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국내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 마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 정례화 된 듯 하다. 지난 세월호 참사 34일 만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고 해경 해체라는 전대미문의 핵폭탄을 던진 근혜씨는 대국민 담화 직후 UAE로 출국 했었다. 서둘러 떠나는 느낌이 있었지만 중요한 패션쇼가 있는가 보다 했는데 그 후에 들리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으로 UAE에 갔는데 그쪽 정상을 만난 것도 아니고, 환대를 받은 것도 아니고, 무슨 큰 성과를 얻어온 것도 아니니 급조된 도피성 해외 순방이 아니었냐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로부터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지금 시점에 또 다시 그녀가 해외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16일부터 엿새동안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필이면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는 시점에 말이다. 물론 해외 순방이 먼저 잡혀 있었을 것이다. UAE 방문이야 급조해서 갔을 수도 있으나 이번에는 3국의 정상들과 만나고 오는 만큼 훨씬 이전부터 예정된 방문일 것이다. 하지만 임명동의안 제출 일자를 박근혜씨의 해외 순방 일정을 고려 해서 맞춘건 아닌지 의심이 된다.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이 변화 해야한다고 하는 목소리에 박근혜 정부 내각 전체를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작업의 중심인 총리 임명에 문창극과 같은 도저히 대한민국 총리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사람을 내세우고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해외로 나가 버리는 것은 책임있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그러는지도 이해가 안된다. 민감한 정치 이슈를 던지고 해외로 가는 가장 큰 이유로 생각 할 수 있는 것이 박근혜씨의 지지도인데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에 무능의 끝을 보여줘도 40퍼센트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정신병적으로 지지해주고 있지 않나. 게다가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5년 단임제로 더 이상 표를 구걸할 이유도 없고 지지도가 떨어진다고 야당이 탄핵을 밀어붙일 힘도 의지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책임자가 자기 책임을 안보이게 감추려고 하는 듯한 모습에 신물이 난다.

 

  이런 날이면 꼼수보다는 정면돌파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던 한 사내가 그립다.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 그립네. 씨발.

 

참조

[미디어오늘] 박근혜 방문 UAE원전업체 '유병언' 아해 MB·朴정부 때 급성장

[연합뉴스] 朴대통령 내일부터 엿새간 중앙亞 3개국 순방

블로그 이미지

작은 조약돌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

  7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필자에게 주변사람들이 종종 미국은 뭐가 우리랑 다르더냐고 묻곤한다. 농담으로 다들 영어를 잘하더라 하고 이야기 하곤 하지만 필자가 미국에서 느낀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운전을 하거나 걸어다닐때 사람들이 도로위에서도 경쟁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마치 서킷의 레이서가 된 마냥 경쟁적으로 운전을 한다. 조금의 틈이라도 놓치지 않고 틈새를 공략하는 한편 다른 차의 차선 변경을 막는다. 앞차가 조금이라도 지체한다 싶으면 경적을 울리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앞차가 서행 하는데는 자신이 모르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종종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추월하려 하다가 앞에 벌어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이런 운전자의 대부분은 자신이 운전을 매우 잘한다고 생각하고 서울-부산을 몇시간에 끊었네 하면서 자랑하기를 좋아한다.

 

  차들 끼리 경쟁하는 것 까지는 그나마 낫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 있어도 자동차가 서행을 하거나 멈추는 경우가 적다. 귀국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미국 처럼 차가 서겠지 하는 마음으로 건너다가 차에 치일 뻔 하기도 했었다. 미국에서는 횡단보도에서는 사람이 있든 없든 서야하고 사람이 있으면 사람이 먼저 지나가도록 기다려야 한다. 가끔은 멀리서 횡단보도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을 발견하고도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 사람을 미안하게 만들고는 한다. 미국에서 친구들에게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좀 멀리 있으면 기다리지 않고 가면되지 왜 기다리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조금 생각해보더니 "차가 사람보다 강하고, 차가 조금 기다리더라도 사람보다 더 빨리 가기 때문아닐까"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즉, 도로에서는 사람이 약자이기 때문에 강자인 차가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팟캐스트 '여행수다'에서도 들은 기억이 있다. 유럽에서는 모터바이크가 자동차에 비해서 약하기 때문에 모터바이크 운전자를 배려해서 운전한다고 했다.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착해서 그렇다고 생각 하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통치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수십년에 걸친 경쟁교육에서 우리는 약자에 대한 배려를 챙기지 못했다. 남에게 배려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그만한 여유가 생길 정도로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은 심화되어가고 있고 경쟁교육 속에서 자라난 다음 세대 또한 경쟁의 미덕 외에는 배우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월호 참사의 어린 희생자들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겼고 그로 인해서 이번 선거에서 진보적 교육감들이 압승을 한 것에 희망을 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교육에도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블로그 이미지

작은 조약돌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


블로그 이미지

Colorless.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