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모두 내 탓입니다. 자연인 안철수의 삶의 궤적, 저서에 담겨있던 수사, 매체에 의해 가공된 이미지를 실재한다 믿은 내가 모자란 탓이겠지요. 정치에 입문한 뒤 당신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돌아설 때도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믿었던 것은 한껏 부풀려졌던 허상을 꿰뚫어 보는 눈이 부족한 탓이었겠죠. 이제 기대와 애정 모두 내려놓습니다.


  인지도면에서 한참 뒤쳐진 박원순 변호사에게 자신에게 향하던 국민적 지지를 조건 없이 양보하던 그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습니다. “오늘 존중하는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그 분의 포부와 의지를 들었습니다. 박원순 변호사는 사회에 헌신하며 시민사회 운동을 꽃 피운 분으로서 서울 시장직을 누구 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휼륭한 분입니다”라던 당신의 수사가 진심인 줄 알았습니다. 돌아보니 윤여준씨의 회고가 사실이었나 봅니다. (윤여준의 '안철수 서울시장 불출마 내막' 3년전 인터뷰 화제 참고)


  단일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결국 문재인 의원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범인은 아니구나' 생각 했는데. 양보만 하고 나니 후회가 남았습니까? 그래서 이번엔 내가 양보 받을 차례라고 아이처럼 구는 겁니까? 사실 노원 병 지역구에 국회의원 출마 할 때, 실망 많이 했습니다. 그 자리, 본인이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자리입니까? 그 자리가 왜 공석이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을텐데. 그래도 계속 믿고 지지했습니다. 애꿎은 캠프 탓을 하고, 당신 주위의 인물들을 욕했습니다.


  본인 지지율이 왜 떨어지는지 모르시는 것 같네요. 안풍이 불었던 이유는 당신이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다는 허상 덕분이었습니다. 더이상 언론이 화장을 해주지 않기에 지지율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입니다. 안풍이 거세게 몰아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기억속에만 남을 것 같네요. 아무리 거센 태풍도 지나가고 나면 조용해지는 법이니까요. 태풍 매미도 이제 기억과 기록으로만 존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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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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