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오늘 노무현 대통령(故, 前은 아직 붙이고 싶지 않다)이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했다. 5년전 그날 아침처럼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서야 '아, 오늘이구나'했다. 부끄러웠다. (매년 5월 23일은 부끄럽다.) 5년간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구나. 또한 미안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부재가 아프지 않구나 싶어서. 이어 노트북 화면에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는 울컥했다. 아직 아프구나. 글이라도 써야겠다 싶어 컴퓨터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글 한 편 올리고, 맥주 한 캔 사다 놓고 또 노무현 대통령을 회상.

 

  어린 시절, 그러니까 무등산 폭격기 선동렬과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일본에 진출하기 전, 전라도 출신인 부모님을 따라 당연히 해태를 응원하던 시절이다. 부산 태생인 나는 친구들 앞에서 야구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학교 선생의 "전라도 놈(故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망한다. 그래서 움직이기 힘든 노모를 모시고 투표소에 갔는데 결과가 그리 됐다"는 말을 들으며 올라오는 울화를 삭히는 수밖에 없었다. 어렸다는 말로 변명하기는 싫고, 비겁했다.

 

  비겁한 나와 다른 사람이 있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던 사람. '광주에서 콩이면 부산에서도 콩이고, 대구에서도 콩인' 세상을 만들자던 사람. 매번 부딪히고 떨어지면서도 지역주의의 장벽에 부딪히던 사람. 그 사람이 말하던 세상이 오기를 바랐다. 아니, 뒷짐지고 서서 그 사람이 그런 세상을 만들길 구경만 할 요량이었다. '이미 난 롯데를 응원하는 걸,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랬다. 아직 그가 꿈꾸던 세상은 오지 않았는데, 그는 이제 없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 사람이 오늘은 사무치게 그립다.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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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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