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시각장애인 서주영씨가 안내견과 함께 신림동에서 안양으로 가는 경기 9-3(차량 번호: 경기 71바 1078)에 오르려고 하자 버스기사가 개와 같이 탈 수 없다는 이유로 승차거부를 했다. 이에 서주영씨는 자신이 시각장애인임을 밝히고 안내견과 함께 타야 한다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폭언뿐. 승객들의 동의를 얻어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수 있었지만, 버스 운전기사의 폭언은 계속되었고 서주영씨는 마치 '짐짝' 마냥 버스에 실려서 죄인처럼 버스에서 내려야했다. 다음날인 16일에도 안양에서 서울로 오는 버스를 타려는 서주영씨를 보고도 그냥 문을 닫고 가려고 했다.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당사자는 얼마나 화가났을까? 자식을 태워 보내려고 버스를 잡던 아버지의 속은 얼마나 타들어갔을까? 제기랄. 이런 뉴스를 접할 때 마다 분노와 함께 나오는 탄식이다. 어떻게 이런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가?

 

  우리나라에 교통약자를 위한 법이 없어서 생긴 일이 아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에는 교통약자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항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3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동법 제90조에는 위의 사항을 어겼을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있다. 법은 제정되어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진보하지 않은 탓이다.

 

  세월호 사건에 선장이 죽일놈이듯, 이번에 버스 운전기사도 나쁜 사람임에 틀림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와 삼영운수에 대해 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덧붙여서 욕할 이유도 없다. 조금 시각을 돌려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자. 출퇴근 하는 버스에 올라탔고 겨우 출근 시간에 늦지 않을 그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정류장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마음속에 저 장애인이 당신이 탄 버스에 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그 장애인이 당신이 탄 그 버스에 타고 당신이 앉아서 쉬어가기를 원하는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자리를 양보할 수 있을까? 사실 필자는 그러지 못할거 같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군말하지 않고 자리를 내놓을 수는 있지만 마음속까지 평온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귀국후 한국에서 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 버스에는 장애인이 참 많이 타지 않는다는 거다. 미국보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수가 월등히 적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으니 아마 장애인들이 버스를 탈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에는 아침에 휠체어를 타고 버스에 오르는 장애인 승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저상버스라면 그나마 시간 지체가 덜하지만 오래된 버스는 기사가 자리에서 내려서 리프트로 휠체어를 올려야 하기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어 뒤에 출발한 버스가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볼 때면 야속하기도했다. 그런 일이 자주 있었지만 단한명도 거기에 대해서 입밖으로 투덜대거나 인상을 찡그리는 일을 본 적은 없다. 어떤 마음을 갖고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걸 입밖으로, 표정으로 드러내는 순간 자신의 교양 없음이 드러나기에 그런 표현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기사를 접하고 지난 1월에 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며 버스에 쇠사슬로 휠체어를 묶었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에 대한 기사가 생각났다. 그 뒤에 어떤 후속 조치가 있었는지 찾아봤지만 그때 잠깐 이슈화 되고는 후속조치는 아직인 것 같다. 장애인들은 숫자도 적고 힘도 없으니 그들을 위한 정책이 쉽게 마련될리 없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에는 '모든' 교통수단을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해두었지만 그 '모든' 교통수단에 고속버스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내 가족, 내 친구, 내 주변사람들 그리고 내가 장애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조금 더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겠다.

 

참조

[CBS 김현정의 뉴스쇼] 안내견 승차거부 사건 "그날 난 짐짝이었다"
[한계레] "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

 

서주영_안내견_승차거부_관련_글(2014._6._14).hwp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 (이동권)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장애인 보조견의 훈련·보급 지원 등) 과태료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복지 향상을 위하여 장애인을 보조할 장애인 보조견(補助犬)의 훈련ㆍ보급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보건복지부장관은 장애인 보조견에 대하여 장애인 보조견표지(이하 "보조견표지"라 한다)를 발급할 수 있다.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4항에 따라 지정된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④보건복지부장관은 장애인보조견의 훈련ㆍ보급을 위하여 전문훈련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⑤보조견표지의 발급대상, 발급절차 및 전문훈련기관의 지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제90조 (과태료)

③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3. 제40조제3항을 위반하여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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