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짜리 기업 광고도 이보단 훨씬 흥미롭다. 한 문장으로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총평하자면 그렇다. 개막식 같은 행사에 그리 관심이 없는 필자지만, 국내에서 치뤄지는 행사인데다 평소 좋아하는 장진 감독이 총연출을 맡고, 한국 영화계의 '거장'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은 유일한 감독이라 생각하는 임권택 감독이 총감독을 맡은 만큼 기대감을 가지고 봤다. 결과는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을 봤을 때보다 더 아쉬웠다. 다른 대회보다 저예산으로 꾸렸다고 하는데, 이런 결과물을 낼 것이면 차라리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장진 감독 답지 않게 서사의 힘이 부족했다. '원래 아시아는 하나였다'로 시작되는 발상은 꽤나 흥미로웠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식상하고 지루했다. 역사적 근거가 없이 시작된 발상을 이끌어가다 보니 백제의 건국설화에 등장하는 비류 왕자와 전래동화 속 효녀 심청을 연결했다. 그리고 그 둘은 편지, 전화, 철도, 비행기 등 발전하는 문물을 통해 어거지로 연결한 느낌이다. 상상력이 부족하다 보니 편지, 전화, 철도로 이어지는 근대화 과정을 드러내는 표현이 식상했다. 또한 근대 개항장으로서의 인천을 드러내는데 치중하다보니 '식민지 근대화론'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졌다. 특히 우체부들의 행진은 일제의 색채가 뚜렷하게 느껴져 불편했다.


  개막식에서 보여진 졸렬함의 압권은 마지막 순서로 준비된 성화 봉송이었다. 국민타자 이승엽으로 시작된 성화 봉송은 나쁘지 않았다. 이후 박인비 이규혁 박찬숙 이형택으로 이어지는 스포츠 스타들의 릴레이도 좋았다. 그리고 그 성화는 미래의 스포츠 스타가 될 어린이들에게 연결됐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왜 거기서 '장금이' 이영애씨가 나왔는지. 분명 드라마 '대장금'이 한류란 이름으로 아시아에 널리 팔려 유명한 탓일 것이다. 언론들은 非스포츠인 최초, 우아한 美 등의 수식어로 그녀의 성화 봉송 피날레를 포장하고 있지만, 솔직히 불편했다. 그냥 아이 둘이서 성화 봉송의 피날레를 장식했으면 좋았을 뻔 했다.





  우리는 한류란 이름으로 아시아의 문화 선진국을 자임해왔다. 하지만 한류란 패스트 러너(Fast Learner)로서 획득한 경제적 이익일 뿐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번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우리의 문화적 밑천이 얼마나 얕은지 보여준 단편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진짜 韓流는 출발점에 서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분명 우리에겐 충분한 문화적 토양이 있다. 아직 제대로 발굴하고 연구하지 못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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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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