이다. 수많은 선조들이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짓밟히고 목이 잘려 죽임을 당하고 여성들은 강간을 당하기도 하고 수많은 물자들을 수탈 당한 기억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일본은 아무리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먼 나라다. 또한 국민 대다수가 친일파의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때에 식민사관에 기초한 문창극씨의 발언을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문창극씨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 역시 논란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서울대를 나와서 중앙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중앙일보 주필과 대기자까지 지낸 말그대로 대한민국 주류사회 엘리트 출신인 그는 유시민씨의 발언을 빌자면 "주관적으로 어마어마한 애국자"이다. 대한민국 엘리트 언론인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후배 기자들과 국민들의 질책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테다. 그래서 자신이 기자생활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 준 것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에 대해 좋지 않게 쓰는 후배 기자들과 자기 욕을 하는 국민들에게 화가 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후보자들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언론과 야당의 공세에도 '죄송하다'는 말로 피해가려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문창극 샤우팅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화를 내며 답변하고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문창극 버티기와 논란이 커지는 것이 청와대의 출구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어제 문창극 후보자가 안중근, 안창호 선생님을 존경한다며 "저는 식민지 사관이 뭔지 뚜렷이 모른다. 왜? 저는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 (아 씨바. 그럼 수학자 아니면 피타고라스 정리 모르나.)이라고 하는 말도 안되는 해명을 할 때만 해도 왜 청와대에서 문창극씨를 계속 안고 가는가 의아했다. 지금까지 박근혜씨의 정치 스타일로 봤을 때 자신의 지지율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소화하는, 지지율 방어에 있어서는 세계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사람인데 문창극이 뭐라고 저렇게 감싸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서울신문 기사를 읽고 청와대에서 문창극 논란을 키우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을 삼은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논란이 커지면 당연히 이번 인사를 단행하고 지금까지 모두의 반대에도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청와대와 박근혜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지지율이 2.7 퍼센트 올랐다는 거다. 문 후보자의 버티기에 곤혹스러워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전된 것으로 해석된다. 어쩌면 박근혜씨가 해외 패션쇼 마치고 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유체이탈 화법도 이 정도면 타나토노트 급이다.

 

  국민의 70퍼센트가 문창극 후보자에대해 반대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 문창극씨가 청문회를 통과 할 수 없을거다. 아니 청와대와 박근혜씨가 이를 무시하고 문창극씨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 조차 부담스러울 것이다. 중앙일보 정치부장을 지냈던 문창극씨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몽니를 부리는 것은 청와대와 문창극씨 간에 교감이 있지 않고는 힘들지 않을까?

 

참조

 

[연합뉴스] 文 퇴근길 20분 격정호소..친정 언론에 서운함 표출

[서울신문] 박근혜 지지율 하락세에서 반등, '靑, 문창극 버티기에 곤혹' 보도에 분위기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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