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가 달라졌다. 추첨으로 결정된 게재순서에 따라 후보자의 이름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열거하여 기재하되, 그 순위가 공평하게 배열될 수 있도록 자치구․시․군의회의원지역선거구별로 순차적으로 바꾸어 가는 순환배열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이른바 '로또 선거'(기호 배정에 따라 득표율에 영향이 크다는 의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2006년 12월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계속 제기된 '깜깜이 선거'(선거 당일까지 후보자도 모르고 투표소에 들어간다는 의미)라는 비판은 이번에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광역 단체장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현실 때문이다. 지역의, 더 나아가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교육 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중요한 선거지만 치열한 정책 토론은 사라졌다.


  심지어 기존 정치권의 네거티브 선거를 답습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딸이 SNS를 통해 '아버지는 교육감 후보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 논란이 일었다. 문용린 후보는 '패륜'이라며 고승덕 후보 부녀의 갈등에 대해 비난했다. 고승덕 후보 측에서는 문용린 후보의 '정치 공작'이라 주장하며 맞섰다. 이에 문용린 후보를 추대한 '대한민국올바른교육감전국회의'는 고승덕 후보를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수언론에서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6월 2일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교육감 선거'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교육감 직선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가 끝난 후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감안해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나 과거처럼 교육감 임명제로 돌아가는 대안 등을 반드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매일 경제 역시 6월 3일 사설 '교육감 직선제 이번을 끝으로 폐지돼야 한다'를 싣고 비슷한 주장을 했다.


  과연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하는 것이 정답일까? 폐지를 주장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직선제로 바뀐 뒤 이제 겨우 세 번째 선거를 치루고 있을 뿐이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낮은 투표율과 선거에 소모되는 막대한 비용, 비리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낮은 투표율 이야기부터 해보자.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대통령 선거나 지방 단체장 선거와 달리 수요자가 한정된 때문이라 생각한다. 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 실제 투표율보다 높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필자는 교육감 직선제가 국민 전체의 의사를 묻는 것 도 중요하지만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 사회적으로 교육에 관심을 갖는다면 이상적이겠지만. 만약 중앙일보의 주장처럼 임명제로 돌아갔을 때, 교육감들이 교육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인가에는 의문이 든다.


  비용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자. 민주주의 실현에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지불한 비용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5년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대통령 선거도 하는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가치를 창출해냈다고 생각한다. '무상 급식'이나 '혁신 학교' '학생 인권' 같은 의제들이 공론화 되는 것, 또한 실현 되는 것을 우리는 지켜 봤다.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교육감 선거를 통해 교육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사회가 된다면,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을 국민들이 깨달으면 투표율 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 될 것이라고 본다.


  비리 문제는 어느 제도하에서나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을 막기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 아니겠나. 철저히 감사하고, 비리와 부패에 대해 엄정하게 처벌하면 될 일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선인들의 속담이 들어맞는 상황이다.


  분명 교육감 직선제는 수정 보완돼야 하는 제도다. 이번에 투표 용지를 바꾼 것처럼. 하지만 선거 자체를 폐지하기엔 이르다.

블로그 이미지

Colorless.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