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어지는 오심 논란으로 프로야구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5월 20일부터 목동 야구장에서 치뤄진 넥센-한화의 주중 3연전은 연일 이어지는 오심으로 '오심 시리즈'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오심 시리즈'의 시작은 1차전 4회말 넥센이 한 점 리드하고 있는1사 1,3루의 상황. 좌익수 플라이에 3루 주자 김민성은 태그업, 홈으로 쇄도했지만 홈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이영재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한 점차 박빙의 승부의 긴장감에 찬물을 끼얹는 명백한 오심이었다.  '오심 시리즈'의 절정은 다음날 이어진 2차전이었다. 6회말 두 점 뒤진 넥센의 공격, 윤석민의 2루타 타구가 파울이 아닌 페어라는 김준희 3루심의 판정에 한화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는 격렬하게 항의했다. 김응용 감독은 선수단 철수라는 강수를 뒀고, 결국 자신의 6호 퇴장 기록을 세웠다. (33년 프로야구 역사에 감독 퇴장은 단 22차례, 김응용 감독은 이 부문에서 독보적 1위. 김성근 감독이 뒤를 이어 4회 퇴장)

 

  비록 역대 최다 퇴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태 시절 이후 김응용 감독은 심판의 판정에 크게 항의하지 않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면 오심과 심판에 대한 김응용 감독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저 말이야. 한 경기에 심판들이 판정해야 할 아웃카운트가 몇 개인지 알아? 양팀 합쳐 54개야. 볼카운트 판정은 300개가 넘는다고. 심판도 인간인데, 실수할 수도 있지 않겠어? 야구는 말이지. 서로가 신뢰하지 않으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나라고 더그아웃에 가만히 앉아 있고 싶겠어. 성질 같아선 나가서 예전처럼 거칠게 항의하고 싶지. 그런데 그렇게 하면 서로의 신뢰가 깨진다고. 손해를 좀 보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고.”

 

출처 = [박동희의 입장] 김응용 “영구추방될 각오로 나갔다."

 

  김응용 감독은 “가능하면 참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거듭된 오심에 이대로 있을 순 없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갔다”며 2차전에서의 항의에 대해 해명했다. 3차전에서도 김준희 1루심의 오심이 한 차례 나왔지만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터라 한화 벤치에서는 크게 항의하지 않고 넘어갔다.

 

  하지만 여론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현재 비디오 판독 제도의 전면 확대(현재는 홈런 판정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오심 심판에 대해 거세게 규탄하고 나섰다. 네티즌들이 오심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오심투성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더욱 큰 문제는 '심판은 공정하다'는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네티즌들은 '심판들이 사설 토토를 하고 있다'는 웃고 넘기기에는 씁쓸한 농담을 한다. 실제 심판들이 사설 토토를 하고 그로 인해 어느 한 쪽에 유리한 판정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신뢰를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한화 선수단 철수의 단초가 된 판정은 심판 입장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응용 감독의 성향상 전날 오심이 없었더라면 '심판도 인간인데, 실수할 수도 있지 않겠어?'라며 넘겼을지도 모른다. 야구계 오랜 격언처럼 '오심도 경기의 일부'기 때문이다.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심판 토토설' 같은 루머도 돌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을 겪으며 우리 사회는 신뢰를 잃어버렸다. MB는 대선 전부터 거짓말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17대 대선에서 우리는 그가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뽑아줬다. 신뢰의 값을 너무 싸게 여긴 탓이다. 오늘 밥 한끼 더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밥 한끼 더 먹게 해주겠다던 약속도 거짓말이었지만.

 

  신뢰는 비싸다. 우리 사회는 신뢰가 깨진 탓에 지불하지 않아도 될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한미 FTA, 천안함,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것은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진실을 감추려는 정권은 물론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

 

  박근혜 정권 역시 신뢰를 주기 어려워 보인다. 부정선거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국정원과 사이버 사령부가 국민을 상대로 조직적인 여론전을 펼쳤다는 의혹에도 개인적 일탈이라며 꼬리 자르기만 한다. 수세에 몰리니 김기춘을 비서실장으로 뽑아 공안 정국으로 몰아갔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그 많은 국민들을 수장시켜 놓고도 언론 통제를 통한 여론 공작에만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그들의 거짓말에 언제까지 속지 않는다. 우리가 주인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투표다. 이번 선거에서는 제발 거짓말쟁이들한테 표 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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