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평전 (개정판)

저자
조영래 지음
출판사
돌베개 | 2001-09-01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절판/[전태일 평전]은 저자가 수배생활 중 혼신의 열정을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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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지식인에 답변을 달고 내공을 받는 것을 취미로 삼던 때가 있다. 당시 적었던 글 중 유독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 전태일 평전의 줄거리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오픈사전에 올라간 그 글은 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후 수많은 펌질과 짜깁기로 초딩들의 독후감 숙제를 도왔다. 필자가 쓴 글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이 글은 늘 마음 한켠에 짐으로 있었다. 우선 시다라는 용어를 잘못 전달하거나 풀빵을 붕어빵이라 기술한 오류 때문이다. 그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그 글을 작성할 당시 사실은 전태일 평전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공 몇 점 받으려 어렸을 때 다이제스트 판을 읽은 기억을 더듬어 작성한 것이었다. 몇해 전 전태일 평전을 제대로 읽고 난 후, 전태일 평전의 리뷰를 적어야겠단 다짐을 했지만 선천적 게으름으로인해 많이 늦었다. 전태일 열사의 44번 째 기일, 마음의 짐을 더는 심정으로 리뷰를 작성한다.


  전태일 열사의 강렬한 마지막 모습 때문인지 그를 열렬한 투사로 기억했다.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노동자들의 권익을 부르짖었던 노동운동의 투사. 하지만 전태일 평전을 읽은 후에는 누구보다 마음이 여렸던 스물 두 살의 청년이 마음에 그려졌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그러한 환경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수기에서 발췌한 이 문장이 인간 전태일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마음이 언짢은, 그 언짢은 마음에 하루의 기분이 우울한 사람. 점심을 굶고 있는 시다들에게 버스값을 털어서 풀빵을 사주고 청계천 6가부터 도봉산까지 두세 시간을 걸어가는 것이 오히려 편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 그가 휴일도 없이 매일 열네 시간의 중노동을 하고도 점심을 사먹을 여유조차 없는 평화시장 어린 시다들의 삶을 바라보며 어떤 마음이었을지.


  이 책은 전태일이란 마음씨 착한 청년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어린 노동자들을 보살펴 주겠다는 그의 작은 꿈은 번번이 한계에 부딪히지만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커진다. 재단사들의 횡포를 목격한 그는 자신이 재단사가 되겠다 다짐하고, 미싱사로서 벌던 수입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재단 보조일을 한다. 그는 결국 재단사가 되어 어린 시다들을 개인적으로 보살피지만 업주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그들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을 알게 된다. 법을 지키지 않는 업주들을 법을 집행해야하는 국가가 당연히 벌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국가는 노동자들보다 업주들의 편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스스로 모범적인 업체를 설립해 운영하겠다는 꿈도 꾸지만, 자본이 없는 그에게는 문자 그대로 꿈일 뿐이었다. 권력과 자본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산화시켜 노동운동의 불꽃을 지폈다. 그 불씨는 이 땅위에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한 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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