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전 총리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로 결국 청문회도 가지 못하고 낙마했다. 총리후보 내정부터 꼬박 14일이 걸린 대장정이 오늘 아침에서야 끝났다. 그는 총리후보자에서 사퇴하는 기자회견도 변명과 자기 합리화로 일관했다. 월드컵도 덮지 못한 문창극씨의 국무총리 임명과 관련된 이슈들은 문창극씨의 사퇴와 함께 조금씩 사라지겠지만 두고두고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문창극 사퇴 기자회견


  그의 사퇴 기자회견 전문을 살펴보면 다른 사퇴자들의 회견과 달리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이 없다. 형식적이더라도 이례적으로 죄송하다는 말이 들어가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런 단어는 없다. "저의 사십 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라고 말했지만 반성의 결과는 없다. 반성의 뜻은 '자기 언행에 대해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봄' 이니 돌이켜는 봤는데 잘못한게 없더라는 건가? 또한, 국민에 대한 죄송함 뿐 아니라 자신 때문에 지지율이 대폭 하락한 박근혜씨에 대한 죄송함도 그의 사퇴회견에는 없었다.


  그의 사퇴 기자회견에는 '변명'과 '자기 합리화'가' 사죄'와 '죄송함'을 대신했다. 사퇴회견 이곳 저곳에서 이번 인사 참극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언론에서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며 왜곡하였고,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쉬운" 국민들이 이 언론의 왜곡으로 자신을 밀어내는 여론을 만들었고, "법을 만들고 법치에 모범을 보여야할" 국회의원들은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자신에게 사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게 그의 시각이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었던 2011년 온누리교회에서의 강연에 대해서는 "개인의 신앙의 자유"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조 했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개인의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다. 종교뿐 아니라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지켜줘야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총리의 자격에 맞지 않다는 거다.


  친일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엊그제 갑자기 툭 튀어나온 '할아버지 독립운동가'설을 얘기했다. 한쪽에서는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아니라고 하니 필자는 거기에 대한 판단은 못하겠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독립운동하다 돌아가신 것이 어떻게 자신이 식민사관을 갖고 있지 않다는 논거가 되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친일 논란이 할아버지의 친일 전력이 아닌 자기 자신의 발언에서 기인한 만큼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라 해서 자신도 친일주의자가 아니라는 논리는 기가막힌다. 막말로 할아버지가 독립운동하다 돌아가신것을 보니 철저히 기회주의자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수도 있는것 아닌가?


  사퇴회견 마지막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가관이다.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십니다." 이는 성경 욥기 1장 21절을 인용해서 이야기 한 것이다.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 (욥 1:21). "개인의 신앙의 자유"를 말하시는 분이니 더이상의 논평은 금하겠다. 근데 궁금하다. 여기서 그분은 박근혜씨인가? 김기춘씨인가? 아니면 당신이 믿는 '하나님'인가? 기독교인 쪽팔리는 행동 좀 하지 마라. 교회다닌다고 말하고 다니기 안그래도 힘드니까.


  문창극씨가 내세운 사퇴의 이유는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마음속에는 사퇴하는 순간까지도 국민이라는 단어는 없었던 것이다. 다음 총리 후보자에 대한 우려가 여기서 나온다. 제발 박근혜씨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닌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

  아참. 근데 왜 병역 분제 관련해서는 해명이 없나?


문창극 후보자 자진사퇴 기자회견 전문


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 것에 대해 마음 속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를 도와주신 총리실 동료 여러분들 그리고 밖에서 열성적으로 지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밤을 새우며 취재를 하시는 기자 여러분을 보면서 저의 젊은 시절을 다시 한 번 더듬어보는 기회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40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이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히 몇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또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저도 조그만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한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민주주의,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자유 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그리고 천부적인 권리는 다수결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두개의 기둥으로 떠받쳐 지탱되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됩니다. 이 여론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습니다.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입니다.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는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습니까?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입니다. 진실 보도입니다. 다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 보도가 아니라 진실 보도입니다.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습니다. 


신앙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립니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입니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됩니까?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히셨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것입니까?


마지막 드릴 말씀은 제가 총리 지명을 받은 후 벌어진 사태로 인해 우리 가족은 역설적으로 뜻하지 않은 큰 기쁨을 갖게 됐습니다.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하시는 데에 대해 저와 제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의 가족은 문남규, 남녘남자, 별 규 자 할아버지가 3.1운동 때 만세를 부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가족사를 아버님 문규석, 터기 자, 주석석자, 아버님으로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사실 우리 당시 민족 가운데 만세를 부르지 않은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돌아가셨다 했기 때문에 저도 그런 당당한 조상을 모시는 분이구나, 모신 사람이구나 저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습니다. 


저에 대한 공격이 너무 사리에 맞지 않기에 검증 과정에서 제 가족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검증팀이 저의 집 자료를 가지고 보훈처에 알아보았습니다. 뜻밖의 저의 할아버님이 1921년 평북 삭주에서 항일투쟁 중에 순국하신 것이 밝혀져 건국훈장 애국장이 2010년에 추서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자녀들도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검색창에 문남규라고 삭주 이렇게 한번 쳐보십시오. 저의 원적은 평북 삭주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실려 있는 1921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독립신문을 찾아보십시오. 이것은 언론재단에 원본이 다 보관되어 있습니다.


저의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는 공개치 않고 조용히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이미 제가 어제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치신 할아버지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혹시 다른 독립유공자 자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의 손자로서 보훈처가 이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십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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