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관행이다' 라는 말과 '전례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청문회에 출석한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당시에는 그랬다며 '관행이었다'는 말로 항변했다.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문제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 사이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6월 국회 시한인 7월 17일까지 합의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여당의원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에 주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사법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관행이다'와 '전례가 없다'는 말은 서로 다른 말인듯 하지만 동전의 양면 처럼 묘하게 닮아 있다.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는 일은 전례가 없을 수 밖에 없고 지금까지 해오던 관행에 역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전례 혹은 관행대로 따르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

 

세월호 유가족 광화문 시위

 

  시계를 3개월 전으로 돌려 세월호 참사로 돌아가보자. 세월호 참사가 어떻게 시작되었나? 바로 관행이라는 이름의 부패에서 시작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관리 감독해야할 해경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관예우라는 관행으로 일명 '해피아'들이 대한민국의 해상을 장악하면서 생긴일이다. 이런 관행들은 뿌리가 깊어서 어지간한 힘으로는 뿌리채 뽑기는 커녕 가지치기 조금 하다 말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건국직후의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서 부터 5.18 진상조사 위원회를 지나 가까이는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진상조사특별위원회까지 진상조사위원회가 기득권에 부딛힐 때마다 진실의 문 앞에서 무릎 꿇었던 역사들이 있었다. 심지어 수사권을 가지고 있던 반민특위는 어떻게 되었나? 친일 경찰들에 의해서 반민특위 사무실이 습격되고 빨갱이로 몰리고 무자비하게 폭행당하지 않았나. 이런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봤을 때 유가족들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봤자 흐지부지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의심과 두려움은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씨는 국가 개조론을 들고 나왔다. (누가 누구를 개조하는지, 지금의 여당과 기득권 세력에 누구를 개조할 수 있는 정당성이 있는지, 국가 개조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저들의 오만함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 국가를 개조하는 과정에서는 수 없이 많은 관행을 거스르고 전례가 없는 수 많은 일들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 뻔하다. 사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것 보다는 있는게 낫겠지만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준다고 해서 워낙 견고한 기득권층의 썩은 뿌리 중 잔뿌리라도 쳐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진상조사위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듯한 저들의 작태는 박근혜씨가 유가족들에게 약속한 '성역없는 수사'에도 반하는 처사이다. 그리고 계속 자격없는 자에게 검사나 경찰의 지위를 줄 수 없다는 식의 논리로 말하는데, 특임검사(특검)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위원회의 위원중 일부를 선정하면 해결 될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무엇을 가리기 위해서 이렇게 몽니를 부리는지 이제는 청와대에서 대답할 차례다.

 

참조

[한겨레] 법률 전문가가 본 '세월호조사위 수사권 부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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