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국민의당이다. 이번에는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형 사고를 쳤다. 파업 중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미친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 같은 막말을 퍼부은 것이 드러난 것이다. 공적인 자리에서가 아닌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발언이라지만 국회의원의, 그것도 원내수석부대표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기엔 충격적이다.


  "솔직히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

[취재파일] 국민의당 원내 수석 부대표, 파업 비정규직에 "미친 놈들"..왜?




  이언주 의원은 서울대학교를 졸업, 사법고시에 합격, 대기업 임원을 역임하고, 국회의원이 된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그런 그에게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공감하라는 것은 무리였을까? 공감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런 식의 비하 발언은 국회의원으로서 바람직한가?


  이언주 의원의 발언은 첫째, 조리사에 대한 모욕이다.

  이언주 의원의 입장에서 밥을 짓는 일은 하찮은 것인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변호사는 고매한 직업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조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하는지 모르겠다. 더 심하게는 식모 정도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급식조리사는 그렇게 우스운 직업일까? 직업 진입의 문턱으로 평가하지 말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으로 가치를 평가해보자. 급식 조리사는 수백 명에서 천 명에 이르는 식사를 매일 책임지는 직업이다. 가사노동의 한 부분을 맡음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도운 사회 구성원들이자, 사회 생활을 하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수많은 엄마들이 도시락 싸느라 매일 전쟁을 치르거나 본인의 커리어를 포기했을 것이다.


  둘째, 여성에 대한 비하다.

  이언주 의원은 급식조리사를 '그냥 동네 아줌마'라며 비하했다. 이 발언은 급식조리를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하는 노동이 아닌 소일거리 정도로 치부한 발언이다. 수백인분의 식사 준비를 본인 가족 식사 준비하는 정도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단순히 양의 차이만이 아니다. 매 끼 다른 메뉴를 조리한다. 카레 한 솥 끓여서 이틀씩 먹는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다. 단순 노동이 아니라 숙련이 필요한 직군이다.

  '밥하는 아줌마' 발언에선 '여성은 집에서 밥이나 하라'는 둥 가사노동의 가치를 폄하한 전근대적 시선이 엿보인다. '밥하는 아줌마'는 정규직 전환을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논리는 단순히 조리사에 대한 모독을 넘어서 가사노동에 전념하는 전업주부들의 노동까지도 폄하하는 발언이다.


  셋째, 주권자에 대한 모독이자, 반헌법적 발상이다.

  이언주 의원은 파업에 참여한 조리사들에 대해 '미친놈들'으로 매도했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언주 의원의 주장에 일리있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야한다. 그런 일을 하는 곳이 국회이고, 국회의원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이 위임받은 것임을 망각해선 안된다. 국회의원은 지지자들의 표를 받아 당선되지만 지지자들만의 대표가 아니다.

  더욱이 파업은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어느 경우에도 침해되거나,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빼앗지 말라고 말하는데, 아이들을 밥 먹일 의무는 조리사가 아닌 부모에게 있다. 조리사들은 그 의무를 대행하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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