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공선

저자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출판사
문파랑 | 2008-08-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88만 원 세대, 비정규직, 양극화, 워킹 푸어(Working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게공선은 게를 잡아 통조림 상품을 만드는 배이다. 공장선인 게공선은 항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공장법의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 법망의 밖에서 노동자들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힌다. 게공선 위에서의 노동자들의 삶이란 재소자들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을 게 없다. 감독관 아사카와는 풍랑이 크게 이는 날에도 어업 작업은 중단하지 않는다. 게를 잡기 위해 똑딱선을 타고 나간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아사카와는 인명보다 중요한 똑딱선을 찾아 나선다. 다행히 노동자들은 러시아인들에게 구조되었고 거기서 그들은 육체적인 구조보다 더 중요한 구원을 받게 된다. 자본주의 내의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부조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게공선으로 돌아가 그들이 보고 배운 것들을 전파하기 시작한다. 한 학생의 죽음을 기점으로 쌓여있던 불만이 폭발하고 결국 노동자들은 파업을 한다. 상황은 그들에게 유리해보였다. 다 이긴 싸움인 듯 했다. 하지만 자신들을 지켜주기 위해 멀리 캄차카해까지 와있는 줄 알았던 군대에 의해 그들의 파업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파업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 소설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한 노동자 해방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들이 사회 각계 각층으로 스며들어가 더 큰 혁명을 꿈꾼다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소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개인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 내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동자들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어업노동자, 선원, 잡일꾼으로 분류될 뿐이다. 심지어 선장과 의사도 이름이 없다. 대조적으로 자본가의 대리격이라 할 수 있는 감독관은 아사카와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로 인한 노동자의 파괴된 인격을 상징하는 동시에 집단적 유대를 통해서만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모든 사건이 행동묘사와 대사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건 전개가 빠르고 현장감을 살릴 수 있었다. 심리묘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서도 자본주의 하에서 상실된 개인의 자아를 나타내고 있다.

  셋째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철저히 보여줄 수 있는 처절한 문제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치부호의 SOS신호를 듣고 425명의 목숨을 앞에 둔 아사카와의 “다 낡은 배야. 가라앉으면 오히려 이익이야.”란 말 한마디는 자본을 창출하는 부품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인간을 보여준다. 조난당한 똑딱선을 찾아 나선 이유는 노동자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까운 똑딱선을 찾기 위해서이고 각기병에 걸린 어업노동자의 장례식을 환자들만 지키게 한 점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아사카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작가는 그것을 개인의 문제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아사카와가 파업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고됨으로써 결국 아사카와도 역할이 다른 자본주의의 부속품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자본주의 전체의 문제로 화살을 돌림으로 이 소설은 시대적,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80년이 지난 현재에 읽으면서도 이 이야기가 공감이 간다는 점이었다. 아쉽게도 8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좀 더 비싼 부품이 되어있을 뿐이었다. 다음 세대들은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지 못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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