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회(국민모임)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난 건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였다. 지난 13일 국민모임 지도부가 세월호 동조농성에 들어갔다. 세월호 광장에서 만난 김세균 대표에게서 세월호 참사와 보궐선거, 진보정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회 김세균 상임공동대표

 

국민모임이 세월호 동조농성에 들어갔다.

  국민모임과 세월호 문제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국민모임이 여기 세월호 광장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세월호 광장에 사회 각계인사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결집했다.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로 정치권이 한창 싸우던 때였다. 그때 참여했던 사회 각계인사들은 정부 여당에 대한 분노를 넘어 야당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박근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세월호 문제를 처리하려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부 여당에 동조하는 야당에 대한 분노심이 생기면서 이런 야당을 해체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수많은 서민 대중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제대로 된 야당이 있다면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의 제2중대 역할을 하고 있는 제1야당의 모습에서 그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다. 새로운 야당을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그것을 계기로 국민모임이 만들어졌다.


  세월호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시간만 흘렀을 뿐 지난 1년간 바뀐 것이 없다. 정부에서는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시행령안을 내놓았다. ·보상금 이야기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 했다. 지난 주말에는 유가족과 시민을 향해 캡사이신을 뿌리고, 연행했다. 이에 대한 분노로 국민모임이 농성에 나서게 됐다.


  국민모임은 세월호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세월호 유가족뿐만 아니라 세월호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바라는 국민들과 함께 행동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우선 왜 침몰했느냐는 것이다. 선령제한 규제를 완화해 노령선박이 운행하게끔 허가, 과적 등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점을 확인하고 고쳐야한다.


  또한 승객들을 왜 구조하지 못했는가의 문제다. 왜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304명을 수장시킬 수밖에 없었는가, 자발적으로 나온 승객을 제외하고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는가를 밝혀야한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야한다. 더 나아가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 체제를 만들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권력과 자본의 유착관계를 근절시켜야한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보다 돈과 이윤을 중시하는 한국의 신자유주의 체제로부터의 결별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야한다. 진상규명은 그 출발점이다.

 

세월호 참사 문제와 관련한 현안들이 있다.

  아직 실종자 9명이 바다 속에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뼈라도 가족 품에 돌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다.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 유해라도 수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종자 수습을 위해서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야한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인양을 해서 참사 원인데 대한 철저한 검사를 해야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시행령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처음 특별법 만들 때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세월호 진상규명의 핵심은 독립성에 있다. 해수부·해경을 비롯한 정부 부처가 잠재적인 조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로부터의 독립된 기관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반대로 관철시키지 못했다.


  부족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었지만, 특조위가 열심히 조사하면 일정부분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말도 안 되는 시행령안을 발표해 진상조사를 막으려 하고 있다. 진실을 덮고 넘어가려 하고 있다.


  정부는 추모주간을 넘기고 보궐선거를 지나가면 이 문제가 덮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 보궐선거까지 넘어가면 전 국민적 관심을 끌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번 4월동안 역량을 최대한으로 쏟아 부어 정부가 진상 규명을 안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보궐선거가 한창이다. 국민모임에서는 정동영 전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국민모임은 아직 제대로 갖춰진 정당이 아니다. 창당과정이다 보니 제대로 잡혀있는 게 없다. 창당준비와 함께 정동영 후보의 보궐선거 운동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주가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분수령이라고 판단해 국민모임을 양분해서 동조농성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국민모임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시켜 세월호 문제 해결과 보궐선거 승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신당 창당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우선 창당준비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창당준비 위원회를 만들면 6개월 이내에 당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 창당이 되지는 않았지만 국민모임 내부 논의를 거쳐 정동영 후보를 출마시켰다. 정동영 후보가 당선된다면, 국회의원 의석 수 하나 얻는 의미 아니고 한국 정계 전체를 바꾸는 태풍의 눈이 되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본다.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고, 결집한다면 큰 힘으로 조직될 수 있다. 이 힘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완전한 새로운 노동자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이 집권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국민모임의 희망사항이자 목표이다.


  가능 불가능 여부를 떠나 어쨌든 현재의 정치 구도를 바꿔야한다. 현재 야당으로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본다. 설령 정권교체에 성공하고, 집권한다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야당이 현재 절망에 빠져있는 대중의 눈물 고통과 동떨어진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야당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 이 국민적 열망이 새로운 야당, 대안야당의 탄생의 조건이 되고 있다.

 

정동영 후보가 낙선하게 된다면.

  물론 이번 보궐선거에서 정동영 후보가 낙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안야당을 향한 국민의 열망은 식지 않을 것이다. 국민모임의 동력은 이런 국민들의 열망이다. 정동영 후보가 낙선하더라도 국민모임은 지금까지 준비해왔던대로 차근차근 준비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의당·노동당 후보가 사퇴하며 사실상 진보통합을 했다.

  이동영 정의당 예비후보와 나경채 노동당 예비후보가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두 후보가 큰 결단을 내려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국민모임, 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4자연대 제안했다. 후보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의 본의 아닌 불찰로 연대의 신뢰가 깨져서 4자연대는 현재 무산됐다. 국민모임과 노동당, 노동정치연대는 연대해서 이번 보궐선거에 대응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정의당과도 서로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 모임이 신뢰 회복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국민모임과 다른 진보정당들과의 차별점이 무엇인가.

  국민모임은 진보결집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정의당·노동당 등 기존 진보정당들을 배제하고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 보다는 창당작업을 하면서 다른 진보정당들과 합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이전에는 하나의 정당으로 힘을 합쳐서 정치현실을 바꾸길 바란다.

 

통합진보당을 창당할 때 진보 진영을 통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분열했다.

  지난번 진보 통합의 경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중심이 된 통합이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에서 분리된 평등파가 만든 정당이었다. 그런 면에서 통합진보당은 소위 자주파와 평등파의 재결합이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진보정치운동의 한 사이클이 끝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1987년 이후 성장했던 민주·노동 운동 등 대중적 진보운동의 성장에 힘입어 성장해왔던 진보정치운동의 순환이 끝난 것이다. 진보정치 운동은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이전의 진보정치운동은 자주파가 중심이 된 진보운동이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해산심판을 통해 통진당을 해산한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해산 판결을 하기 전에 통진당과 정의당이 분당되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2년 전 소위 통진당 분당 사태를 보면서 자주파 중심의 진보운동은 종결이 났다고 판단하게 됐다.


  이제는 비자주파 중심의 새로운 진보운동을 구축해야할 시기다. 국민모임은 새로운 진보정치운동을 주도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다. 국민모임운동과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정의당 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세력들이 함께 힘을 뭉칠 때다.

  진보진영이란 이름으로 묶을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의당 노동당과 노동정치연대 각각 다양성이 있다. 이 다양성을 잘 조정하면서 진보의 대의 속에서 뭉칠 수 있도록 잘 만들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정에 실패하면 분열되는 길로 가는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것은 분열하면 공멸한다는 점이다.


  발전하려면 차이를 극복해야한다. 차이점은 내부에서 잘 작동하면 오히려 조직을 탄력적으로 발전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긴장과 갈등요소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 요소들 때문에 활발한 토론이 일어난다면 진보진영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를 동력으로 삼으면 진보정치 운동이 성공할 것이고 아니면 실패할 것이다.


  물론 자주파를 완전히 배제하고 진보정치를 논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 것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일흔이다.

  아직 농성하는데 크게 무리는 없다. 나 같은 사람 역할도 필요한 것 같다. 마중물 역할을 하려고 한다. 펌프로 물을 올릴 때 그냥 펌프질만 한다고 물이 올라오지 않는다. 위에서 물을 부어줘야 올라온다. 새로운 진보정치 주체들이 설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이 글은 위클리 서울 지면에 실은 본인의 기사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Colorless.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