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대한민국 원전에 대해서 다뤘다. 이미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들었던 내용이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도 '안전'하다고,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사태는 대한민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을 하는 것인지 분노할 뿐.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인터뷰를 들으며 세월호 사건과 어떻게 이렇게 비슷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어쩌면 세월호 사건이 대형 참사의 모든 면을 보여줬기에 어떠한 사고를 보더라도 세월호를 떠올 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월호의 문제를 사고 이전에 예측하고 문제제기를 했던 사람이 있었듯 후쿠시마에서도 도쿄전력의 직원이 사고 이전에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별난 사람 취급을 받고 그의 우려에 대한 어떠한 조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사고당시 위험상황을 인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정부에 거짓으로 보고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는데 골든타임을 써버리고 말았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 그리고 청해진해운이 사고 직후 과적사실을 가리기 위해 장부를 조작하는데 골든타임을 소비해버린 것이 오버랩된다. 후쿠시마 피폭 피해자 이도카와 가츠타카씨는 책임자들이 신속한 정보를 막고, 요소제를 복용시키지 않은 채,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현장에서 도망쳤다고 이야기한다. 세월호 사건의 책임자들이 기다려라는 방송만 한 채 자신들의 목숨만을 구하기 위해 배를 버리고 도망쳐 버리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구라사와 하루오 전 NTV기자의 발언은 조금 충격적이다. 당시 도쿄전력 본점에서는 담수를 넣어서 원자로 노심을 냉각 시키려 했지만 담수가 떨어진 상황에서 해수라도 넣어서 냉각을 시켜야했다. 하지만 해수를 넣게되면 원자로는 다시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런 판단 앞에서 도쿄전력은 원자로를 지킬 것인지 지역 주민의 생명을 지킬 것인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 수백명의 학생들과 승객들의 목숨과 선박 보험금을 두고 잘못된 판단을 했던 유병언과 청해진 해운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원전으로 부터 안전한가? 우리나라에는 지금 23기의 원전이 돌아가고 있는데 이는 세계 31개 원전 보유국중 다섯번째로 많은 숫자라고 한다. 다섯번째로 많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사실상 면적당 원전수로 계산해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도로 원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원전관계자들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 매우 높게 이야기한다. 원전 사고가 날 확률은 백만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고 있다. 체르노빌, 스리마일, 후쿠시마. 대형 원전 사고만해도 이미 몇차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원전이 안전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백만분의 일의 확률이라는 원전사고가 어떻게 이렇게 자주 일어나는가? 아마도 백만분의 일의 확률을 계산 할 때 사람이라는 변수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실수를 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자극에 둔감해지는 것이 사람이다. 일반인이라면 원자력의 위험에 대한 공포가 너무 커서 감히 돈 몇푼에 안전을 팔아먹는 일 따위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원자력을 관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런 비리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오랜기간 경험으로 원전이 안전하게 돌아간다는 의식을 갖게된 사람들이 원전의 위험에 대해서 둔감해진 탓일 것이다.

 

  언전에 대한 불감에 더해서 개인의 욕망이 합쳐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12분간의 고리 원전 정전 사태를 통해서 엿볼수 있다. 한수원 사람들은 12분 동안이나 원자로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은 사고를 제대로 보고 하지 않고 일지를 조작하는 등 문제를 덮어버리려했다. 그들이 안전에 둔감해진데다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고자하는 욕망이 꿈틀거렸기 때문에 최대한 은폐하려 했던 것이다. 더욱 문제는 이런 중대한 범죄가 들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이들에 대해 벌금형 또는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이다. 다음에 또 같은 일이 일어나도 똑같이 은폐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 버렸다.

 

  한수원 측은 자동차, 비행기, 선박 사고와 원전사고 숫자를 비교하며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한다. 맞다. 사고 숫자를 단순 비교하면 원전사고의 확률은 정말 희박하다. 하지만 기대값이라는 것이 있다. 교통사고가 나면 사람 몇명 다치거나 죽는 것이 피해의 대부분이다. 비행기나 선박사고도 사상자의 숫자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원전사고는 다르다. 원전 사고는 그 주변의 모든 생명을 앗아갈 뿐 아니라 세대를 걸쳐서 고통을 주며 그 땅이 다시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뀌기 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지 알수가 없다.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하면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막을 수가 없는 것이 원전사고다. 아무리 적은 확률이라도 그로인해 발생할 위험의 크기가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원전사고의 기대값이 다른 사고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앵무새 처럼 원전 사고의 확률만 놓고 원전의 안전함을 외치는 한수원 관계자들의 자만이 매우 두렵다.

 

국가

원전수

면적(만km2)

면적당

원전수

순위

미국 100 982.6675 0.10176 6
프랑스 58 55.1695 1.05131 3
일본 48 37.7944 1.27003 2
러시아 29 1709.8242 0.01696 10
한국 23 10.021 2.29518 1
인도 20 316.6414 0.06316 7
캐나다 19 998.467 0.01903 8
중국 17 959.696 0.01771 9
영국 16 24.361 0.65679 4
우크라이나 15 57.6664 0.26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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