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북한의 황병서, 최룡해 그리고 김양건, 이렇게 세 명의 북한 최고 권력 실세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북한 정권 실세가 3명이 깜짝 방문한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 것 아닌지 내심 기대했다. 지난 이명박 정부 5년동안 남북 대화가 단절되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쌓아둔 신뢰와 성과가 모조리 부정당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고도 이렇다할 남북 관계의 진전이 없었기에 이번 깜짝 방문이 얼어붙은 남북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깜짝 방문의 여운이 가시지도 않은 지난 10월 10일,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보수성향 단체들이 대북삐라를 대량으로 살포했다. 이에 북한에서 대북 삐라를 담은 풍선을 향해 포격하고, 우리 군 28사단이 대응 포격을 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쏜 고사총탄이 경기도 연천 민통선 지역에 어져 연천에 사는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당했다. 결국 북한 실세들의 깜짝 방문으로 만들어진 모처럼의 기회가 언발에 오줌눈 셈이 되어버렸다.

대북삐라 뿌리는 탈북자단체

 

  박근혜 정부는 대북 삐라 살포와 관련하여 민간에서 하는 일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북 삐라를 유신시절 민주화 운동에 비유하며 이들의 대북 삐라 살포를 막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포격으로 피해입은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 삐라를 밤에 살포하면 아무 문제 없다는 안일한 인식을 보여줬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을 존중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태도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 북한 주민을 대하는 태도가 텔레그램 망명 사태까지 불러일으킨 검찰의 온라인 사찰, 검열 논란에서 보여지는 정부의 대한민국 국민을 대하는 태도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검찰의 온라인 검열 강화 지시가 박근혜씨의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국민들의 입에는 재갈을 물려 세월호 사건 직후 7시간동안 국정 최고 책임자라는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등 알아야 하는 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통제하려 노력 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박근혜씨가 7시간 동안 누구와 있었는지에 대한 세간의 소문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기소하면서, 리설주의 남자관계에 대한 삐라를 뿌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 지켜줘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대북삐라 내용

 

  자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축소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을 보면서 논리적으로 이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남북한의 인권 수준의 양극화로 인해 통일 후 사회 갈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여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 수준은 떨어뜨리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수준을 높여 통일 후 사회 혼란을 대비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꼼꼼한 통일 대비 전략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이런 개드립 외에는 필자에게 저들을 이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p.s.

  탈북자 단체들의 북한에 대한 혐오는 필자와 같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북한에서 받았을 인권 탄압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당했던 때를 기억하고, 북한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삐라를 뿌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문제다. 북한에서도 대남 삐라를 많이 살포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삐라로 대한민국이 조금이라도 변한 것이 있는가? 남북간의 갈등상황이 지속되면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는 시간은 더 늘어나고 그 고통이 커질 뿐이다. 이번일로 확인했듯이 효과도 없는 대북 삐라가 남북관계 개선의 작은 불씨마저 꺼버렸다. 정말로 북한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단지 당신들의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대한민국내 탈북자/보수단체들의 존재감만 확인하기 위한 자위행위는 이제 그만하고 다른 방법으로 북한 주민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해볼 때다.

 

참조

[CBS 김현정의 뉴스쇼] "대북전단, 밤에 몰래 뿌리자" VS "국민안전 고려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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