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충격적인 살인 사건 소식에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까지 악날해 질 수있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28사단 윤일병 구타 살인 사건과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이 충격을 주는 것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행한 폭력의 잔혹성과 살인을 한 후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고 한 처리 방식, 그리고 이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10대 20대의 젊은이라는 점이다.


  윤일병의 경우 전입한지 2주가 지나고부터 약 35일 동안 매일 같이 구타, 가혹행위를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윤일병을 구타한 이유는 기가막힌다. 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어눌하게 한다는 이유로, 대답을 늦게 한다는 이유로, 또는 말대답을 한다는 이유로, 또는 소리를 내서 먹는다는 이유로, 다리를 전다는 이유로 구타를 했다고한다. 심지어 자신들의 폭행으로 인해 다리를 절고 있는데 그것을 이유로 추가로 폭행했다니 이들의 야만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게다가 폭행 가해자 중 일부는 윤일병이 전입들어오기 전까지 이 사건의 주범인 이모 병장으로 부터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해왔다는 점에서 폭력의 세습, 대물림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윤일병 사망


  또한 폭행 뿐 아니라 가래침을 핥게 하고, 치약을 짜서 먹이는 등의 가혹행위와 오전에 폭행하고 기력을 차리게 하려 수액을 맞힌 후 또 폭행 하고 폭행 중 쓰러지자 맥박을 체크하고 산소 포화도 검사를 한 후에 또 폭행하여 사망에 까지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은 정말이지 이게 사람이 한 짓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끔찍하다. 게다가 4월 6일 자신들의 폭행으로 윤일병이 사망하자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만두를 먹다 죽었다"고 입을 맞추어 거짓으로 증언하고 피해자의 수첩을 찢어서 증거를 인멸하려는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추악한 행동은 모두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 범행의 범인들은 피해자 윤모양(15)와 동년배인 15살의 여고생 4명과 20대 3명의 남성이다. 이들은 윤양을 부산의 한 여관에 데려가서 인터넷으로 '조건만남' 대상을 물색해 그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이로 얻은 화대로 생활을 꾸려나갔다. 게다가 자신들의 강요로 몸까지 팔게 된 피해자를 집단으로 구타하고 술을 강제로 먹이고 토하면 토사물을 핥아먹게 시키고, 앉았다 일어서기, 끓는물을 팔에 붓기 등의 학대를 하고 심지어 보도블럭으로 윤양을 때리기도 했다. 이들의 반복되는 구타에 윤모양은 4월 10일 승용차 뒷좌석 바닥에서 급성 심장정지로 숨졌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도 양심과 인간성을 잃은 그들의 만행을 멈추지 못했다.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기 위하여 야산에 시신을 묻기로 결정하고 피해자의 얼굴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시신을 훼손하여 신원을 알아 볼 수 없도록 하였다. 그들은 시멘트를 반죽해 시신 위에 뿌리고, 돌멩이와 흙으로 시신을 덮어 경남 창녕의 한 야산에 묻었다. 이들 중 일부는 윤양을 살해 한 후 40대 남성을 조건만남으로 꾀어내어 돈을 뺏으려 하였지만 남성이 반항하자 또 한번 살인을 저질렀다.


  유사이래 아니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이후로 이 땅에서 폭력이 사라진 적은 없다. 하지만 폭력의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 폭력의 양상이 1대 1이나 집단대 집단이 아닌 다수의 개인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 그 잔혹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힘 없는 개인에 대한 집단의 공격이라는 점이 정말 비열하다. 이렇게 폭력의 잔혹성이 커지는 이유는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을 이유로 꼽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런 폭력이 개인에 대한 집단의 폭력이기에 더욱더 잔혹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대1의 폭행도 문제가 있지만 1대1의 경우 자신도 당할 줄 모른다는 두려움, 폭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을 자신이 져야한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도 도망을 간다던지 주먹을 한번 날려본다던지 최소한의 자기 방어를 할 수 있지만 1대 다의 싸움에서는 방어권 행사 자체가 또다른 폭력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에 방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폭력의 강도는 n배로 세어지고 책임감은 1/n로 줄어드는 것이다.


  요즘에는 약자에 대한 폭력이 당연시 되어버린 듯 하다. 약육강식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강한 것이 약한것을 지배하는 것이 옳음'이라는 사고방식으로 약한 자들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 해버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그것이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상대로한 폭력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이런 폭력의 중심에는 저 희생양이 아니면 저 피해가 나한테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래서 피해자였던 병사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폭력은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양심을 따르는 사람 한두명만 있어도 그 힘을 잃을 것이다. 용기있는 한 두사람의 힘이 크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두려움을 매개로 하는 집단의 결속력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쉽다. 이모 병장에게 폭행당해온 가해자들 중 한명만이라도 파국으로 치닫는 이 사건에 제동을 걸었더라면, 친구를 때려죽인 여고생중 한명이라도 이건 너무 심하다고 제동을 걸었다면 두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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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너무 힘들다. 몸에 물 뿌려달라" 요구하자 끓는 물을..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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