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도씨

저자
최규석 지음
출판사
창비 | 2009-06-05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민주화운동의 정점, 뜨거운 기억을 담은 6월민주항쟁 '사람도 1...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인상깊은 구절

 



 

내용 요약

  영호는 광주 5.18 희생자들을 향해 폭도라고 멸공을 외치던 반공 소년이었다. 영호의 외할머니는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에 연루되어 목숨을 잃었고 아버지는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 장면이 텔레비젼에 나올 때 마다 광분하며 어린 영호에게 "법관이 되어 저런 놈들 싹 잡아넣어버려"라고 한다. 그런 영호가 대학생이 되어 마주한 그날 광주의 진실 앞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대학에서 만난 데모나 하는 나쁜(?) 선배들과 어울려 다니며 데모에 참여 하기 시작한 영호는 경찰에 연행된다.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영호의 어머니는 영호의 연행 사실에 자신의 아들이 빨갱이가 되었다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다가 영호가 수감된 구치소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활동을 하게 된다.


  민주화를 향한 열기가 더해가던 중 "책상을 탁 하고 치니까 억 하고 쓰러졌다"는 박종철 열사의 고문 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가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 등이 도화선이 되어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한다. 6월 10일 영호의 면회를 한사코 거부하던 영호의 아버지는 영호를 만나고 택시를 타고 돌아간다. 택시기사는 영호의 아버지에게 6시에 맞춰 경적 시위를 할 생각인데 함께 하겠느냐고 묻는다. 이에 영호의 아버지가 택시기사와 함께 경적을 누르는 것으로 만화는 막을 내린다.


  이날 무슨일이 일어났을까? 노태우가 민정당의 제13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87년 6월 10일 학생들과 재야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는 보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되었고 6월 26일 전국 37개 도시에서 국민평화대행진 시위가 전개되었다. 이날 6만 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 되었고, 3,467명이 경찰에 연행되었지만 6·10민주항쟁의 3배가 넘는 시민들이 국민평화대행진에 참여하여 사람들이 끝도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시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6월 항쟁의 결과 6월 29일 민정당 노태우 후보로 부터 대통령 선거 직선제 개헌, 김대중 사면복권 및 구속자 석방, 사면, 감형 등을 비롯 야당과 재야 세력이 주장해온 헌법 개헌 등의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6.29 선언을 이끌어 내었다.




  이 만화는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습지생태보고서』『대한민국 원주민』을 발표하고 네이버 웹툰 『송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최규석 화백이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의 제안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이 만화 하나로 87년 6월에 대해서 전부 알 수 없지만, 그때의 뜨거움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6월 항쟁에 대해서 더 공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만화의 중심 주제이자 가장 감명깊은 장면은 영호가 감옥에서 선생님(누군지는 모르겠다)과 대화 하는 장면이다. 영호는 세상을 바꾸려는 이 싸움에 이길 수 있을 지, 끝은 있기는 할지 고민한다. 이때 선생님은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이에 영호가 "그렇다 해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남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선생님은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라고 대답한다.


  어제 7.30 재보선이 야권의 참패로 끝났다. 필자가 투표권이 생긴 2004년 9월 이후 10여년 동안 권리를 행사했던 모든 선거에서 필자가 표를 준 사람은 다 낙선했다. 필자의 지역이 새누리당 텃밭인 데다가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로 박근혜씨가 당선된 탓이다. 표를 주지 못하지만 꼭 당선 되길 바랐던 후보들 중에는 10.26 재보선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 외에는 당선된 사람이 거의 없다. 정말 이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지, 죽기 전에 새누리당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을 지, 끝이 없을 것 같은 싸움에 두렵다. 누가보더라도 새누리당의 행태는 용서할 수가 없는데도 국민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그 당에 표를 주는 현실 때문에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긴 한건지 의문 스럽다. 그런 필자의 심정 때문인지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라는 말이 마음에 확 와 닿는다.


  두번째로 마음에 와 닿은 장면은 영호의 아버지가 택시 안에서 경적시위에 함께 하는 것이다. 택시 기사는 회사에서 경적 시위에 참여할까봐 경적을 다 떼버렸다고 말한다. 경적도 없는 택시로 경적 시위에 참여한다는 택시기사의 권유로 영호의 아버지도 경적을 누르는데 함께 한다. 경적을 떼버렸다는 택시기사의 말과는 달리 영호의 아버지가 경적을 누를 때 큰 경적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게 그 택시에서 난 소리든 다른 차들의 소리든 상관없다. 경적을 떼어버린 자동차는 자신의 목소리를 잃은 국민과 다르지 않다. 나 같은 것 한명이 내는 소리가 무슨 울림이 있겠느냐고 묻는 그런 한사람 한사람이 마치 이 택시와 다를바 없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더라도, 목소리가 작아서 남에게 들리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함께할 때 만화에서 처럼 큰 울림이 있을것이라 믿는다.


p.s.

  필자는 책으로 읽었는데 리뷰를 쓰면서 찾아보니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람들이 있었다. 구글에서 '100도씨 최규석'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 상처 입은 야권 지지자들은 꼭 찾아서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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