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48.56% vs 47.83%. 초박빙의 대결 끝에 이재명 후보의 패배. 고작 247,077표 차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1600만여 지지자들의 허탈감은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다. 당선자 본인의 부산저축은행 부정대출 사건 부실 수사, 부인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및 허위 경력·이력 기재 건, 장모의 사문서 위조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대선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만큼 결과를 받아들이기 더 힘들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부 이재명 지지층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완주를 한 심상정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는 듯 하다. 심상정 후보가 득표한 80여만표가 이재명 후보에게 왔으면 윤석열이 대통령, 김건희가 영부인이 되는 이 참담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윤 정부 1등 공신'이라는 선을 넘는 조롱까지도 서슴치 않는 상황을 보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20대 대선에서 안철수의 철수로 이재명 윤석열의 양강 구도가 심화되며 가장 손해를 본 것이 심상정이다. 다자구도로 치뤄진 지난 19대 대선에서 200여만 표를 획득했던 것을 보면 이번 선거에서 50퍼센트 이상의 표가 전략적 투표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의당의 존재 목적은 민주당 정권 창출에 있지 않으며, 후보 및 그 지지자들의 결정은 다른 누구의 권리가 아닌 본인들의 몫이다.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맞닥뜨렸을 때, 누군가 욕을 받아줄 대상을 찾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 상대편인 안철수나 윤석열이 아닌 같은 편으로 대충 묶을 수 있는 우리 중 하나를 욕하는 것이 더 쉬운 것도 안다. 하지만 심상정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번지수가 틀린 것은 물론, 너무 치졸한 짓이다.

 

  윤석열 당선의 충격 속에서 하루를 지내며 정리한 내 개인적인 결론은 이재명 후보가 흔쾌히 표를 주기엔 딱 1퍼센트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게 기울어진 언론 지형 탓이든, 대선 구도의 탓이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인한 정권교체 열망이 55%를 상회하는 불리한 구도에서 이재명 캠프는 훌륭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오만한 이준석의 10퍼센트 승리 호헌장담을 보란듯 1퍼센트가 되지 않는 차이까지 따라붙었다. 부족했던 1%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 민주당 그리고 전문가들이 복기를 해봐야하겠지만 오늘만큼은 졌지만 잘 싸웠다고, 위로하고 싶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동지들에게도 위로를 전한다. 다만, 엉뚱한 희생양을 찾지는 말자. 제발.

 

 

  [머니투데이]'80만표' 심상정에 與 누리꾼들 "완주 왜했나"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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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마라톤의 의미는 성적이 아니라 완주에 있다"고 한다.

  안철수. 중요한 선거 국면에서 결국 철수한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유학하던 시절, 베를린과 뉴욕 마라톤을 완주하는 모습으로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심지어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라는 에세이집을 발간하기도 했으며,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400km 국토 종주 마라톤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하기도 했다.

베를린 마라톤에서 3시간 46분 14초의 기록으로 완주 후 해맑게 웃는 안철수. 목표가 순위권 입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정치인 안철수에게는 항상 '단일화'라는 물음표가 따라왔다. 정치 입문이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로 시작되었기 때문일까?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 낀 제3세력이란 한계 때문일까? 2012년,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단일화 이슈가 부각되었고,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결국 단일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언제나처럼 단일화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안철수 후보의 대답은 '완주'였다. 대충 인상적이었던 것만 추리자면

  ▶안철수는 지난 1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관련 질문에 "'안일화'라고 못 들어보셨냐"라며 "안철수로 단일화, 그게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월 14일 대구 동성로 유세 현장에서 "이번에도 철수하실 거냐"는 유권자의 질문에는 몇 번을 '안 철수'라며 철수를 하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지난 2월 18일 유세차 사고로 숨진 충남 논산·계룡·금산 손평오 선대위원장의 영결식에서는 "저 안철수,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손 동지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결코, 굽히지 않겠습니다"라고 완주 의사를 재확인 했다. 그리고 이준석은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라며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는 패드립을 시전한다.

  그런데 결국 또 철수. 그것도 자신의 선거를 돕다가 사망한 '손동지'를 조롱한 이준석이 당대표로 있는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는 결정. 단일화 발표 후 기자들에게 "내가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입법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그런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 만한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라고 밝힌 것을 보면 총리 자리 하나 약속 받았나 봄. 행정 경험을 쌓고 21대 대선에 국민의짐(앗 오타) 후보로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속내인가 본데, 내 대답은

 

"정치인 안철수 R.I.P"


  이제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의 역할만 남은 안철수, 그는 과연 윤석열을 찍을까? 1년후 그의 손가락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불과 일주일 전 울산에서의 연설이다.

 

  정말로 답답한 일은 후보가(윤석열) 자격이 없다는거를 다 압니다. 그런데 상대방은(이재명) 떨어뜨려야 된다. 그것때문에 무능한 거 알면서도 그사람(윤석열)을 뽑는다는 겁니다. 그게 패배주의 사고방식 아닙니까?
그사람(윤석열)이 당선되면 그 다음에 대한민국 어떻게 됩니까? (망가집니다~)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지금까지 자른 손가락이 10개도 넘어서 더 자를 손가락이 없습니다.

 


세줄 요약.

1. 정치인 안철수의 셀프 부고 기사
2. 또 철수의 확인
3. 지지자들의 단지(斷指)를 종용하는 냉혹한 정치판


ps. 안철수는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뽑을 듯. 손가락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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