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10원경매 사이트에(대부분의 10원경매 사이트가 비슷한 방법으로 운영되는 것 같아서 사이트를 특정하지는 않음) 처음으로 들어갔다. 처음 접해본 10원경매 사이트는 내 상상을 초월했다. 30만원이 넘는 가격의 렌즈형 카메라 DSC-QX10의 낙찰가가 3만원 선이고, 5만원이 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무선 마우스가 4~5천원 선에서 낙찰되었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할 수 있지?'라는 궁금증과 함께 의심이 들어서 이곳을 조금 들여다 보기로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미 2011년에 한번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단돈 6만원에 아이패드 에어를 낙찰 받은 A의 예를 살펴보자. A는 실제로 얼마에 아이패드 에어를 산 것일까? 그리고 A는 얼마나 싸게 아이패드 에어를 산 것일까? 이 사이트에서 올려놓은 이 상품의 가격은 73만원이니 실제로 6만원에 샀다면 90퍼센트 이상 싸게 산 것이. 정말일까? 실제 A가 이 물건을 사기 위해 얼마를 썼는지 알기 위해 10원경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10원 경매는 상품을 10원부터 입찰에 붙여 10원씩 가격을 올려 입찰하도록 하는 방식의 경매다. 하지만 경매에 입찰하려면 500원짜리 입찰권을 사야하며, 낙찰에 실패해도 입찰권 구입비용을 반환받을 수 없다. 그리고 경매 종료 10초 안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입찰을 하면 다시 10초부터 카운트 다운을 한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10초 전까지는 가격이 낮고 10초가 남았을 때 부터 진짜 경매가 시작된다. A는 이 경매에 총 350회 입찰했다. 따라서 입찰하는데 쓴 금액이 17만 5천원, 낙찰가 6만원으로 아이패드 에어를 사는데 총 23만 5천원이 들었다. 또한, 같은 기종 아이패드 에어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55만원 선에서 살 수 있다. 따라서 90퍼센트 이상 싸게 산 것이 아니라 40퍼센트 정도 싸게 산 것이다. 그렇다해도 거의 반 값으로 아이패드 에어를 구입 것이니 A는 수지 맞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A는 어떻게 이렇게 싸게 아이패드 에어를 살 수 있었던 것일까? A가 아이패드 에어를 싸게 구입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과정에서 돈을 잃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같이 경매에 입찰 했지만 낙찰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 경매에 6천번의 입찰이 있었으므로 총 300만원이 입찰하는데 들어갔다. (이 사이트에서는 낙찰을 못 받은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어서 다음 경매에 입찰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데 문제를 간편히 하기 위해서 이는 고려하지 않았다.) 다른 말로 하면 아이패드 에어 여섯대를 살 수 있는 돈으로 한 사람이 아이패드 에어 하나를 조금 싸게 산 것이다. 물론 그 차액은 사이트 운영자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간다.

 

  그럼 이 사이트 운영자는 손해를 절대 보지 않을까? 그렇다. 단, 사람들이 계속 경매에 참여하는 한 말이다. 만약 사람들이 입찰을 하지 않아서 물건들이 몇백원 단위에서 입찰된다고 하면 적자는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수익의 상당부분을 사이트 홍보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여기서 또 다른 의심이 싹튼다. 과연 사이트 운영자들이 손해를 보는 가운데서 사이트를 공정하게 운영을 할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부정은 알바나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거짓 입찰을 유도하여 입찰건수를 늘리거나 자신이 낙찰 받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에 이와 같은 불법이 행해진 사이트가 적발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에게 경매 낙찰자가 실제 이용자인지 아니면 알바나 프로그램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10원경매 사이트를 둘러보면 볼수록 경매 사이트가 아니라 도박 사이트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용자들의 사행심과 경쟁심을 극대화 하여 운영자가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이용자들끼리 서로 등쳐 먹는다는 점에서 10원경매와 도박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경매에서 한 번 따고 판을 떠나지 않는 한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도박과 판박이다. 그리고 10원 경매 사이트는 합리적 소비를 가장해서 도박의 길로 인도 한다는 점에서 도박 사이트보다 질이 더 나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일확천금 노리지 말고 합리적 소비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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