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스무 살. 부산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였던 나는 생전 처음 대규모의 전경 무리를 목도하게 되었다. 그들을 불러모은 이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겐 그냥 '운동권'이었을 뿐. 수배중이던 그 양반이 5년만인가 학교 정문을 나선다고 했다. 정문 앞에는 수백의 전경들이 에워싸고 있었고, 그는 수십명의 운동권 대원들에 둘러싸여 정문 앞을 나섰다가 10여분 후 다시 학교 안으로 피신했다. 나는.

  "씨바 병신같군"

  했다. 그의 한 걸음이 누군가에겐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이었을 지 모르겠지만, 내겐 요식행위에 불과해 보였다. 차라리 혼자 당당히 나섰더라면 조금 멋있어 보였을 지 모르겠다. 



  장면 둘.

  스물 넷.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겨 수능시험을 다시 봐서 들어간 학과에는 소수였지만 '주사학습'을 하는 무리가 당당히 존재했다.. 21세기에 '주사파'라니...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는 김일성 수령의 일화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술자리 농담이었는지, 진심이었는지) 그들은 내게 시대에 뒤쳐진 인간 군상이었다. 그들이 뿌린 유인물은 감정적이고, 논리적 비약이 심해서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지점들도 있었다. 광우병 촛불집회에 학교 깃발 아래 집결해야한다던 그 말을 나는 공감할 수가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여했고, '형'들을 따라 집회에 참여했던 친구들의 면회를 다녔다. 청와대 앞에서 전의경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새내기들은 밖으로 빼내자는 의견을 묵살했다는 소위 '지도부'의 결정에 듣고 난 뒤 나는 그들과는 섞일 수 없단 생각을 했다.


  장면 셋.

  스물 여덟. 이런 저런 이유로 졸업이 늦어진 나는 학과 학생회장을 하게 됐다. 나 같은 인간이 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운동권'의 규모나 영향이 많이 줄어든 탓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단과대는 여전히 옛 방식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진영을 나눴고, 반대 진영의 잘못을 꼬투리 잡아 우리도 잘못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운영위원회에 후보자가 참석해 선거운동을 했고, 과별로 학생들을 줄세워서 '투표'해야한다고 했고, 모 과 여성들이 체육과 남자에 홀려서 '잘못된' 투표를 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했다. 그것이 '옳다'고 했다. 나는 "우리 구성원들은 그런 비민주적 투표를 할 수 없다"고 운영위를 나왔고, 내 결정과 별개로 총학 선거에서 소위 '우리 진영'은 졌다.


  나는 내가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해왔다. 사사건건 운동권들과 시비를 붙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보수주의자가 없이 친일 뿌리의 민정당 계열이 보수를 자임하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이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조기숙 교수의 '왕따의 정치학'을 읽기 전까지. (조기숙 교수의 분류에 따르면 나는 '신좌파'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내 이야기를 늘어 놓은 것은 나를 주사파로 오해가 없길 바라는 때문이다. 하지만 오해한다면 뭐 어쩔 수 없고. 한편으론 그놈의 주사파니 빨갱이니 프레임에 갖혀 백기 먼저 흔들고 내 주장을 해야하는 현실이 뭣 같기도 하고.




  이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한상균 위원장이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형을 확정 받았다. 


한 위원장은 2012년부터 2015년 9월까지 13건의 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방해·일반교통방해)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1심은 “한 위원장이 불법행위를 지도하고 선동해 큰 책임이 인정된다”며 징역 5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경찰의 일부 조처가 시위대를 자극했던 측면도 있어 보인다”며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한상균 징역3년 확정..국제사회 "석방" 촉구(한겨레)


1. 시위 과열 양상은 한상균 위원장의 책임일까?
  기본적으로 시위는 국민의 주권행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헌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도 자유의 일정적 제한이 필요하다. 백남기 열사의 사고가 일어났던 2015년 11월 14일, 제 1차 민중총궐기 대회. 분명 시위가 과열화 된 양상을 띄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민주노총 지도부 때문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한다.

  대학생 때부터 수차례 시위 현장에 나갔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때는 '백골단'이란 자들의 진압 모습을 목도하기도 했다. 2015년, 기자로 일하며 취재차 나갔던 시위 현장은 2008년과도 사뭇 달랐던 기억이다. 아직 해가 지기도 전에 물대포를 쏘았고, 물대포엔 캡사이신을 섞었다. 취재를 위해 버스 위에 올라있던 기자들을 향해서도 물대포를 쏘았다. 방송을 통해 "기자들은 안전지대로 몸을 옮기라"고 했지만 어디가 안전지대인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버스 바로 앞(보통 이 곳은 쏘지 않는다고들 했다)에 옹기 종기 모여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기자들에게도 어김없이 물벼락이 떨어졌다.

  

  제1차 민중총궐기에는 늦은 시간에 참여했다. 더이상 기자도 아니었고, 갈까 말까 망설이던 중에 백남기 열사의 소식을 듣고 화가 나서 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전에 어떤 양상이었는지 잘은 모른다. 다만 도착했을 때 매케한 냄새, 눈 내린 듯 아스팔트 바닥에 내려 앉은 흰 가루를 기억한다.


2. 징역 3년은 적당한거야?

  나는 법을 모른다. 그런데 최소한 그 형량의 기준이 사회 통념을 따라가야하지 않나? 포털에 징역 3년을 검색해보라. 온갖 성폭력범들에 대해 죄질이 나쁘고, 블라 블라~ 엄벌에 처한다며 2~3년 선고한다. 대기업 총수들은 블라블라~~ 집행유예다. 몇 백억의 횡령을 하고, 불법을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회사 구성원들을 옥죄고, 그들을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해고하여 수많은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누군가는 목숨마저 끊게 만들었는데.


3. 알고보니 노조가 나쁜놈들 이었어?

  사실 이 새벽에 잠도 못자고 글쓰고 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이것저것 찾아봤더니 노조가 나쁜놈들이었어ㅠㅠ 연봉도 많이 쳐받으면서ㅠㅠ 이것저것 뭘 봤는데? 귀족노조들은 '몸쓰는 현장직'하면서 연봉이 니가 꿈꾸지 못하는 정도라고? 강성노조 때문에 기업들이 채용을 안하고 해외로 빠져나가서 니가 취직할 자리가 없다는 홍준표의 구라?


  일베에서 정보를 찾는 꼬마들에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합리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노조는 선한가 악한가? 나는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조는 이익집단이다. 선악의 판단 대상이 아닌 것이다. 특히나 구성원의 불법, 탈법적 행위를 들어서 노조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말엔 속아넘어가지 말자. 그렇게 따지면 이 사회에 남아있을 집단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현재 노조가 하는 일이나 주장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노동조합의 운동방식에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나는 전체주의가 싫다. 문화적 차이가 크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노조가 한 일이 없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일부 동의한다. 다만 지금 있는 노조가 없어지면 비정규직의 천국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란 것만 알았으면 좋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노조 조직률이 높아지면 노동자의 삶이 나아진다는 점이다.



ps.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된 것이 2016년 1월이니 현재 절반 정도 형을 산 셈이다. 남은 1년 반, 한 개인을 생각한다면 너무 긴 세월이지만 관점에 따라 짧다면 짧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문재인 정부에서 한상균 위원장을 특별사면하길 기대한다. 한상균은 단지 한 개인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책임을 대표로 지고 옥에 갇혔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특별사면은 개인을 사면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되었던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를 풀어주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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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less.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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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민주노총은 처음으로 조합원들의 직선제로 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선거 결과 쌍용차지부 한상균 지부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취임 후 4개월민주노총 총파업, 노동절 궐기 대회 및 이후의 투쟁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한상균 위원장을 만났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에 취임한 지 4개월이 됐다. 어떻게 지냈나.

  임기 시작한 첫 날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바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사무실 바닥에서 자면서 지냈다. 처음이라 여러 가지 배울 것도 많고,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다녀야할 현장도 많다. 게다가 위원장직을 맡은 첫 해에 총파업을 피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다. 총파업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몸이 몇 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

 

민주노총 직선제 1기 위원장이다.

  민주노총이 직면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잘 되기 위해 조합원들이 스스로 직선제를 선택했다. 잘 싸워야 할 때라고 판단해서, 조합원들이 현장 출신인 저를 지지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세월호 유가족들과도 함께하고 있다.

  1년이 지났지만 밝혀진 것이 없다. 현재 진실을 밝히면 참사의 책임을 정부가 면치 못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1년째 아무 진전 없이 끌고 오고 있는 것이다. 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소득이 3만불, 4만불 된다고 해도 한국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충격과 트라우마가 전혀 해소가 되지 않는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꾸 미룰수록 정부의 책임이 많다는 것을 국민들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들, 노동계까지 함께해서 진실을 밝히는 투쟁을 함께 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가 침몰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2000만명이다. 좋은 일자리를 갖고 가정을 꾸리고 내일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못된다. 직장을 떠나야하고, 비정규직으로 1.7년마다 재계약을 하며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비참한 악순환을 정부는 더 공고히 하려고 한다. 재벌만을 위하는 정책이다. 노동자의 삶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회는 침몰하고 만다. 그런 면에서 우리 노동계는 거대한 세월호에 승선해 침몰하고 있다.


  산재사고도 세계 1위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연일 터지고 있다. 가스가 폭발하고, 무너지고 이런 문제들은 정부가 관련 규정들을 보완해야할 책임을 갖고 있지만 손을 놓고 있다. 재벌들의 반발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굴뚝에 올라가고, 자살을 해도 어느 현장에도 국가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이런 국가가 노동자들을 위해 필요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노동현장은 침몰하는 세월호와 다르지 않다. 함께 아파하고 행동할 것이다.


24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한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공무원 연금개혁, 노동시장 개혁, 교육 개혁, 금융 개혁이다. 실제적으로 전 부분이 노동자·서민과 관련이 있다박근혜 정부는 노동자 서민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천명했다. 노사정 합의라는 것은 신뢰를 가지고 해야 하는데, 시간을 정해놓고, 가이드라인을 다 정해놓고 협상테이블에 앉으라고 했다. 노동자들더러 들러리를 서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협상이 아닌 협박이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협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들어간 노사정 협상은 예상대로 결렬이 됐다. 노동자들이 받을 수 없는 조건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노사정위가 이번처럼 파행으로 치달은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과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기업이 마음대로 해고를 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다. 해고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노동조합과 무관하게 언제든지 해고를 할 수 있는 해고 면허를 달라는 주장이다. 단순하게 고용 유연화의 목적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무력화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해고를 통해서 정부와 사측이 주장하듯 고용창출과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가능한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법안을 냈는데,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법이다. 전 국민을 비정규직화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파견 기간을 2년으로 하고 있다. 처음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 때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평균 1.7년이 되면 계약해지를 하고, 재계약을 한다. 비정규직은 10년을 근무하나 20년을 근무하나 처음 입사할 때 받는 급여를 그대로 받는다. 비정규직들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내놓은 대책이 기간을 4년으로 늘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파견 업종을 넓혀서 불법파견이라는 재벌의 고민을 해결해주려 하고 있다. 순전히 재벌들만을 위한 정책들로 나열돼있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총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소득 양극화 문제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또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정당성을 놓고 논의하려했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그래서 예고한대로 대의원 전체 결의를 통해 총파업을 결의하고, 조합원 투표를 해서 84%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


 

총파업에 돌입하는 24,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에 없다.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 지난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절규가 가슴 찢어질 정도로 아프다.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부는 오히려 진상규명을 방해했다.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으로 결국은 객관적인 조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뭔가 구리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위로하기는커녕 유가족들을 탄압했다.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할망정 최루액을 뿌려댔다. 불의한 정부들이 할 수 있는 선택들은 폭력적인 공권력으로 분노하는 민심을 짓누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기 전에 지시하고 떠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 단면이 세월호 주말 집회에서 드러났다.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 100여명을 연행했다. 특공작전을 방불케 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대포, 소화기, 최루액까지 동원해 폭압적으로 시민을 막는 모습이 군사 정부 때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나라가 온통 성완종 게이트로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정부의 실세들의 이름이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대통령의 부재시 그 역할을 대행해야하는 현직 국무총리도 그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고 결국 사퇴했다. 그들의 부패한 권력의 민낯이 다 드러났는데, 이보다 더 큰 일이 무엇이라고 외국으로 나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무원 연금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연금을 지급하는 기간이 늘어나서 적자다. 연금 지급액을 하향조정하지 않으면 세금으로 충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부가 주기로 약속했던 연금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가 주장하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공무원 연기금은 적자상태가 아니다. 미래에 예상되는 적자를 과도하게 부풀려 호도하고 있다. 또한 연기금이 열악해진 것도 그동안 정부가 전용해서 다른 곳에 썼기 때문이다. 반성은 하지 않고 그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또한 공무원 연금은 후불임금의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많지 않은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했다. 그 대신에 미래의 연금을 약속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연금을 깎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다. 때문에 100만 공직 사회가 공무원 연금 개혁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공무원연금을 하향조정하면, 다음 차례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일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노인 자살율과 빈곤율이 상당히 높다.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반대로 하려고 한다. 공적연금을 후퇴시키고, 민간보험의 시장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민주노총은 국민 모두의 노후를 국가가 제대로 책임져야한다는 수준에서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정부는 56일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공무원 연금 개혁을 마무리해야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는 공무원을 세금 도둑으로 매도하며 국민과 반목하게 할 때가 아니다. 부패 정부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는 일에 매진해야할 때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이른바 사자방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국민 혈세를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해서 수십조원의 손실을 끼쳤다. 앞으로도 얼마가 더 낭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4대강 사업을 한다고 수십조를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했다. 이런 문제들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한다. 그리고 반성하고 다시는 세금이 이런 식으로 낭비되지 않도록 국가를 운영해야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엉뚱하게도 비난의 화살을 공무원에게로 돌리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을 받아야 월급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최소한 월급을 받아서 살림이 가능한 수준을 명시해야한다. 그래야 희망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뼈가 빠지게 일하는데 빚만 늘어나고 살 수가 없으면 누가 희망을 갖겠나. 국민의 일자리와 삶에 대해서 자본이 착취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감시하고 책임져야한다. 하지만 현재 국가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저임금은 자본이 가장 적게 줄 수 있는 수준을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최저임금이 아니다.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생활을 할 수 있어야한다.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가고, 레저 생활을 즐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자녀들 교육비 때문에 마음 상하지 않을 수준은 돼야한다.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어야한다. 추우면 옷을 사 입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도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은 최소한 1만원은 돼야한다.


  우리는 여전히 558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처럼 조금씩 인상해서, 내년에 6천원 그 다음해 6천 몇 백원 이런 식으로 인상하면 1만원이 되는 데까지 20년 더 걸리게 생겼다. 서민층의 절대 다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영업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 자영업도 희망이 없다. 2년 안에 폐업하는 곳이 7080%. 더 수렁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가계부채는 천정부지로 늘어난다. 이런 것을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조금만 생각 있는 정부라면 적극적으로 견인해야할 문제다. 그래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민주노총 총파업의 4대 의제로 걸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양극화 문제는 재앙적인 문제다. 현존하고 있는 사회 문제 중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문제라고 다들 지적하고 있다. 과거 정부들은 경기 부양책을 통해 재벌기업들이 성장하면 낙수효과를 통해 서민들이 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허구로 드러났다. 서민들의 삶은 팍팍한데, 재벌의 곳간에는 돈이 차고 넘친다. 재벌들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재벌들이 10%만 투자를 하면 현재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재벌을 통한 경기부양책 이외에 정부가 내놓는 방안이 없다는 것은 이 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도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앞 다투어 최저임금 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에 우리보다 더 높은 인상률로 체결한 주가 많다. 미연방정부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독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과거 일본도 우리같이 재벌을 통한 경기부양을 주장했지만 실패했다. 유럽이나 동남아의 경우에도 앞 다투어 최저임금 인상을 하고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해야한다.


총파업 4대 의제에는 또 어떤 것이 있나.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허락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자기의 노동의 권리를 노동조합을 통해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못한 곳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노동 3권은 헌법으로 보장돼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특수고용직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공무원이나 전교조의 경우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천만 장그래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자기 권리를 찾아야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그 발판을 마련하기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일엔 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노총이 들어간 노사정위가 결렬되니까 정부 주도의 가이드라인과 시행령을 통해서 일반해고 완화, 임금체계 개편, 취업규칙 변경 기준 완화 등을 밀어붙였다. 노동자들의 동의는 전혀 구하지 않았다. 노동부 장관이 자기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100인 이상 사업장들에게 이것을 노사관계에 적용하지 않으면 지도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이런 것은 노사관계를 침해하는 직권남용이다. 그래서 지난 20일 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동부 장관을 고발할 정도로 정부의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이번에 막지 못하면 앞으로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방법이 없게 될지 모른다.


  단체협약은 노사간에 협상을 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규정해놓는 것이다. 이런 것까지 정부가 일일이 관여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노사간에 스스로 맺어왔던 자유권을 정부가 박탈해버린 것이다. 이것을 막아내지 못하면 노동조합은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없으면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은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정부가 현재의 반노동 정책과 노동탄압 정책, 노동악법을 계속적으로 밀어붙인다면 투쟁 수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2015년이 숨 가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총파업에 이어 51일 노동절 궐기대회가 있다. 노동자와 분노하는 서민들이 함께 침몰하는 한국 사회를 견인하는 결의를 하고, 투쟁들을 배치할 것 같다. 5월과 6월 투쟁부터 11월 하반기 투쟁까지 긴 투쟁이 될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가 바뀌지 않는다면 11월에는 전 민중들이 하나로 총궐기를 해서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친재벌 정책들을 바꿔나가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과 연대투쟁에 나설 계획인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협상에 들어갔다가 결국엔 결렬이 됐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합의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한국노총과 긴밀하게 논의를 해오고 있다. 한국노총도 5월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서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연대와 공동투쟁을 진행할 것이다.


  현재 산업부분별로는 공공부분은 공공부분대로, 제조업은 제조업대로, 연금투쟁하는 단위들은 연금투쟁하는 단위별로 공동투쟁을 이미 결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반노동 정책을 계속적으로 밀어붙일 경우에는 좀 더 긴밀하게 공동투쟁을 이어가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당장 앞으로 다가온 5월 투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더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사업장들의 상황은 어떤가.

  힘든 투쟁을 하고 있는 사업장이 너무 많다. 문제가 없는 사업장이 없다고 할 정도다. 부산에서는 택시노동자들과 생탁 노동자들이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천 하이디스 공장의 경우에는 먹튀 자본이 기업을 폐업하겠다며 전원 해고통보를 했다. 삼척의 동양시멘트는 불법 파견으로 확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약해지를 하면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자본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쌍용차에서는 정리해고자들이 사측의 손배가압류에 맞서 최선을 다해 투쟁하고 있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4대 개혁 중 하나에 교육이 포함되어있다. 교육개혁의 중심은 대학이다. 학과를 통폐합하고, 서열화를 해서 지원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학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교수, 비정규교수를 비롯한 대학노조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울산 과학대, 연세대 송도 캠퍼스를 포함한 전국의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다이외에도 간접고용노동자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 기륭전자, 복수노조를 악용해 노조를 탄압하는 유성기업, KCC, 발레오만도, 서울시 청소 노동자들, 여성연맹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요구들을 다 묶어서 총파업의 구심으로 해서 힘 있게 기세를 높일 것이다. 각각의 노동자들이 개별적 전투에서는 깨질 수도 있고, 처절한 패배를 당하기도 하면서 잘 견뎌왔다. 지금까지는 노동자들의 힘이 많이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산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전투를 모두 모아서 승리하는 전쟁을 만들겠다는 것이 2015년 민주노총의 결연한 의지다.


불경기에 노동자가 투쟁에 나서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절대 다수의 서민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어떠한 정책도 서민들의 삶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하한 재벌들의 법인세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재벌들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부족해진 국가 재정을 담뱃세 인상을 포함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확충하고 있다. 국민이 그런 것을 모르지 않는다. 이것이 민심으로 나타나고 있고,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국민들이 그런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으실 거라 생각한다.


쌍용차지부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 쌍용차의 경우 더 애정이 가겠다.

  애정은 많이 가는데, 행동은 더 못하고 있다. 출신 사업장이라 더 챙긴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오히려 더 챙기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업장을 먼저 챙기게 된다. 그래서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쌍용차 노조원들에게는 늘 미안하다.

 

쌍용차 사태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공장 안의 굴뚝에 올라가서 100일간 고공농성을 하고 내려왔다. 현재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의 마힌드라 회장까지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대화를 하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진전은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7년째 해고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들은 많이 지쳤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상처를 치유하는 쪽보다는 여전히 현실적인 입장으로 조합원들을 대하고 있다. 가동률·판매 실적을 중심으로 복직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교섭에 임하고 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접근까지는 조금 더디다. 쌍용차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시민들이 더 많이 응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총력투쟁에 나선 민주노총의 각오를 얘기하자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역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 역할을 못하면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봐야한다. 좋은 일자리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일자리를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로 전락시키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를 정부가 앞장서서 만들겠다는 것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경제가 노동자들의 소비를 통해서 활력을 찾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정책의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그것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깊어진 서민의 주름살을 펴는데도 앞장서겠다. 많은 시민들이 민주노총의 투쟁을 응원해주셔야 한다. 민주노총이 시대의 아픔을 해결하고 침몰하는 한국 사회를 바로세우는 평형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겠다.


  시민들과 함께 할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서명을 받고 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면 좋겠다. 민주노총만의 투쟁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바로 견인하기 위한 투쟁이다. 시민사회 각계에서 민주노총의 투쟁을 앞 다퉈 지지하고 있다.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 마음을 모아주시면 좋겠다.



+이 글은 위클리 서울 지면에 실은 본인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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