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 (2009)

The Executioner 
8
감독
최진호
출연
조재현, 윤계상, 박인환, 차수연, 김재건
정보
드라마 | 한국 | 96 분 | 2009-11-05
글쓴이 평점  


무겁지만 가벼운, 가볍지만 무거운 이야기
 
  교도소의 이야기. 특히나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대한 논의를 주제로 삼고있는 만큼 지나치게 무겁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리 무겁지도 그리 가볍지도 않았다. 어리바리한 신참 재경의 좌충우돌 하는 모습이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사형수 성환과 김 교위의 우정이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형수와 교도관의 우정을 그리는 데 있어 두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우정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영화도 뻔한 이야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의 뻔한 우정이 눈물짓게 한다면, 인간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든다면 좀 뻔한 이야기인들 어떠할까?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우정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사형수와 교도관도 그 위치를 떠나 인간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사람 셋을 죽인 범죄자란 사실이 믿기지 않는 성한의 선한 미소는 내 마음을 가볍게 하기도 했지만 묵직하게 만들기도 했다. 교도소의 목적이 교화에 있다면 성한 만큼 그 목적에 부합하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현실 문제에 있어 교도소의 효용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나지만 성한 같은 재소자들을 위해서라면 교도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교화란 것을 해서 인간다운 인간을 만든 뒤 교도소는 성한을 죽인다. 사형수에 있어선 교화라는 목적도 잊혀진 것일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봐요." 라는 한 인간의, 그 깊숙한 곳에서 울려져 나오는 목소리를 나는 잊지 못한다.
 
배우 윤계상의 발견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내게 윤계상은 전직 아이돌 가수일 뿐이었다.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윤계상이란 배우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윤계상이 연기한 재경이란 인물의 관점에서 흘러가는 만큼 비중이 큰 역할이다. 그리고 배우 윤계상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채웠다고 생각된다.
  
교도관들의 인권
 
  이제껏 본 영화중에 교도관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건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 수감수들의 인권에 대한 논의는 계속 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고용한 교도관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그들에게 살인을 명한 국가는 그들의 파괴된 인권의 값을 칠 만원으로 매긴다. 타의로 행해진 살인 행위로 인해 교도관들의 인권이 파괴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종호는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으로 몸을 긁고 향수를 퍼붓고 다니고 환청까지 듣는 상황에 이른다. 김 교위는 결국 일년 밖에 남지 않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을 한다. 김 교위가 같이 교도관을 했던 친구를 찾아간 장면은 그들이 어떠한 죄책감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마치며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낙태 이야기가 잘 마무리되지 못한 것 같다. 낙태도 살인이라는 보편적인 생각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고민의 부족일 수도 있고 분량상의 문제일 수도 있다. 나는 분량상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다면 다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빼고 교도관과 수감자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있게 보여주는게 낫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블로그 이미지

Colorless.

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