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개가 갸우뚱 한 기사가 있었다.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 검사 문희만 역을 맡은 배우 최민수씨가 'MBC 연기대상'의 남자 황금연기상을 백진희씨를 통해 대리 수상하였다는 기사였다. 대리 수상을 한 백진희씨는 최민수씨가 문자로 보낸 수상소감을 프린트 해서 가져왔는데 사라져서 적었지만 뒷부분은 다 적지 못했다며 "검사로 살고 있어 상을 받을 게 뭐가 있겠나. 이 수상을 정중히 거부하려고 한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대리수상도 아니라 대리 수상거부라. 평소 기행을 일삼기로 유명한 최민수씨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무슨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는지 궁금했다. 

  하루가 지나고 뉴스를 통해 전날 전해지지 않았던 수상소감의 뒷부분이 전달되면서 최민수라는 배우가 인간답게 사는 법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있는 양심과 희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나 할까요? 법과 상식이 무너지고 진실과 양심이 박제된 이 시대에 말입니다"라고 밝혔다.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있는 양심. 누가 들어도 세월호를 떠올릴 수상소감이다. 그는 대리 수상 거부 라는 기행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전달하고 싶었던 거다. 연말에 방송3사의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 영화제 등을 통해 많은 연예인들이 상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고, 생각나게 하는 수상소감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누구도 그런 수상소감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 유가족과 그 주위 일부를 제외하고 세월호는 이미 잊혀진 과거이기 때문이다. 최민수씨의 수상거부가 '나 자신이 세월호를 잊고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에 가슴을 크게 울린거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2014년이 지나간다. 2014년 한해는 세월호를 비롯하여 수많은 아픔이 있었다. 수많은 사건사고로 애꿎은 목숨이 사라졌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까지 함께 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는 반성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힘있고 돈 있는 자들이 더 잘살고 더 부유해지도록 세금 등 규제를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 이들에게 죽어가는 가난한 이들은 실패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말은 실패자들에게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2015년 새해가 밝는다. 그렇다고 별로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박근혜는 올해와 같이 무능할 것이고, 서민들의 피를 빨아 상위 1퍼센트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울 것이다. 국민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자신의 주위에서 권력을 가지고 장난치는 자들의 목소리에만 귀기울일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삶의 벼랑으로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만 이라도 최민수씨의 수상소감처럼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를 하며 살아갈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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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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