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4일째 아침이 밝았다. 새누리당의 반대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는 가운데 세월호 유족들의 단식도 보름째에 들어간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건강 악화로 병원에 실려가는 유족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다 더 나쁜 소식이 들려오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뉴스를 보며 "칼은 나눠 먹으면 산다"는 영화 '와일드 카드'의 대사가 떠올랐다.


  참사가 일어난 것도 벌써 100일이 넘어간다. 인간 같지 않은 자들은 이제 그만하자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또 그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고, 내가 다음 희생자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게다가 이번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다음번에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규명은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분명 또 '전례가 없다'는 핑계를 댈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최근 사회의 움직임을 보면 희망과 동시에 절망감도 느낀다.  종교계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25일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26일에는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 소속 교단장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노회는 이윤상 목사를 광화문 광장에 파송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시낭송 그리고 음악회'에는 3만여명(경찰추산 7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추모제에 참가한 필자의 느낌으로 3만명이란 숫자에 의문이 들긴 하지만, 주최측의 말대로 3만명이 모였다고 생각하자. 평일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물론 적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26일과 27일에 광화문 광장에 찾아 갔다. 26일에는 2000여명(경찰 추산 900여명)이 모여 촛불을 밝혔지만, 27일에는 단 스무명 남짓이 자리했다. 우리의 문제로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닌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잊혀지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유족들의 단식 농성은 광화문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칼을 나눠먹을 때다. 어떤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글을 쓰고, 공유하며 잊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유족들의 옆자리에 앉을 수도 있다. 한 끼 단식 참여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방법도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월호 참사를 유족들의 문제로 받아들이기보다 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데 있다.


  덤. 대선에서의 부정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이 대선에 관여했다. 304명의 국민이 서해에서 주검으로 떠올랐다. 54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선배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행동했고 부정한 정권을 심판했다. 50년 후 이 땅에 살 우리 후배들에게 우리는 어떤 선배로 기억될 것인가. 결정할 때다.


참고

세월호 단식 유족들 건강 악화로 줄줄이 병원行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세월호 가족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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