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의원의 컷오프 소식이 전해지자 지지자들 사이 후폭풍이 거세다. 일부 지지자들은 박영선 비대위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면서 다가오는 총선에서 더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반발로 더민주 홈페이지와 전화는 먹통이 되었다. 공천이라는게 결국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누군가는 억울한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점에서 정청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이토록 거세게 반발하는데는 정청래 컷오프에 대한 최소한의 납득할만한 사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 정청래는 일잘하는 국회의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지역에 사업 따오고 유권자들 표 관리 하려고 술마시러 다니는 것을 국회의원 잘하는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청래는 국회에서 가장 의정활동을 왕성하게 한 의원 중 한명이다. 그가 대표발의한 법안 수만 194개에 이를 정도로 입법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입법 활동 뿐 아니라 이런저런 문제 있을 때 마다 그는 국민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정치인이었다. 세월호 때 당시 새정치 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유가족과 협의없이 말도안되는 합의 해주고 올 때,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있으며 24일간의 죽음의 단식을 이어나갔던 것도 정청래였다.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때도 11시간 39분간 '테러빙자법' 제정으로 피해 입을 국민들을 대변했다. 그는 늘 말과 행동으로 자신이 대변하고 있는 국민의 편에 서있었다.

 

  공천 기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계속 강조한 것이 이길 수 있는 후보였다. 선거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것은 제1의 원칙일 수 밖에 없다. 홍창선 공심위원장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정청래는 이길 수 있는 카드다. 선거는 싸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새누리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찌라시 언론들에서 정청래를 씹는 기사를 많이 낸다. 그만큼 두렵기 때문이다. 정청래가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던지는 말들과 그 말에 호응하는 유권자가 두려운거다. 그리고 정청래는 자기 지역구인 마포 을에서만 경쟁력 있는게 아니라 다른 지역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컷오프 소식에 가장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그의 지지층은 젊은이다. 젊은 지지자들은 절대로 당신네 집토끼가 아니다. 너네가 잘못하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거란 얘기다.


  사실 사건이 이토록 커지는데는 박영선이란 개인이 그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정청래와 박영선이 너무 확연히 대비되어 그 결과를 더욱 받아들이지 못한다. 박영선은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세월호 정국을 말아먹은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고, 정청래는 유가족들이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이다. 박영선은 국민의 당에 갈듯 말듯 끝까지 저울질 하다가 탈당하지 않은 사람이고, 정청래는 당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사람이다. 사실 문재인 대표가 내려왔을 때 정청래의원이 최고의원 사퇴하지 않았으면 당대표 권한을 갖는 상황이었다. 박영선은 필리버스터 정국의 마지막을 개판으로 만든 사람이고, 정청래는 필리버스터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이다. 그런데 박영선은 단수 공천 주고 정청래는 경선에 나갈 기회마저 박탈하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번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여 전화와 트위터를 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시민 필리버스터를 하기 위해 더민주 여의도 당사앞에 모였다. 그런데 그 앞을 막은 의경들의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우리가 광우병 집회, 세월호 집회, 민중총궐기 때 보던 매우 낯익은 광경. 당사를 점거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 앞에서 지지자들의 뜻을 전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그 앞 주차장마저 내어주지 않아 지지자들이 도로로 밀려나왔다.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그토록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더민주당에서 비판하던 부분 아닌가? 박영선은 'SNS에선 반대 여론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거에 흔들리면 안된다'고 말한게 이이제이를 통해 흘러나왔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지자를 대변하는 자리이다. 누구보다 여론에 귀 기울여야한다. 그게 얼마되지 않는 소수라 할지라도. 그런데 지금 박영선이, 그리고 더민주는 왜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는가?


  이름을 더불어 민주당이라고 바꿨다. 국민과 더불어 하겠다고 했다. 개뿔. 지금 당사 앞에서 모여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하는게 먼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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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약돌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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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민주당 2차 컷오프 대상이 발표됐다. 정청래, 부좌현, 윤후덕, 강동원, 최규성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특히 정청래 의원의 공천배제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더민주의 이번 결정을 비토하는 의견이 빗발치고, 더민주 홈페이지는 접속이 힘든 상태. 항의하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계속 통화중이다.


  김종인 대표는 더민주 당원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아님에도 그동안 선거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아 휘둘러왔다. 독단적인 권력 남용에도 더민주 당원 및 지지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노회한 정치력으로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과거 국보위 전력도 문제 삼지 않았고,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음에도 참았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 소식에 지지자들은 더이상 참지 않는 형국이다.


  언론들은 이번 정청래 의원 컷오프에 대해 '공갈 발언 막말 논란'을 되새김질 하기도 하고, 김한길 천정배 등 국민의당 의원들과의 통합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김종인 대표의 의도가 무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이라면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야권 지지자들이 총선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의석수를 더 가져오자는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독주를 막고 서민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마음이다.


  김종인 대표의 머릿 속에 정치판은 바둑인 것 같아보인다. 정청래라는 바둑돌을 버리고 국민의당과 합당이든 연대 등을 통해 집계에서 이기는 것이 그가 바라는 승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발하고 있는 다수의 더민주 지지자들이 바라는 승리는 아니다.


  필자는 정치판이 오히려 장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말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 왕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지도자일 때도 그랬고, 지난번 필리버스터 정국 때도 그랬다. 상대 왕을 위협할 수 없는 쭉정이 국회의원들은 허수에 불과하다.



  정청래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수차례 국회사무처 선정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국정감사 우수의원,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선정 국정감사 우수의원 등으로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의정활동을 보였다. 박영선이 여당에 꼬리내리고 말도안되는 세월호 특별법을 들고 왔을 때 세월호 유가족들 곁을 지키며 함께 단식하는 모습, 박영선이 필리버스터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때 11시간 39분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모습을 야권 지지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박영선은 단수공천으로 경선 없이 본선에 나가고 정청래는 경선조차 치르지 못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종인 대표에 이번 결정을 재고할 시간을 주려고 한다. 만약 번복되지 않는다면 김종인의 더불어 민주당은 내 마음 속에서 지울 것이다. 친노 프레임을 씌우고 몰아세우지 말라. 진짜 친노는 노무현을 마음에 묻고 아직 보내지 못한 수많은 야권 지지자들이지 몇 명의 의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친노들이 더불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정신을 차릴까?


  정청래 의원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지지하고 응원한다. 그것이 더민주 탈당이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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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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