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7일 '제15회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에서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에서 연세대 로터리와 경의선 신촌역을 거쳐 다시 유플렉스로 돌아오는 경로로 거리 퍼레이드를 나설 예정"이었으나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의 시위로 잠시 중단 되었다고 한다. '동성애'라는 단어만 나오면 기겁하는 한국 기독교계의 반응이야 학생인권조례 반대 등 워낙 많이 봐서 새롭지도 않았지만, 이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은 놀라웠다.

 

  드보르잡 변씨가 노래를 부르는 '좌좀포털 다음'에서조차 동성애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처음에는 괜히 동성애 차별에 반대해는 목소리를 내다가 동성애자로 몰리는 것을 두려워한 진보 진영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동성애 금지 의견을 단 사람들의 다른 댓글 보기를 해본 결과 상당수가 정치적으로 민주, 진보진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크게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로, 우편향적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민주 진영이 왼쪽에 있는 듯한 착시효과 때문에 사실상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이 정치적으로 같은 진영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동성애와 같은 이슈에 대해서 같은 진영 내에서도 생각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팽배한 대한민국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진보 진영 내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토론과 논의가 많이 없었다는 것이다.

 

   댓글들을 보니 크게 세가지 정도 반대의 이유가 있었는데 거의 반박할 가치도 없어 보이는 빈약한 논리였으나 하나 하나 반박해보자. 가장 많았던 이유가 비자연적인 정신병이라는 점이다. 동성애가 자연 생태계에서도 보인다는 점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니 굳이 말하지 말자. 동성애가 정신병이냐 아니냐는 꽤 오래된 논쟁거리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미 1973년 12월 15일에 미국 정신의학회 이사회에서는 동성애 조항을 DSM-II에서 공식적으로 삭제하기로 결정하였다.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볼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양보해서 동성애가 비정상적인 정신병이라고 하더라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동성애를 처벌하거나 금지할 수 없다. 결벽증이나 강박증이 있는 사람을 그것을 이유로 차별 할 수 없듯 정신병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두번째로 많은 이유가 에이즈이다. 이것은 사람의 공포심을 극대화 하여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점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는 동성애 반대 논리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조금만 생각해보면 논리가 빈약하다. 항문 성교가 동성애를 차별하는 이유라면 레즈비언에 대한 차별은 어떻게 정당화 할 것인가? 항문 성교를 하는 이성애자들은 어떠한가? 연합뉴스 기사 "'가난한 동성애자' 안전유의해도 에이즈감염률 높아"에 따르면 가난한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에 더 많이 걸리는 이유는 의료보험 가입률이 낮고 에이즈 감염 예방약 복용률이 낮은 등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를 동성애자들을 공격하는 수단으로만 쓰지 않고 사회적으로 이들을 보호하기를 기대한다면 허황된 것이겠지?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는 몰라도 유교사상이 뿌리깊은 우리나라에서는 안된다는 이유가 많았다. 유교사상을 따르자면 머리도 자르지 말고, 부모가 돌아가시면 삼년동안 상을 지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다 버리고 물질 만능주의 서구 사상에 물들어 놓고 동성애 문제만큼은 유교사상을 들먹이며 반대 한다니 웃지 않을 수 없다. 갈수록 동성애 반대의 논리가 빈약한 것은 그냥 자신과 다른 것이 싫은 것이면서 이런 저런 이유를 억지로 붙이기 때문일 테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필자도 고등학생 시절 동성애자임을 밝힌 친구를 멀리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도 동성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다. 댓글중에 니들 자식중에 동성애 한다고 하면 찬성할 수 있는 사람들만 동성에 차별에 반대하라는 내용을 보고 조금 망설여졌다. 실제로 내 자식이 혹은 내 가까운 사람들이 동성애임을 밝힐때 나는 쉽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고등학교 시절의 나와는 다른 성숙한 모습으로 그들을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아직도 쉽게 대답하지는 못하겠다. 아직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 탓이리라. 하지만 지금은 이런 얘긴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동성애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면 그것을 위해 함께 싸워 줄수는 있다고. '우리 모두 동성애 하자'가 아니다. 동성애자들을 좀 내버려 두자는 거다, 차별하지 말고.

 

참조

[이데일리] 퀴어 퍼레이드 '대치 중'

[연합뉴스] '가난한 동성애자' 안전유의해도 에이즈감염률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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