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 사람 잘못 뽑은 죄 밖에 없는데 우리가 겪어야하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300명의 아이들이 국가의 부재 속에 세월호에 갇혀 차디찬 바다 속에서 죽었고, 온 국민이 그 장면을 보며 눈물흘렸다. 심지어 박근혜 자신도 세월호 사건이 있은지 한달이 넘은 시점에서지만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세월호 이전과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 후에 변한 것은 없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 국민들만 세월호에 갇혀 죽어간 아이들 처럼 가라앉는 대한민국호에 갇혀 죽어갈 뿐이다. 세월호 사건 후 두번의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발판으로 변하려고 하던 것 조차 세월호 이전으로 돌리고 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에게는 흑색선전을 통해 반동분자라는 딱지를 붙였다. 5개월이 지나면서 세월호 사건에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던 사람들조차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상황에 지쳐가고 불미스러운 일까지 겹치면서 세월호에서 눈을 돌리려하고 있다.

 

  이번 박근혜씨의 캐나다 미국 방문 중에 수많은 교민들이 나와서 박근혜 규탄시위를 벌였다. 국내 상황은 공영방송사를 비롯한 언론들을 틀어쥐고 여론을 호도하는 SNS공작을 통해 많이 잠잠하게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침몰하는 대한민국호 밖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뜨거운 것이다. 국내 상황이 대충 마무리 되어가자 떠난 외유에서 만난 뜻 밖의 시위대는 박근혜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아버지 박씨 때라면 어디 끌고가서 쥐어패고, 고문하고 그래도 말 안들으면 김형욱이 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하면 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박근혜씨의 심기를 경호하기 위해서인지, 국내 언론에 방송될 화면에 박근혜 규탄대회를 하는 교민들이 방송되서는 안되기 때문인지 삼성의 로고가 박힌 박근혜 환영 트럭이 이들을 막아섰다. 시위대가 움직이면 트럭이 뒤따라 움직며 이들을 가로막은 것이다. 게다가 경호원으로 보이는 무전기를 든 사람들이 시위대를 가로막으러 다가섰다. 대한민국에서는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언제든지 오라고 했던 박근혜씨의 말만 믿고 만나러 가려하자 일반 시민들도 움직일 수 없도록 길을 막는 것이 대한민국이니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다가오는 이들을 막았다. 그 경찰은 "You can't be touching them. Ok? You can't be t touching them(당신은 이 사람들을 방해하면 안됩니다). Don't touch them(방해하지 마시오)"라고 그들에게 경고했다.


  캐나다 경찰이 보기에 시위대는 무력을 사용하는 테러집단도 아니고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기 위해서 거리로 나선 것이기에 그 내용에 관계 없이 이들을 막으려는 사람들로부터 이들을 지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든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민주주의 사회란게 저런거다. 그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민주주의 국가를 이끌어 가는 단 하나의 기본 원칙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일을 한 경찰이 이렇게 멋져 보인다는 사실에 대한민국이 얼마나 비민주적인 국가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물론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무엇하나 내놓을 것이 없다. 실력도 없고, 공감능력도 없고, 정선거로 당선되어 정당성조차 없다. 씨도둑질이라고 가진거라고는 총맞아 뒤진 아버지의 독단과 불통 밖에 없다. 정당성이 없다 보니 자신을 향한 비판이 모두 자신을 흔드는 도전이자 반역으로 보일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러했던 것 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 욕하는 것으로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전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 전도, 퇴임한 후도 아닌 재임 중에 저런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을 도가 넘게 조롱했던 환생경제를 쳐보시면서 웃으시던 박근혜씨. 당선후 자신을 향한 발언에 자신을 모독 하는 것은 곧 국가를 모독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박근혜씨. 둘 중에 어떤 모습이 진짜 당신인가 묻고 싶다.

 

p.s.

  "박근혜씨가 연애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설훈 의원의 발언에 발끈해서 국격 논하던 박근혜씨가 생각난다. 국가 비상시 무엇을 했는지 묻는 국회의원과 캐나다 까지 와서 교민들의 시위를 방해하는 사람들 중 누가 국격을 떨어뜨리는가? 시위대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세차례나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캐나다 경찰의 눈에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로 비쳤을까? 집에 돌아가서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에 대해 이야기하며 캐나다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하지는 않았을지.

 

p.s.

  그런데 왜 이런 뉴스는 대한민국 언론에서는 소개되지 않을까? 언론이 알아서 기는건가 아니면 누군가 목줄을 잡고 통제하는 것인가?

 

참조

[오마이뉴스] 캐나다 한인들 "박근혜 규탄 시위 방해 받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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