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현대차의 한전부지 낙찰 소식이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다. 낙찰 전 많은 시사 평론가들이 감정가가 3조 3천억원이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경쟁으로 4조 이상 5조 이하에서 낙찰되지 않겠냐는 예측을 했었다. 더구나 많은 전문가들이 4조 5천억 이상일 경우 이겨도 이긴것이 아닌, 즉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예측도 했다. 그런데 입찰가액은 시장 예측가의 2.5배, 게다가 감정가에 무려 세배 이상인 10조 5500억원 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평당 4억4천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여서 땅을 산 것이고 세금과 건설비용까지 포함하면 20조라는 천문학적인 거액이 현대의 새 사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 주식은 전날 대비 9.17% 내린 19만 8000원까지 미끄러졌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7.8%, 7.89% 내려앉았다.


  MB의 자원외교의 허상이 또다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완주 의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서 '1조 원 주고 산 캐나다 정유시설을 900억 원에 판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박완주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하베스트에너지회사를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이번에 문제가 되는 날(NARL)이라는 정유회사를 끼어 넣기하여 인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날이라는 회사가  경쟁력이 없는 노후한 회사인 것을 당시 석유공사도 인지하고도 1조 원이라는 금액을 들여 이 회사를 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회사가 일년에 천억원씩이나 적자가 생기자 이제 처음 산 가격의 10분의 1도 안되는 900억원이라는 헐값에 팔아 넘기려는 것이다.


  두 사건은 전혀 다른 사건이면서도 묘하게 닮아있다. 아직 현대차의 투자가 초기 단계이고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 실패로 결론지어진 MB의 자원외교와 비교하는 것이 현대차 입장으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의사결정의 합리성 결여라는 측면에서 두 사건은 매우 닮아있다. MB와 MK, 불도저 왕회장의 관계 때문인지 그들의 의사 결정은 하나같이 무식하고 비합리적이다. 합리성이 모든 리스크를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상당 부분 리스크를 줄여주고 실패했을 때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의사결정구조는 어떤 일의 타당성을 아래서부터 검토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미리 낸 상태에서 그 일이 되도록 하는 데만 집중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


  MB의 자원외교에서 MB가 자원외교 성과 가져오라는 결론을 내놓은 상태이니 담당하는 공무원과 석유공사 직원들은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다. 마찬가지고 이번 현대차 한전부지 인수전에서 보여진 것은 정몽구 회장이 무조건 사야한다고 하니 아랫 사람들은 인수전에서 패배했을 경우 자신의 책임만 생각하게되고 결국 삼성이 8~9조를 쓸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휩쓸려 10조가 넘는 입찰가를 써내게 된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이게 MB와 MK만의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의 대부분이 이렇게 재벌 총수 한 사람의 판단에 의존해서 일을 하다 보니 그 일이 잘되면 '뚝심' '결단'으로 포장하고 실패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분명 주식회사이고 회사가 재벌 총수 일가의 소유가 아님에도 이런식으로 경영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p.s.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994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다음날 253명도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1심만 3년 10개월이 걸린 이 소송에서 1247명에 대해 실질적으로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 한 것이다. 또한, 이들에게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차액 310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같이 나왔다. 시장가액을 5조라고 했을때 이번 정몽구의 뚝심으로 현대차가 입은 손해가 5조원이다. 자신의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 1000여명과 싸우려 했던 금액 310억원의 160배가 넘는 금액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가 무리하게 베팅한것 아니냐는 세간의 목소리에 "돈 더 썼다면 국가에 도움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마음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를 바라본다면 정몽구회장이 진짜 뚝심있는 경영자인지도 모르겠다만 그냥 센척하는 돈많은 쫌생이일 뿐.


[시사자키정관용입니다] "1달러 회사를 1조원에 사서 900억에 팔다니"

[노컷뉴스] 현대차 불법파견 934명..4년만에 '정규직 노동자' 인정

[한국경제] MK 뚝심의 승부수.."돈 더 썼다면 국가에 도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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