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부터 대한민국이 유병언 사망소식으로 떠들썩 하다. 300명이 넘는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로, 지난 몇달간 현상금 5억원이라는 역대급 몸 값으로 많은 국민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시신을 수습한지도 40여일이 지났다고 하니 그의 뒤를 쫓던 수많은 경찰과 검찰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던 국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유병언 부자 수배전단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충격적이어서일까? 그 소식을 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믿지 않고 그의 죽음에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일명 음모론. 첫째, 발견되었다는 시신이 정말 유병언이 맞나 하는 점이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경찰 내부에서도 변사자가 유병언이라는데 이견이 있다고 한다. 기사에서 한 경찰은 "수년간 사체를 봐왔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번 변사체는 절대로 유씨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길어봐야 20일이 되지 않는 기간내에 부패한 것으로 보기에는 부패의 정도가 심하고,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유병언의 유품 중에 막걸리 등 술이 나오고, 근처에 배회하던 노숙자 한명이 최근 보이지 않는다는 주변의 증언을 그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데 유병언의 별장에서 50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유병언일 가능성은 생각지도 않고 일반 변사자로 처리했다가 40여일이나 지나서 변사자가 유병언인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발표를 하니 국민들의 의심이 짙어지는것도 당연하다.


  둘째, 발견된 변사자가 유병언이 맞다고 해도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다. 타살 여부를 확인중이나 타살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의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유병언이 잡히는 것을 두려워한 정관계 인사들이 사람을 시켜서 제거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표창원 전 교수는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이 맞다는 가정하에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죠. 하지만 시신 발견 상태 위치 등을 봐서는 자살도 타살도 아니고... 유병언의 발목에 어떤 부상이 발생해서 멀리 가지 못했다. 그리고 혼자 남겨졌다. 그대로 자연적으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예측 했다. 


  안타깝게도 필자에게는, 그리고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 두가지 의문의 답에 접근할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 사건의 진실 보다는 경찰을 포함한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 더 눈길이 간다.


  요즘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정부 및 국가 기관의 발표를 믿지 못하고 일명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음모론이 널리 퍼지는 데는 여러가지 사회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정보 수용자들의 정보 해석능력의 발달이다. 예전에는 TV나 신문에서 하는 말은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였다. 그래서 5.18이 북의 배후조정을 받은 폭동이라는 새빨간 거짓말에도 국민들 대다수가 넘어가버렸다. 그런데 국민 전체의 교육수준이 향상되면서 각자가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이 향상되어 TV나 신문에서 나오는 말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자극적인 정보에 노출된 사람들이 더 자극적인 정보를 받아들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등에서만 볼 수 있던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행각들이 2014년 대한민국에서는 실제로도 일어난다. 예전에는 자식이 부모를 죽였다는 뉴스를 듣고 설마 그런일이 있을수가 있나 했지만 영화 '공공의 적' 이후 실제로 그런 패륜 범죄가 일상생활에서 벌어지고 있다. 감각기에서 자극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처음 자극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으로 자극을 받아야 된다는 베버의 법칙에 따라 자극적인 뉴스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뉴스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셋째, 정보통신의 발달이다.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위정자들이 정보를 독식하고 통제하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 않아졌다. 또한 트위터 등 SNS의 발달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가 빛의 속도 만큼 빨라졌고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끼리만 소통하려는 대한민국의 트위터 소비 행태를 봤을 때, 동굴안에서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 듯 한가지 이야기가 나오면 그 이야기에 살이 붙여지고 거기에 옷도 입혀지는 과정을 통해 어마어마한 크기의 음모론이 탄생할 수도 있게 되는 거다.


  위의 조건들이 다 갖춰지더라도 마지막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음모론은 힘을 잃게 된다. 바로 깨어진 신뢰다. 대한민국 사회에 음모론이 넘쳐나고 그것을 국가 기관의 발표보다 더 신뢰하게 되는 바탕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국가에 대한 신뢰가,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가 깨어진 가장 큰 책임은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정부 및 권력기관에 있다. 그들이 지금까지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를 몰아내기위해 했던 수많은 거짓말들과 거짓 선동, 총풍, 북풍을 일으켜서 자신의 이용을 위해 사용한 것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깨버렸다. 민간인 사찰,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등 국정을 농간 한 사건들에 대해서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면죄부를 준 사법기관들 때문에 민주주의의 최후에 보루 마져 무너진 상황에서 더 이상 국가에 대한 신뢰가 남아있을리 만무하다.


  경찰과 국가기관이 유병언 사건에 대해 발표한 내용이 진실이라한들 국민들이 이를 믿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건 역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서 사람들 저마다의 진실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려면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서 유가족들과 국민들 앞에 한치도 숨기지 않고 수사과정을 투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한겨레] 변사체 유병언 맞나…경찰 내부서도 반론 ‘논란’

[CBS 김현정의 뉴스쇼] 표창원 "유병언 맞더라도 국민들이 믿을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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