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는 길이 없었다.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을 뿐 어느 곳에도 길은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방법대로 자신이 가고 싶은 어느 곳이든 가서 존재 할 뿐, 어떠한 비교도 하지 않았다. 개인의 취향과 선택만이 존재했지 절대적인 우위의 평가 따위는 존재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중에 양지에 도달한 사람들이 자신이 있는 곳이 다른 곳 보다 나은 곳이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이 있는 곳을 '목표'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길'이라고 불렀다. '길'이라고 불렀지만 그 것은 발자국 몇개가 남아 있을 따름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허무맹랑한 말을 무시했다. 시간이 지나고 그들의 주장에 냉담하던 사람들 중 소수의 사람들이 그들이 말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하나 둘씩 그 길을 따라 걷자 그들이 지나간 자리가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길이 도드라짐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누가 보아도 또렷한 '길'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모두 함께 그 길을 걸을 수 없게되자 사람들은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힘이 센 사람들만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들을 밀어버리고 그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그곳을 '목표'라고 부르지 않고, '성공'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 걷거나 동경하기 시작했다. 볕이 드는 양에 따라 자리의 높고 낮음이 나뉘어 졌고, 비교적 서늘한 곳을 좋아하던 사람들마저 자신들의 취향은 잊은 채 양지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종종 길을 따라가다가 그 옆으로 새어서 '성공'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과 그 길을 걷기를 거부한 사람들은 '낙오자'라는 조롱과 멸시를 받게 되었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을 따라 걸어가서 '성공'에 도달하는 법만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길이 없어도 충분히 자기가 원하는 곳을 찾아 갈 수 있던 사람들은 더 이상 길이 아닌 곳을 걸어가는 시도 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기타 잡설 > 생각의 조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합리적 소비라는 이름의 도박, 10원경매 (0) | 2014.03.15 |
---|---|
틀린 그림 찾기 (X) → 다른 그림 찾기 (O) (0) | 2014.02.26 |
가위 바위 보 (0) | 2013.01.07 |
수구진영과 조폭의 공통점- (0) | 2012.12.29 |
글을 쓰는 건 어렵다. (0) | 2012.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