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시작

저자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지음
출판사
생각의길 | 2015-05-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노무현에 관한 첫 구술기록집 [노무현의 시작]1. 왜 [노무현의...
가격비교


 

인상깊은 구절

  1심 재판하면서 자주 만났기 때문에 그 정도 인간관계는 되고 형편도 뻔히 다 아는데 '부모님 형편도 어렵고 하니 죄송하지만 무료로 해주이소'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안 해주겠나? 뻔히 해줄 건데... 내 참 서운했다,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일주일이나 지났나? 교도관이 변호사 선임계라는 것을 가지고 와서 방으로 쑥 들이밀더라고요. 변호사에 '노무현' 이렇게 돼 있데요.


  부림 사건의 재판 기간 동안 나는 그 청년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 성적도 우수하여 남보다 나은 자리가 보장된 사람들이 왜 부모님의 간절한 소망마저 내팽개치고 자기 앞날을 스스로 망치는 그런 어리석은 일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그들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차츰 그들의 삶을 존경하게 되었고 자신과 가족, 부모 형제끼리만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지 이웃의 고통이나 권력의 부정부패, 불의 따윈 모른 체하는 것이 상팔자라고 체념하고 살던 나의 삶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내용 요약

  고졸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1977년 대전에서 판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한 노무현은 이듬해 4월 사직하고 부산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다. 평소 판사보다는 변호사일에 맞다고 생각했지만 부인이 좌익경력의 장인 때문에 판사 못했다는 눈총을 받을까 시작했던 판사였기에 8개월만 하고 그만두었다. 변호사 사무실 개업 초기부터 함께 일을 하며 노무현 변호사의 초기 시절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던 장원두씨는 그를 남들과 다른 변호사로 기억한다. 법원에 서류를 내면서 관례적으로 1000원을 내던 것이 부당하다고 그 돈을 못내게 한다. 또한, 당시 동료 변호사들은 품위가 떨어진다고 하지 않던 등기업무를 맡아서 하는 조금은 독특한 변호사였다.


  1981년 노무현은 조세 전문 변호사로 부산에서 이름을 날리며 아파트도 사고, 요트를 즐기고, 부모 형제들을 돌보며 살고 있었다. 출세하면 고생하며 사는 사람을 도와주리라던 어린시절의 다짐은 희미해져 갔다. 그러던 때 선배 변호사이던 김광일 변호사의 부탁으로 맡은 사건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된다. 바로 영화 변호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부림 사건'이다.


  부림 사건을 맡은 노무현 변호사는 좋은 대학에 입학, 성적도 우수하여 남보다 나은 자리가 보장된 사람들이 이런일을 해서 자신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변호하기 위해 만나서 이야기 하고 그들이 읽는 『전환시대의 논리』와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살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노무현 변호사는 이들을 위해 열심히 변론 하지만 전두환 독재정권 아래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던 재판부는 3년, 5년, 7년씩 무고한 학생들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이후 노무현 변호사는 잘나가는 조세 전문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변해간다. 돈 되는 사건은 점점 수임하지 않게 되었다. 그보다는 학생사건, 노동사건 등의 무료 변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요정이나 고급 술집에 발을 끊고, 좋아하던 요트도 정리했다. 노동 법률상담소를 만들어 노동자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과 노동법 강연을 했다. 1987년 6월항쟁 때는 제일 앞에서 진두지휘를 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 개업을 했던 1978년부터 정치에 입문하기 전인 1987년까지 노무현 변호사의 삶에 대한 주변인들의 구술을 기록하였다. 구술기록의 특성상 구술자 개인의 주관과 감정이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드러난다. 13명의 구술자가 각자 자기 관점에서 바라보고 서술했기에 그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문재인 변호사가 바라본 노무현이 어땠는지 이 책에는 실려있지 않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누구에게는 이제 막 노동문제와 사회문제에 눈을 뜬 햇병아리 변호사이고, 다른 누구에게는 생명의 은인이자 신과 같은 존재다. 그런 시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 노무현에 대해 이들 모두 한 목소리로 사람 냄새나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따스한 사람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그가 그립다...


p.s.

  책 마지막에 노무현 대통령이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둔 때에 적은 <내가 걸어온 길>이라는 짧은 글이 실려있다. 정치 초년생 노무현의 마음이 잘 담겨있는 글이라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서 찾아보니 노무현 사료관에서 pdf 파일로 받을 수 있다. 찾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기를 누르면 다운 받을 수 있는 페이지로 이동시키니 꼭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블로그 이미지

작은 조약돌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