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여름을 뜨겁게 만든 두 병장이 있다. 러시아와의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강한 골으로 국민의 월드컵을 향한 열정에 불을 붙인 이근호 병장과 부대원 5명을 총으로 쏴서 죽이고 9명에게 부상을 입혀 국민의 분노지수를 올려준 22사단 임병장. 공교롭게도 두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군입대를 했다는 공통점과 함께 서로 다른 의미에서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의 논거가 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근호 선수의 골은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더 많이 화제가 되었다. '월드컵 역대 최저연봉 득점자'로 웃지 못할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지금 이근호 선수의 월급은 14만 9천원이다. 단순히 계산해서 연본 178만 8천원이라는 사람들 있는데 사실 계급별 연봉을 따져보면 이근호 선수는 21개월 복무를 마칠 때 총 2백5만6천백원을 받게 되고 이를계산 해보면 연본은 143만원이 조금 넘는다. (조금 더 계산을 정확하게 하기위해 입대일을 포함시켜서 계산하면 몇만원 더 받을 수 있으나 그런 계산은 하지말자.)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편에서는 이런 국가적 인재들을 징병제라는 이름으로 가두어 두는 것이 국가적 손해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근호 병장


  임병장의 GOP 총기 사건은 다른 의미에서 모병제로 전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을 부채질 한다. 잊을만 하면 다시 일어나는 병영생활의 문제는 군대라는 사회가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과는 너무 동떨어질 정도의 열악한 상황이고 강제로 징집된 병사들 사이에 갈등이 주요 원인이 되는 만큼 모병제를 통해 병영을 양질로 바꾸면 이런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모병제에 찬성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징집제의 가장 큰 문제는 징집제는 병사들의 사기를 높여줄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징집되어 온 대부분의 장병들이 군생활을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난 죄로 어쩔수 없이 버리는 2년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것을 바랄 수 없다. 게다가 그에 대한 보상은 쥐꼬리만도 못하다. 사회에서는 신발 한켤레에 10만원이 넘는데 자유를 뺏긴 채  군대에서 한달 복무한 대가가 이등병의 경우 고작 9만 7천 8백원이라니. 부대 내에서 이것 저것 쓰고 휴가 비용으로 쓰고나면 전역하면서 부모님 선물 하나 사는 것도 부담될 정도다.


  병사들의 노동력이 워낙 싸다보니 쓸데 없이 노동력을 낭비하는 경우들이 많다. 제설작업이 바로 좋은 예다. 좋은 제설 장비를 갖추면 조그만 노동력을 투입해서 끝마칠 수 있지만 그것보다 군대에 와있는 병사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편이 훨씬 싸다. 그뿐인가? 필자가 근무하던 시절 22사단 참모장은 조경학과 출신이었다. 그래서인지 부대내에 많은 나무들을 베고, '거북이 동산'을 만드는데 병사들의 노동력을 투입하는 어처구니 없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 사람이 연대장일때도 몇개의 동산을 만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그리고 공관병, 테니스병, 장교목욕탕병 등등 군임무와는 상관 없이 장교들의 편의를 위한 곳에도 인력을 낭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장교들의 병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병사들을 노골적으로 괴롭히는 장교들도 꽤 많이 봤다. 필자 부대의 행정장교는 전역이 코앞인 필자에게 술마시고 노골적으로 "넌 왜 나한테 아부 안하냐"고 "말년에 휴가가기 싫냐고"하기도 했으니. 그리고 병사들 사이에서는 장교들을 편하게 군생활 하려고 장교된 사회에서 할 것 없는 찌질이라는 인식이 파다하다. 실제로 이번 GOP 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여줬듯, 우리나라 장교들의 판단력은 진짜 수준이하다. 이런상황에서는 "전쟁나면 죽는 사람의 반은 오인사격을 가장한 아군내의 사살"일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우스갯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징집제로 인해 발생하는 병영 생활의 열악한 환경에서 기인하는 만큼 모병제로의 전환과 병영생활 선진화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병제로의 전환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지금처럼 불평등이 만연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나마 평등한 것이 국방의 의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일부 특권층은 여기서도 열외하지만) 모병제로 가자고 하면 빈곤층만 군대에 가게되는 불평등이 생길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런 변화를 서민층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또한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병력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인데 제대로 작동하든 안하든 60만 대군이라는 숫자가 주는 편안함이 있는데 이를 줄이는 것을 보수진영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병력이 줄어들게 되면 군 장성 수도 줄여야 할텐데 군에서 이를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통일이 되기 전에는 모병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참조

[중앙일보] 모병제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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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약돌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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