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광화문의 날씨는 흐렸다. 봄바람 같지 않게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다.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 위원회의 주관으로 부활절 예배가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약 8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예수의 부활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렸다.


  예배가 마칠 즈음 세월호 유가족 250여명과 함께 도보행진을 한 시민들이 세월호 광장으로 들어섰다. 광화문 광장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상복을 입고, 영정사진을 든 유가족들을 박수로 맞았다. 지나가는 유가족들의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건네고, 포옹하며 위로했다. 유가족 중 일부는 오랜 도보행진에 물집이 잡힌 탓에 걸음을 절기도 했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자리를 잡고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4월 5일. 안산~광화문 1박2일 도보행진을 마친 유가족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딸 예은이의 영정사진을 안고 시민들 앞에 나섰다. 그는 쉰 목소리로 예은이의 꿈이 가수였다. 노래하고 즐기는 자리는 아니지만 많은 분들 앞에 예은이와 함께 서고 싶었다흐린 날씨에도 세월호 광장을 가득 채워준 많은 시민분들께 감사하다. 하지만 더 많은 분들이 나서주셔야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며 더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위회 대책위원장은 국민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세월호 진상규명이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첫 걸음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진상규명의 의지를 밝혔다.


  이번 12일 도보행진에 함께한 시민 안승혜씨는 오는 동안 비가 오락가락 했다. 영정사진에 빗물이 한 방울이라도 맞을까, 꼭 안고 가는 유가족들을 보며 눈물이 흘렀다우리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많은 빚을 지고 살고 있다. 더 많은 빚을 지기 싫어 함께 걸었다고 세월호 유가족의 12일 도보행진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무대에 오른 세월호 가족들은 정부에 욕을 하기도 했다. 유경근 위원장은 이제껏 욕을 참았다. 할 말이 많아도 참았다. 참고 또 참으면 국가가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하지만 우리가 속았다. 앞으로는 해야 할 말들을 가감 없이 하겠다고 밝혔다.


4월 5일. 안산~광화문 1박2일 도보행진을 마친 유가족들


  광장 옆에는 119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한 시민이 구급차에 다가가 치료를 요구했다. 12일의 도보행진 동안 8개의 발가락에 물집이 잡힌 것. 본인을 트위터리안 서패후라고 소개한 시민은 군대 간 아들과 고등학교 2학년 딸을 키우는 평택에 사는 평범한 엄마다. 내 자식도 언제든지 이런 가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엄마로서 아이들을 위해 안전사회를 건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12일간의 도보행진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세월호 유가족들은 6일 세종시 청사로 내려가 해수부에 항의 방문 할 예정이다. 오는 11일에는 집중 촛불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유경근 위원장은 “11일에는 오늘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야 한다며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이 글은 위클리 서울 지면에 실은 본인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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