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황우여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황우여 후보자가 5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전 한나라당 대표였던 탓에 많은 언론들이 쉽게 청문회를 넘어 갈 것이라 예측 했다. 실제로 여당 위원들은 물론 야당 위원들도 김명수, 정성근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때에 비해 그 수위가 낮아진 것이 느껴졌다. '다른 후보자 같으면 큰소리칠 사안임에도 5선 국회의원을 지낸 후보자이기에 그렇게 까지 하지 않고있다'는 유인태 의원의 발언도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더해 인사 청문회로 벌써 여러명이 낙마를 했기에 큰 흠이 나오기 전에는 낙마시키기에 야당의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청문회를 넘어 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우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보고 두가지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 첫째는 청문위원들이 요구한 기초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청문회 전략은 최대한 늦게 자료를 내놓아서 청문회를 무력화 시키는 것 같다. 지난 청문회에서도 후보자들이 청문위원들이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서 청문회에서 위원들이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을 방해했었다. 그때도 어떻게 국민을 대신해서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청문위원들에게 자료를 강제로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없을까 하고 의아했지만, 5선 국회의원으로 수많은 청문회에 청문위원으로 참석했을 황우여 후보자가 저렇게 청문회를 무력화 시키는 것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이번에도 역사관에 관한 문제가 나왔다. 교학사 국사 교과서 문제, 국정 교과서 문제, 아베에게 각하라고 표현한 문제 등이 붉어졌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5.16에 대한 인식이다. '5.16 쿠데타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윤관석 의원의 질의에 황우여 후보는 "장관으로서는 '정변'이라는 현 교과서 기술을 따른다"면서도 "(5.16과 관련해)여러 평가가 있고, 정치인으로서는 산업화 단계에서 국가발전의 기틀이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했다. 지난 청문회에서도 이와 똑같은 질의가 있었고 김명수 후보자는 당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표현을 써서 문제가 되었다. 아직도 5.16이 쿠데타인지 혁명인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박근혜씨 때문인가? 5선국회의원에 당대표까지 지냈다는 양반이 쿠데타라는 명백한 사실에 눈치를 보며 답하는 것이 정말 대한민국 사회가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심이 된다.


  박근혜씨는 대선 전에 5.16에 대해 "돌아가신 아버지로선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답해서 누리꾼들의 공분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었다. 박근혜 정부 장관들에게 '5.16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청문회의 단골 질문이었다. 이에대해서 크게 세 부류, '교과서를 참고해달라'는 '교과서파',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한다'는 유보파, 그리고 '5.16은 쿠데타'라는 소수의 소수파로 나누어진다. 황우여 후보자는 정치인 답게 '교과서에 기술된 것을 존중하지만 여러가지 평가가 존재한다'는 식의 애매한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 5.16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5.16이 쿠데타라는 점은 5.16에 대한 평가와 무관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에대해 필자가 최근 읽고 있는 나의 한국현대사에서 유시민씨는 "혁명인지 쿠데타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쿠데타는 혁명과 달리 민중의 동의와 지지와 참여가 없이 폭력으로 국가질서를 전복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행위다"라고 정리한다.


  똑똑한 황우여 후보자가 이에 대해 몰랐을 리 없다고 생각된다. 단지 누구 눈치를 보느라 말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눈치를 보고 있는 후보자가 사회부총리로서 정부와 국민사이의 갈등을 해결 할 수 있을지 의심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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