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포털에서 뉴스기사 보던 중, "'노숙자 양지'로 떠오른 영등포역" 이라는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았다. 이런 기사 제목을 볼 때 마다 훈훈한 미담이기를 기대하는 필자는 영등포 역에 노숙자들이 동사 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배려가 생겼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기사를 열어 보았지만, 그 기대는 산산히 부서졌다.

 

  기사의 내용은 최근에 영등포역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사이의 통로에 노숙자들이 모여들고 있고, 그 증가율이 가파르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들어 영등포 역이 노숙자들의 최고 선호지로 떠오른 이유는 2011년 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로 인한 풍선효과와 완전한 실내는 아닌 통로이지만 추위가 실외에 비해 훨씬 덜하고, '도로'로 등록되어 있어 도로교통법상 폐쇄 할 수 없어 24시간 개방, 철도 특별사법경찰대가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아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기자는 기사의 말미에 인근 주민이라는 20대 남녀의 노숙인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담은 인터뷰를 싣고, 여러가지 간섭으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한 노숙인의 말을 전하며 마무리한다.

 

  기사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베충들이 좌좀 포털이라고 부르는 다음의 네티즌 의견란임에도 불구하고, 노숙인에 대한 적대심이 한껏 느껴지는 의견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이었다. 진보적이라고 자처 하는 사람들조차 노숙인에 대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던지, 아니면 노숙인의 문제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노숙인들은 불결하고 게으르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알코올 중독자나 잠재적 범죄자, 즉 사회적 암덩어리로 보이는 듯 하다. 심지어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그릇, 피할 쉼터를 제공하는 일조차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표현으로 비난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노숙자에 대한 적대심을 나타내는 의견은 크게 세가지 부류였다. 첫째, 노숙인들은 불결하고 보기에 혐오스럽다. 둘째, 노숙인들은 알코올 중독등 개인의 문제와 재활 의지 부족으로 노숙인 생활을 계속 유지 하고 있다. 셋째, 노숙인들은 잠재적인 범죄자들이다. 우선 노숙인들이 씻지 않아 보기에 좋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어디서 씻을 여력이 없는 노숙인들에게 청결을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또한 개인의 위생상태 때문에 사회에서 없어져야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동의 할 수 없다.

 

  노숙자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조금만 살펴보면 잘못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서울 노숙인 복지시설 협회에서 작성한 '2012 전국노숙인실태조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13,262명의 노숙인이 있고, 이중 약 13.7%인 1,811 명이 거리 노숙인이며 나머지 11,451은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는 노숙인으로 집계 되었다. 시설에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7.4%정도의 노숙인만이 알코올 및 약물 중독임을 알 수 있다. 노숙인은 알코올 중독자 일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편견인지 알 수 있다. 단지 누구나 한두번쯤 길거리에서 불쾌하게 마주쳤을 술에 취한 노숙자들에 대한 나쁜 기억이 전체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부풀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한 거리 노숙인 임시주거지원사업 신청자 471명에 대한 상담 기록을 분석해보면 신청자의 노숙사유는 사업실패, 실직, 경제사정, 부채문제, 거주지 부재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제적인 문제가 64.6%이다. 이들이 특별히 게으르거나 개인의 잘못으로 인해 노숙자가 되었다기 보다는 사회 구조적 문제나 가정환경 등의 문제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사회의 테두리로 밀려난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숙인에 대한 지독한 편견이 계속 자리하고 있는 한, 한번 노숙자로 떨어지게 된 이들이 사회로 다시 돌아가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노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 역시 편견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노숙자의 범죄율에 대한 통계자료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그에 대한 통계자료가 만들어져있지 않은 것인지 인터넷에서는 관련 통계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노숙자에 의한 범죄보다는 노숙자의 명의를 훔쳐 대포폰, 대포차, 대포통장 등을 만든다던지, 폭행과 성폭행, 묻지마 살인까지 노숙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훨씬 많고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불안감은 그 실체가 미비하거나 혹은 불쾌함에서 오는 불안감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기사로 돌아가서, 왜 노숙인들이 영등포 역으로 모이는가? 그들은 동사의 위험으로부터, 폭행등의 범죄로 부터 자신을 최소한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영등포 역 통로로 모이는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명하고자 하는 본능으로 그곳에 모이는 것이지 영등포 역이 '노숙자의 천국'이라서가 아니다. 그곳은 아무리 덜 춥다 하더라도 겨우 동사를 방지 할 정도일 것이고, 순찰자들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아도 여전히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다. 60년만에 한파로 많은 노숙인들이 목숨을 잃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가운데, 따뜻한 밥 한끼, 핫팩 하나 주지 못할 망정 삶을 위한 마지막 박을 깨뜨리진 말자.

 

참조

[중앙일보] ‘노숙자 양지’로 떠오른 영등포역

서울 노숙인 시설 협회

 

1부 전국노숙인실태조사발표회.pdf

 

2부 임시주거지원사업 방향성 모색 토론회.pdf

블로그 이미지

작은 조약돌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