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신곡 '행오버'을 들고 나왔다. 스눕독과 함께 작업을 한곡으로 또 다른 메가히트 곡이 될까 하는 기대로 많은 사람들이 싸이의 신곡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행오버'가 올라왔다는 기사를 접하고 바로 유튜브로 가서 검색해서 뮤직비디오를 봤다. 기대 때문이었을까? 실망이 컸다. 원래 가지고 있던 싸이의 색채도 드러나지도 않았다. 싸이 음악 특유의 튀지만 쉽고 창의적이지만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도 참신하고 재치 넘치는 가사도 없었다. 뮤직비디오도 재미있는 한국의 술 문화를 잘 표현했다고 하는데 스눕독의 소주잔 돌려마시기 기술 시전과 폭탄주 제조 장면 외에는 딱히 눈에 들어오고 뇌리에 박히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설래발 치는 기사를 보니 참 어이가 없었다. 기사에서 "한국어 가사와 한국 특유의 해장 문화, 그리고 한국적 사운드"를 이유로 들어서 '행오버'가 '강남스타일' '젠틀맨'에 이어 싸이 신드롬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어 가사 '꾀꼬리 못 찾겠어/안 예쁘면 예쁠 때까지/받으시오'가 노래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처음 들었을때 '받으시오' 외에는 한국인인 필자에게도 남지 않았는데 외국인에게 잘들릴까?

 

  또한 한국의 전통악기 꽹과리가 사용되었기에 한국적 사운드라고 하는데 기자가 노래를 들어보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전체 사운드가 한국적인 것과 거리가 먼데 중간에 악기 하나 삽입되었다고 한국적 사운드라고 할 수 있을까?싸이의 'We Are The World'라면 한국적 사운드가 가미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이것을 드럼의 심벌이나 하이햇과 구별해서 들을지 모르겠다.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한국의 술자리 문화도도 한국의 술자리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야 사우나, 폭탄주, 편의점, 노래방, 당구장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외국인들이 소주잔 돌려마시기 기술을 따라하게 되는 정도의 효과는 있겠지만.

 

  무엇보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싸이가 강남스타일의 대박 이후 강남스타일 성공의 공식을 너무 의식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은 애국심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강남스타일' 성공의 키를 너무 협소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남스타일'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쉽고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멜로디와 말춤에 있었지 '한국적'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 음악이 싸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오지 않았다면 아래의 조선일보 기사가 나왔을까? 애국심 마케팅으로 싸이 음악이라는 이유 만으로 '행오버'를 띄우는 기사를 쓴 것은 아닌지 의심 된다. 물론 필자와 다른 취향을 갖고 있는 대중이 '행오버'를 선택해서 또 다른 메가히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위트 넘치는 가사에 아름다운 멜로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예전의 싸이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참조 : [조선일보] 싸이의 '행오버', 이래서 무섭다. 신드롬의 3가지 조짐

블로그 하면서 조선일보를 참조하게 될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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