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에서 병사 계급을 간소화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에도 군 복무 기간이 짧아진 이상 4계급을 유지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터라 계급 간소화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육군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니 이건 병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장교들의 말 그대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군은 이를 통해 왜곡된 서열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효성이 없어보이고 심지어 병사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이번 개편안은 현재 이등병, 일병, 상병, 병장으로 된 4단계 계급체계에서 일병, 상병의 2단계로 축소하고, 훈련소에서 신병 교육을 마치면 바로 일병 계급장을 달아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상병 중에서 우수자를 병장으로 진급시킨 뒤 분대장으로 선발하고, 전역하는 상병에게 전역일을 기준으로 '예비역 병장' 계급을 부여한다. 따라서 개편안이 확정되면 일반병인 경우 이등병으로 있는 훈련도 5주를 마치면 일병, 상병으로 각각 9개월에서 10개월 복무하게 된다. 

병사 계급 개편

 

  김원대 국방부 자문위원은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다음 계급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많은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행정이라든지 예산 등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계급을 평가하기 위해서 측정하다 보면 병사들이든 간부들이든 일련의 어떤 시간을 투자해야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있게 되죠. 이런 부분들을 과감하게 축소해 남은 시간을 개인이 좀 더 자유롭게 생산적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이 제도로 인해 실제 병영 내 폭력이나 부조리를 막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물론 계급체계를 줄인다고 해서 병영 내 어떤 부조리가 완전히 일소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다만 계급으로 인한 서열 의식은 계급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적어지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답했다.

 

  김원대 국방부 자문위원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이 사람은 병사로 군생활 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현재 병사 진급은 말 그대로 연공서열제다. 장교나 부사관들은 평가를 통해 진급이 이루어지지만 병사는 큰 문제 없는 한 짬 순으로 때가 되면 진급을 한다는 얘기다. 계급 간소화를 통해 계급 진급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없는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게다가 병사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없다. 결국 간부들의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간부들 앞에서 착한 척 하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신병이 많이 오는 기간이랑 신병이 조금 오는 기간, 즉 시쳇말로 풀린 군번이랑 꼬인 군번이 존재하는데 꼬인 군번의 우수 자원은 병장 진급을 못하고 풀린 군번은 우수하지 않더라도 병장 진급하는 일이 생길게 뻔하다.

 

  병장 진급자를 선별하고 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첫째로 특권층의 생성이다. 육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도를 통해 병장 진급하는 사람이 4.5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우수자원으로 선발되었다는 명분도 있다. 윤일병을 구타 사망케한 이모 병장 같은 병사나 후임이 가족 같아서 성추행한 남경필 지사의 아들 남모 병장이 병장에 선별된다고 했을 때 더 심한 가혹행위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계급으로 인한 서열 의식이 줄어들 것이라는 김원대 국방부 자문위원의 설명과는 달리 초 특권층의 출현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로 선임 상병과 후임 병장 사이의 갈등이 생기게 된다. 지금은 없지만 예전에 물병장이라는 제도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아버지께 들은 적이 있다. 분대장 요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단 하사관학교 3개월과정이수하고 바로 병장으로 자대에 배치 하는 제도였는데, 이 제도를 통해 병장이 된 사람들을 '물병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들은 분대장으로서 역할은 고수하고 자기 선임인 상병의 밥 심부름을 다니기도 했다. 같은 제도는 아니지만 병장보다 선임인 상병이 생긴다는 점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선임인 상병은 후임이 병장 달았다고 자신에게 지시하는 것이 못마땅 할 것이고, 후임 병장은 분대원인 선임에게 지시하는 것이 부담되는 상황속에 갈등이 심화 될 것이 뻔하다.

 

  초두에도 이야기 했지만 병사 계급 간소화는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병사 계급 간소화는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계급 구성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지, 병영문화 개선이라는 틀에서 만들다 보니 말도 안되는 저런 쓰레기 안이 나오는 거다. 병영문화 개선은 병사 계급 간소화를 통해 이루어 질 것이 아니라, 국방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고 군의 폐쇄성을 줄여나가 사회에 투명하게 될 때 비로서 가능하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여야 한다. 저런식의 탁상공론을 도입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에서 고생하고 있는 병사들이 받게된다. 마치 단통법으로 국민 전체를 호갱님으로 만들었듯이.

 

참조

[한수진의 SBS 전망대] "사병 진급 스트레스 해소" vs "진급 스트레스가 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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