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누군가는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2014년 4월을 잔인하단 단어로 다 형용할 수 있을까? 세월호 1주년. 걷다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손에 들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아직 겨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광화문에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봄을 돌려주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목도리 하나는 둘러줄 수는 있지 않을까?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이하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3월 30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선체 인양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 항의 방문을 시도했지만 다수의 경찰 병력에 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경찰에 막힌 청와대 항의방문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항의 방문하기 위해 청와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세종대왕상 앞에서 지키고 있던 경찰 병력에 가로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그 모습이 마치 세종대왕이 앞길을 막고 있는 듯 보였다. 괜히 세종대왕에 화가 났다. 가족협의회 일부는 경찰 병력이 막지 않는 곳을 뚫고 광화문 앞까지 나아갔다. 그 이상은 넘어갈 수 없었다.
50여명 남짓의 유가족들을 막겠다고 나선 병력은 세 배는 족히 되어보였다. 병력이 디귿자로 가족협의회를 감쌌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바쁜 걸음을 재촉했으며, 또 누군가는 잠시 서있었다. 외국인들은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광화문으로 나아가려던 한 시민과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50대 남성으로 보이는 그는 “왜 자꾸 따라오냐? 경찰이면 다냐? 움직일 자유가 내게 있는 것 아니냐”며 경찰에 따져 물었다. 경찰은 “당신이 자꾸 넘어가려 하니까 그러지”라며 대꾸했다. 따라오지 말라는 남성을 경찰은 결국 세종대왕상까지 따라갔다. 그를 따라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경찰이 광화문 가는 길을 막기에 뒤돌아서 농성장으로 가려했다. 그 순간 경찰 여섯 명이 따라 오더라.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재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대통령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한 청와대 항의 방문일 뿐 가두시위나 행진이 아니라”고 행사의 성격을 확실히 규정했다. 그런 연유로 경찰이 막아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공동상황실장은 “경찰이 계속 막더라도 그 자리에 앉아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또 청와대로 가기 위해 날마다 항의행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이 공동상황실장은 “가족들이 왜 또 광장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국민들이) 잘 모르고 계신 것 같다. 특조위 조사권을 무력화 시키는 시행령 폐기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광장으로 나오게 됐다”고 세월호 가족협의회가 광장으로 다시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 면담을 요청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힘이 절실하다. 4월 11일부터 추모주간을 선포, 촛불집회(11일)‧대규모 추모문화제(16일)‧범국민 대회(18일) 뿐만 아니라 1주기를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끝으로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는데, 특별법이 제대로 시행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언론이 더욱 관심을 갖고 올바르게 보도할 것”을 촉구했다.
“그래도 아직 희망 갖는다”
시민단체 간사인 조은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에 유인물을 건네고 있었다. “시간이 날 때면 광화문 농성장에 찾아와 일을 돕는다”고 밝힌 그는 “시행령 제정안 철회와 세월호 선체 인양 등 문제들이 하루 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반대 주장을 가질 수는 있지만, 농성장에 찾아와 유가족들에게 욕을 하는 분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며 관용의 정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몇 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유인물도 잘 받아 주시고, 다른 유인물과 달리 길바닥에 버리는 분들도 많지 않다”며 “그런 모습을 볼 때 아직 우리 사회에 희망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바닥에 나뒹구는 유인물이 없었다.
가족협의회는 왜?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왜 다시 광화문 농성장으로 나왔을까? 가족협의회는 “지난 3월27일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은 특별조사위원들이 제안한 시행령안을 완전히 묵살한 전혀 새로운 안”이라고 소리 높였다.
이들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대상을 정부가 조사한 것에 대한 검증 수준으로 축소 ▲위원장과 위원들의 위상과 역할을 약화 ▲사무처의 인력과 예산을 축소하고 위원회 사무처의 주요 직책을 정부 파견 고위 공무원이 장악했다며 조사대상이 되는 기관의 공무원들이 특조위를 사실상 통제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세월호 특별법과 특조위의 조사권을 무력화시키는 시행령”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또한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이런 초법적이고 불법적인 시행령안을 일개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단독으로 마련했을 리 없다”며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독립적 국가기구의 시행령이 아니라 청와대가 작성한 진상규명 통제령이며 간섭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특별법 시행령 논의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세월호 인양 약속에 대해서도 손바닥 뒤집듯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세월호 선체에 대한 온전하고 조속한 인양을 촉구했다.
+이 글은 위클리 서울 지면에 실은 본인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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